자연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소리
봄을 맞이하는 자연은 놀랍습니다. 모든 피조물들이 생명을 노래합니다.
이곳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의 암탉들은 부활절에 맞춰 8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켰습니다. 모성애가 강한 두 마리의 흰색 암탉은 21일간 알을 품느라 먹지도 않고 자리를 뜨지도 않았습니다. 부화한 병아리들이 각각 자기를 품어주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르는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7마리의 병아리가 검정색인데 흰색인 두 엄마닭은 모두가 자기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새끼인 듯 정성껏 돌봅니다. 부리로 먹이를 작게 쪼아주고, 다른 닭들이 먹이를 빼앗아 먹을세라, 다칠세라 곁을 떠나지 않고 새끼를 보호합니다. 아픈 병아리는 엄마의 깃털 안에서 쉬고 다시 회복합니다. 엄마의 품은 최고의 병원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우리로 새끼들을 모아들이고 날개와 품속에 넣고 잠을 재웁니다. 엄마닭의 강한 모성애를 보면서 저는 성경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당신의 날개로 덮어주시고 그 깃 아래 숨겨주시리라.’(시편 91,4)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마태 23,37) 시편 저자도, 예수님도 이 작은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씨를 뿌리고 수고하지도 않았는데 땅은 온갖 봄나물을 내어주고, 감자는 봄 가뭄에 호미질도 어려운 땅을 가르고 싹을 틔웠습니다. 분홍 노랑 하양.. 모두 자기의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새들도 개구리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은 모든 피조물들이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합니다.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모습을 어느 모로 반영하며 우리를 가르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221항)
저는 이 신비로운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피조물들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커져갑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을 위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많은 생명체들의 희생이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필요한 만큼 먹고 사용하기, 지구와 나의 일부인 피조물을 위해서라면 불편하고 느린 삶을 살아보자 다짐해 봅니다.
‘하느님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 생활의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 (찬미받으소서 217항)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안나 마리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