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휴암좌선문 23 - 허다(許多)한 영묘(靈妙)가 스스로 구족(具足)하다

[나우]

나우의 휴휴암좌선문 23

허다(許多)한 영묘(靈妙)가 다 스스로 구족(具足)하다

有志之士는 宜善參究하야 以大悟爲則하면

㘞地一聲後에 許多靈妙皆自具足하리니

(뜻 있는 이는 마땅히 잘 참구하여 크게 깨치기까지 한정하고 공부하면,

홀연히 깨치는 한 소리에 허다한 영묘가 다 스스로 구족할지니)

지금까지는 ‘좌’와 ‘선’으로써 우리 성품의 정과 혜를 설명하고, 이 진여자성의 불가사의한 특성을 설명해왔는데, 이제는 각자가 스스로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성품을 깨달아서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몽산 스님이 가리키는 ‘크게 깨치는’ 공부는 간화선법입니다.

이 수행법은 화두(話頭)를 끝없이 의심[參究]하여 마침내 자신의 진여본성을 깨치는 수행법입니다. 우리 교단에서는, 대각하시기 전에 교조 소태산께서 밟으셨던 길이 간화선법입니다.

몽산 스님은, 위와 같은 수행 끝에 “아~~!!” 하고 크게 깨친 뒤에 돌아보면, 내 안에 이미 ‘신령스럽고 기묘한 수많은 것들이 다 스스로 갖춰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누구든 자기의 성품을 깨치기 전에는 쉽게 믿기 힘든 것이지만, 예로부터 부처와 조사께서 모두 한결같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즉, 내 안에 있는 공적영지(자성의 혜, 반야지)는, 가르침을 통해서 배우거나 연마해서 얻는 것이 아니고, 오직 성품을 깨쳐서 원래 갖춰져 있음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수행자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뒤에 ‘본래 스스로 구족한’ 자신의 성품을 확인하고 찬탄한 이야기가 아주 많지만, 그 중 몇 가지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종의 육조(六祖) 혜능 스님은 깨달음을 얻고 스승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어찌 제 성품이 본래 스스로 구족함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까! (何期自性本自具足 何期自性能生萬法)”

그래서 나중에 혜능 스님은 “심지는 어리석음이 없음이 자성의 혜[心地無癡自性慧]”라고 하였으며, 이 가르침은 그대로 우리 교법에 ‘일상수행의 요법’ 제2조로써 수록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돈오입도요문론’을 지은 대주(大珠慧海) 스님도 또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경에 이르기를 ‘하나를 알면 천 가지가 따라오고, 하나를 모르면 만 가지에 미혹된다.’고 하였으니, 만약 누군가 하나를 지키면 만사(萬事)를 마치는 것이라, 이것이 오도(悟道)의 묘함이다.[經云 解一卽千從 迷一卽萬惑 若人守一萬事畢 是悟道之妙也]”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서산대사도 오도송(悟道頌)에서 ‘본래 스스로 구족한’ 자성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홀연히 내 집안을 깨달으니, 모든 게 다만 ‘이것’뿐일세. 천만금 보배같은 대장경도, 원래 하나의 빈종이로다.[忽得自家處 頭頭只此爾 萬千金寶藏 元是一空紙]”

그리고 우리 교전에서도 교조 소태산께서는, “이 게송(서가모니불 전법게송)의 참뜻만 깨치면 천만 경전을 다 볼 것이 없으리라”고 하셨고(성리품 30), 또한 “그대들은 뛰어난 역량을 얻은 후에 저 옛 경전과 모든 학설은 참고로 한 번 가져다 보라. 그러하면, 그 때에는 십년의 독서보다 하루아침의 참고가 더 나으리라.”고 하셨습니다. (수행품 22)

라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