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에 드리는 기도
가파른 언덕 길 매일 오르고 내려
첫눈 내리고 온 세상 눈으로 덮혀 훤히 꿰는 길을 오늘은
더욱 힘이 부쳐 꾸부정한 허리를
파지실린 리어카에 의지하려는데
첫눈이 내려 미끄러운 빙판이라 여의치 못해 연신 밀림에
안타까운 비명이 흘러 나옵니다.
조금 전 요 아래 붕어빵 굽는 영감
가게에서 어미 없는 손녀를 생각하고 달콤한 붕어 두 마리
가난이 잠자는 비닐봉지에 담아
따뜻할 때 먹이려고 파지실린
리어카 손잡이에 달랑 매어달고 가는 길인데 오르막에서
내린 눈으로 실랑이를 합니다.
할머니는 따뜻한 붕어가 쌀랑히
식어가면서 그 맛난 붕어빵의 특유의 구수한 냄새도 사라져
무엇보다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오르는 경사가 원망스러울 테지만
그래도 입가엔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아 깊게 파인 얼굴에서
숭고스러이 빛남은 어인일인가?.
때마침 가방멘 젊은이 하나 다가가
리어카를 밀고 할머니는 오른 다음 뒤돌아 보고 고맙다면서
연신 뼈만 남은 허리를 굽힙니다.
구세주로 우리곁에 오신 예수님!저 할머니의 사랑의 미소가 따뜻한 불씨로 손녀까지 지펴지고
정을 오붓하게 피우도록 축복하소서.
2015. 12. 25.
글쓴이 푸른 초원 (이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