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인성교육 실천수기 최우수상
가족대화, 시작이 중요한 거야
강 동 림
부산 금명초등학교 학생 가족
내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것은 부모, 특히 엄마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죽는 날까지 그의 수호천사가 되어야 하고, 많은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또 숨겨진 능력을 찾아서 개발해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 요한 것은 바르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훈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보다는 아직도 만화보기를 더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동생이 만지지 못하게 비밀 창고에 숨겨두고 다니는 우리 동림이. 2학년이 되고서는 같 은 반 친구와 다퉈서 선생님께 꾸중을 듣거나 교실에 남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직 어려서 그러려니 싶기도 하지만 양보심과 배려심이 아쉽기도 하다. 아이 아빠 와 나는 그때마다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려 아이 문제 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아무래도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겠지만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부모 라고 생각한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서툰 표현과 장난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과거에 는 훈육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때그때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쳐주곤 했지만 지적이 반복되다 보니 혹시 아이에게 잔소리처럼 들리진 않을까 걱정이 많 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금명초등학교의 인성 교육 학부 모 연수에 참가하면서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기보 다는 우회적으로,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반복된 지 적 대신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말하는 방법이 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가능하면 2주에 한 번 씩,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감화이야기를 통한 생각 나눔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왔다. 아직도 아이는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우리 부부는 우리가 조금씩 더 부지런해져서 새로운 감화의 소재 로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더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많은 자녀 교 육서를 찾아 읽고 학부모 강연도 꽤 들었지만 알고 있 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가 족이 모여 감화이야기를 읽고 대화를 나누며 감화록 을 작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아이가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을 느낀다. 욕심쟁이이던 아이가 요즘은 과자 나 사탕, 초콜렛을 아껴두었다가 형, 친구들과 나눠먹 겠다며 학원갈 때 가방에 넣어가기 시작했다. 쑥스러 워서 먼저 사과하기 어려워하던 아이였는데 잘못했다 고 느낄 땐 친구에게 먼저 용기를 내서 사과도 한다. 동생과 게임을 하다가 지면 화를 먼저 냈었는데 얼마 전에는 동생에게 박수를 쳐 줘서 우리 가족을 놀라게 했다. 어른을 보면 형식적으로 머리만 끄덕거렸는데 얼마 전 이웃으로부터“ 수영장에서 동림이를 만날 때 마다 어찌나 인사를 잘하는지 언니가 교육을 참 잘 시 켰구나 생각했어요” 라는 칭찬을 듣게 해 주었다.
잠자리에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까 읽던 이야 기 책에 나왔는데, 목표를 정했으면 다른 데 눈 돌리 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돼 있었어. 그래서 내 꿈이 대통령이 되는 거잖아? 대통령은 리더십이 있 고 말을 잘 해야 하니까 나도 이제부터 학교에서 발표 잘 할 거야.”
모르겠다. 이 아이가 정말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후후~ 그러나 대통령이 아니면 또 어떤가? 아이의 꿈 은 앞으로도 대여섯 번 쯤은 더 바뀌리라. 아직은 어 려울 법 한 ‘리더십’이란 말도 척척 하며 요즘 들어 부쩍 자기 표현이 늘어난 아이의 변화가 대견하고 신기하다.
가정에서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실 천에 옮기고자 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여 름,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나는 들뜬 마음으로 가정에서의 감화이야기 읽기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좋긴 한데 시 간이 없어서’라며 시간 핑계를 대거나 또는‘ 정말 대 단해. 하지만 난 말솜씨가 없어서’ 하며 자신과는 거 리가 먼 활동으로 간주해 버렸다.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요즘 시간을 쪼개 인터넷 강의를 들어가며 이 것저것 배우고 아들 셋을 키워야 하는 내 경우도 시간 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며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가 힘 들기는 나도 역시 그렇다. 아이들 아빠는 밤 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오지만 감화 이야기 읽기에 열심히 참 여하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변하기를 바란다면 부모 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한 내 얘기를 그들은 어떻게 들었을지 모르겠다. 인성 교육은 내 아이만 대상으로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더불어 살아야 할 많은 우 리 아이들이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 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 음번에 그들을 만나면 나는 또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시작이 중요한거야. 우선 시작해 봐.”
사실 감화의 소재로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을 갖 는 것은 아이 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해가는 시 간이 된다. 그 시간에 다짐한 내용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이 발전해 가는 모습이 느껴져 행복하고 기쁘다. 아직 가족 대 화에서 다짐했던 모든 약속이 지켜지진 않는다. 때론 ‘오늘 하루만~’이라는 핑계로 어길 때도 있지만 1년 쯤 지속되다보니 개선된 부분이 많다. 우리 가족은 앞 으로도 꾸준히 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남편은 주말마다 밥을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 해 1년째 노력하고 있다. 새벽 수영을 다니는 남편은 일요일마다 한 시간씩 늦잠 자는 나를 위해 아침밥이 없을 때는 밥을 해 놓는다. 아이들과 함께 많은 추억 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로 올 봄부터 여러 번 낙동 강 자전거 길을 따라 물금, 삼랑진까지 자전거 여행도 다녀오고 수영, 등산 등을 함께하고 있다.
나는 작년에 뱃살을 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열심히 걷기 운동을 했다. 지금 은 배우는 것이 많아 그만두었지만 아파트에서는 엘 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을 이용하고 주말에는 걷기 운 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바쁜 일이 있어도 아 이들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요리 를 할 때는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종종 함께 하고 되도록 많은 칭찬을 해 준다.
동림이는 자기 할 일을 미루던 습관을 많이 고쳤고 매일 일정량의 문제집을 풀고 학교 숙제도 대부분 스 스로 하고 있다. 동생과 놀다가 화를 냈을 때 화내기 전에 먼저 생각해보고 대화하기로 한 약속을 기억해 내고 지키지 못한 것을 뒤늦게 반성하고 고치려는 모 습을 보이곤 한다. 그리고 입장 바꿔 생각하기, 지키 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함부로 하지 않기 등을 몇 차례 생활 속에서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늦게라도 후회하 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 을 한다. 아이는 아마도 경험을 통한 시행착오를 거 치면서 스스로 더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우리 가족 감화록 작성하기
이 글을 읽고 대화를 시도해 보고자 하는 가족이 있다면 혹시라도 참고가 될까 싶어서 우리 가족의 감 화록 작성 과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시간 약속: 처음엔 2주에 한 번씩 토요일 밤에 하 고자 했으나 바쁜 일들이 겹쳐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처음 계획한 대로 2주에 한 번씩은 가족 모임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진행자: 처음엔 가족이 돌아가며 진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몇 차례 해보았으나 아무래 도 가장 말 많은 엄마가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게 진행 이 수월하고 대화가 빠르게 전개되는 것 같았다.
3. 장소: 우리 가족의 경우엔 항상 집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졌다. 막내가 어린 관계로 밖에서는 아이를 돌 봐야 하기에 주로 막내가 잠든 밤 시간을 이용해 대 화의 시간을 가졌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장소를 바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4. 이야기 자료: 우리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찾아 자료는 항상 미리 준비해 두었다. 동 래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감화이야기 중에서 주로 골랐고, 독도 문제로 일본과의 긴장 관계가 부각될 때는 반전 영화를 골라 보여주고 얘기 나눴다.
5. 진행과정: 엄마가 진행을 보면서 일일이 손글씨 로 기록했다. 쓰다가 틀린 글씨는 즉시 고쳐 썼으며 기록하는 동안에는 질문을 던져주고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였다. 글씨를 빨리 쓰다 보니 팔이 아프고 진행이 더딘 단점이 있어 녹음을 시도해 보았으나 나중 에 녹음기를 돌려가며 일일이 기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즉석에서 기록하는 것 보다 더 힘들게 느 껴져 이 방법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긴 의견이나 실 천계획 등은 각자 포스트잇에 직접 적어 발표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참여도 면에서 효과적이었다.
끝으로 작년부터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우 리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성심을 다해 지도해 주 신 이숙희 강사 선생님을 비롯하여 바쁘신 중에도 강의 준비를 열심히 도와주신 이교숙 선생님, 좋은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을 이끌어 주시는 금명초등학교 전임 이외숙 교장선생님과 새로 오신 손인환 교장선 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출처: 박약회 회보(박약회 주최 "인성교육 실천가정 수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