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필리핀은 여름이 한창입니다. 물론 항시 여름 날씨이기는 하지만, 4월부터는 본격적인 여름시즌이 시작됩니다. 4월부터 우기(雨期)가 시작하는 7월초까지가 아주 덥습니다.
필리핀은 두 계절이 있습니다. 우기(雨期)와 건기(乾期)가 그렇습니다. 보통 7월초부터 11월 초까지가 우기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기간이 건기랍니다. 그런데 요즘은 건기에도 비가 종종 내리는 것을 보면, 이상기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흔히 우스갯소리로 우기와 건기 외에, 또 다른 계절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더운 계절’과 ‘더 더운 계절’입니다. 지금이 딱 ‘더 더운 계절’에 속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나라 한 여름은 이곳의 ‘더운 계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요즘 밖을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습니다. 사무실 안에 앉아 있다고 해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선풍기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공기 자체가 덥기 때문에 선풍기 바람도 뜨뜻 미지근합니다. 그냥 땀을 말리는 정도입니다.
어제, 이곳 공소에서 부활 제2주일 미사를 집전하는데, 땀이 그야말로 비오듯 흐르더군요. 펼쳐놓은 미사 경본을 땀방울로 아로새겨 놓았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땅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데, 한숨이 절로 나오는 날씨랍니다. 시원한 오이 냉채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지난 주말, 한국에는 봄비가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나 봅니다. 그리고 봄이 잠시 머문 자리를 여름이 차지하겠지요. 변하는 날씨에 건강들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기도 가운데 항상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