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곳 필리핀이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접어들었나 봅니다.
지난 주 내내 한 낮 기온이 38도를 넘나들었습니다.
이런 고온의 영향은 밤 12시가 넘어 새벽녘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어둠이 찾아오면, 한낮의 더위로 달구어진 대지가 조금씩 식기는 하지만,
밤 12시에도 여전히 기온은 30도에 육박합니다.
말 그대로 열대야(熱帶夜)지요.
따라서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해
두 세차례는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찬물을 끼얹어야 하지요.
그렇다고 물이 시원한 것도 아닙니다.
공기가 덥다보니 받아놓은 물도 뜨뜨미지근 합니다.
새벽 동이 틀 무렵이 되서야 간신히 잠이 들기 일쑤라서
아침을 맞을 때까지 고작 2-3시간 정도를 깊이 잘 수 있답니다.
여름철이라 해는 왜 그리 또 일찍 뜨는지요.
떠오르는 해가 야속한 생각까지 드는 요즘입니다.
우리의 신앙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가 봄날 따스한 햇살처럼 환한 시기가 있는 반면,
겨울처럼 혹독한 신앙의 시련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처럼 몸부림 치는 고통이 찾아오기도 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하늘처럼 청아해 지는 평화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신앙의 계절을 보내고 계신지요?
기도 가운데 뵙겠습니다.
나보타스에서 빠더 푸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