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의 열병은 오래 지속된다머리 희끗희끗한 창단기 선배들이 다 자란 아이들을 데리고 동아리방에 놀러 오고, 20년 이상 어린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형,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동아리. 에밀레와 킨젝스의 선후배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는 바로 ‘음악’이다. 대학 생활 내내 가장 열심히 한 일이 에밀레와 킨젝스 활동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사람들. 이들은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그때 그 때 히트하는 유행가를 부르는 동아리였다면 선배들과 공감하기 어려웠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에밀레는 창작곡 동아리니까, 창단기 선배가 만든 노래들을 25년이나 어린 신입생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죠. 유재하 1집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잖아요. 에밀레 노래들도 마찬가지에요. 오디션에 합격하고 첫 신입생 환영회 때 술집을 가득 메운 40대 선배들부터 바로 위 2학년 선배까지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부르던 '시간아 멈춰라'라는 에밀레 창작곡을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해요." 에밀레 회장 이봉규 군은 말한다.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각 파트 당 단 한 명만을 뽑는 킨젝스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파트를 '집안'이라고 부른다. 창단기부터 33기까지 다섯 집안은 끊임없이 화목한 계보를 잇고 있다. 킨젝스 32기 반장 이준형 군에게 킨젝스 멤버 모두는 거대한 가족이다. "킨젝스에게 음악은 첫사랑 같다고나 할까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가 들어도 자꾸만 떠올려보게 하는.... 졸업 후에도 그 첫사랑을 못 잊어 떡볶이 한 봉지 들고 스스럼없이 동아리 방으로 불쑥 찾아올 수 있게 하는 첫사랑에 대한 열병이 지금의 킨젝스 '가족'을 만들었죠.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음악은 피만큼이나 진한 것 같아요."
라이벌을 넘어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는 동반자에밀레와 킨젝스가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세 가지가 있다. 술, 사람 그리고 무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이 바로 천국일지 모른다.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에밀레 보컬 김승은 양은 얼마 전 수 천 명 앞에서 공연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잊지 못한다. "무대에서 사람들과 지긋이 시선을 맞추며 내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짜릿한 일이에요."
1년에 두 번 정기 공연을 하는 킨젝스와 에밀레에게 무대란 관객을 만나고, 선후배가 소통하고, 에밀레와 킨젝스를 링크(link)시키는 신나는 링크(rink)와 같은 곳이다.
"10년 전 킨젝스 정기 공연에서 마지막을 장식했던 Somebody To Love란 곡을 에밀레와 함께 연주했었다고 해요. 그 음악 파일이 지금 제 mp3에도 있어요. 킨젝스는 보컬을 한 명씩 뽑으니까 스케일이 큰 음악을 할 때는 에밀레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에밀레에서 강한 사운드가 필요할 때도 킨젝스가 악기 파트를 도와주곤 하죠."
소년 팬들을 몰고 다니는 킨젝스의 베이시스트 김현정 양은 말한다.
"공연 때 서로 도움 받을 일도 많지만 정성껏 준비한 공연을 매번 빠짐없이 관람해주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기도 해요. 짧은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오랜 시간 무대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동아리이다 보니 서로의 공연에서 많이 배우기도 하죠. 음악 장르가 달라서 많이들 라이벌이 아닐까 생각하시지만 오히려 에밀레와 킨젝스는 동반자에 가까워요." 에밀레 보컬 정유진 양이 덧붙인다.
혹독한 시간을 견디고 에밀리언, 킨젝시안이 되다 에밀레 동아리방에는 에밀리언을 더욱 강하게 묶어주는 증거들이 있
다. 창단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날적이, '앙가나'(경상도 방언"안
가나? 가라카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함), 지금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주옥 같은 창작곡 악보집, 선배들의 폭풍 복고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는 먼지 쌓인 사진첩들이 그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주도 오랜 세월 숙련되어 온 중후함 앞에서는 당할 수가 없다. 에밀레가 지금껏 간직하고 겹겹이 쌓아온 선후배 간의 링크도 그만큼 강하고 소중하다.
오디션을 거쳐 에밀레 회원이 되어 적어도 1년은 선배들로부터 하루 세 끼, 심심할 때 술 정도는 공짜로 얻어 먹을수 있지만, 첫 여름 방학에 에어컨 없는 동아리 방에 모여 동기들과 비지땀을 흘리며 발성 연습을 하고, 화음을 맞추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악기를 연주하고 혹독한 첫 번째 공연을 마쳤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에밀레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 순간, 평생 간다는 소중한 내 동기들을 얻고 무대에서의 짜릿함과 감동도 느끼게 되지만, 무엇보다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20여 년의 견고한 선후배 네트워크를 선물 받게 된다.창단기 선배들과 세월을 뛰어 넘어 다정하게 술 잔을 기울이고, 에밀레만의 노래를 에밀레만의 목소리로 함께 부르는 감동을 경험하게 되며, '에밀레입니다'라는 한 마디로 좌중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강력한 힘도 얻게 된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음악감독이자 '서른즈음에'의 작곡가인 창단기 강승원 선배를 비롯,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멋진 선배들은 에밀레에서 경험한 작은 사회, 그리고 함께 만들었던 무대에서의 소중한 경험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킨젝스는 작년 말 OB 선배들과 함께 60회 기념 공연을 마쳤다. 다섯 명 밖에 안 되는 한 기수가 수 백 장의 포스터를 일일이 붙이고, 밤새 합주를 하고, 단 두 시간의 공연을 위해 스폰서를 구하러 몇 달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공연을 치르면서 '힘들었지? 자랑스럽다' 어깨를 다독여주는 소중한 '집안 식구'들을 얻게 되고 끈끈한 가족애로 뭉치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전태관 선배를 비롯, 영화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약속'등의 작업으로 유명한 조성우 선배, 재즈 베이스 계의 김영현 선배, 영화 음악 감독으로 대중과도 친숙한 김준석, 최용락 선배 등 음악적 귀감을 주는, 십이지간을 두 번 돌아가는 선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음악 얘기를 한다는 것은 아무 대학 동아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주보다 열정으로 음악에 빠지고, 사람에 반하고두 동아리 모두 3월 중순 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선발한다. 자유곡으로 2차에 걸친 엄격한 오디션을 진행하며 에밀레에서는 발성법을 보기 위해 공포의 '깊은 산 속 옹달샘'을 시키기도 한다고.
"실력보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중요합니다. 킨젝스는 그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33년 간 이어 온 것이고요. 얼마 전 홈페이지 방명록에 '킨젝스에 들어가기 위해 서강대에 입학하겠다'는 고등학생 친구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친구도 꼭 오디션에서 보고 싶네요." 킨젝스 이준형 반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에밀레는 하루 네 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힘든 보컬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래서 노래의 기교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뭔가에 흠뻑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린 자세의 신입생들에게 에밀레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그 좋은 사람들과 밤새 얘기 나눌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더욱 환영합니다." 에밀레 이봉규 회장이 마지막으로 예비 서강인들에게 살짝 귀띔한다.
에밀레 홈페이지
www.emilles.com / 킨젝스 홈페이지
www.kinsechs.com
첫댓글 멋있네요 ㅎㅎ
킨젝스.. 예전에 대학가요제에서 스물한살 불렀을 때 멋있었어요.. ㅠ
제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꼭 가입하고 싶네요 ^^
쫄오!
우와 멋져요
와 ~~~들어가고싶다
난 내년에 꼭 들어가겠어-*후훗^^
피아노도 있나요?
오 뽀대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