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普賢 보살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반드시 보현보살을 뵙고
선근을 더욱 늘일 것이며,
모든 부처님을 뵙고
보살의 광대한 경계에 대해 결정한 이해를 내어
일체지를 얻을 것이다.'
선재동자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일심으로 보현보살을 보려고
분발하여 정진하며 물러가지 않았다.
넓은 눈으로 시방의 부처님과 보살들을 관찰하면서
보이는 것마다 다 보현 보살을 뵙는다고 생각하였다.
지혜의 눈으로 보현의 도를 보니,
마음이 광대하기 허공과 같았고,
대비大悲가 견고하기 금강과 같았으며,
미래가 다하도록 보현보살을 따라다니면서
순간마다 보현행을 수순하여 닦으려 하였고,
지혜를 성취하고 여래의 경지에 들어
보현의 자리에 머물려고 하였다.
이때 문득 보니,
보현보살이 여래 앞에 있는 대중 가운데서
보련화 사자좌에 앉아 있었다.
여러 보살들이 에워쌌는데 가장 뛰어나 세간에 견줄 이가 없고,
지혜의 경지는 한도 끝도 없어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하기 어려워
삼세 부처님과 같았으며,
보살들로는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다.
다시 보니,
보현보살의 몸에서 모든 세계의 미진수 광명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였고,
일체 중생의 괴로움과 근심을 없애어 보살들이 아주 기뻐하였다.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와 같이 자재하고 신기한 경계를 보고
몸과 마음이 한량없이 기뻤다.
그리고 곧 열 가지 지혜 바라밀을 얻었다.
즉,
순간마다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하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법을 듣고 받아 지니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여래의 법륜을 생각하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큰 신통을 아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한 마디 법을 말하시는데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변재가 다하지 않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깊은 반야로 모든 법을 관찰하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법계와 실상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중생의 마음을 아는 지혜 바라밀,
순간마다 보현보살의 지혜와 행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지혜 바라밀등이다.
선재동자가 이 열가지 지혜 바라밀을 얻은 뒤
보현보살이 바른 손을 펴서 선재의 머리를 만졌고,
머리를 만진 뒤에는 곧 모든 세계의 미진수 삼매문을 얻었다.
이때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내 이 신통력을 보았는가."
선재가 대답했다.
"예 보았습니다, 큰 성자시여.
이 불가사의하고 크게 신통한 일은 오직 여래만이 아시겠습니다."
보현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과거 말할 수 없이 많은 불찰 미진수겁에
보살행을 행하며 일체지를 구하였다.
낱낱 겁 동안에 보리심을 청정케 하려고
말할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을 받들어 섬겼었다.
또 낱낱 겁 동안에 일체지와 복덕거리를 모으기 위해
말할 수 없이 많은 광대한 시회施會를 마련하여
모든 세간이 다 듣고 알게 하였으며,
구하는 것마다 다 채워주게 하였다.
낱낱 겁 동안에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려고
말할 수 없이 많은 도시와 마을과
국토. 왕위. 처자. 권속과 눈, 귀, 코, 혀,몸, 손, 발과
목숨까지도 보시하였었다.
선남자여,
내가 법을 구한 것은 일체중생을 구호하기 위해서이다.
일심으로 생각하기를
'원컨대 중생들이 이 법을 들어지이다,
지혜의 광명으로 세간을 두루 비추어지이다,
출세간의 지혜를 열어 보여지이다,
중생들이 다 안락을 얻어지이다,
모든 부처님들의 소유 공덕을 널리 칭찬하여지이다'고 하였다.
나의 이와 같은 옛 인연은
말할 수 없이 많은 불찰 미진수 겁을 두고
말하여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내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을 것이며,
나를 보거나 접촉하거나 맞이하거나
보내거나 잠깐동안 따라다니거나
꿈에 나를 보거나 들은 이도 또한 그러하리라.
나는 이와 같이 무수한 방편문으로
중생들을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한다.
만약 중생이 내 청정한 세계를 보고 들은 이는 반드시
이 청정한 세계에 날 것이고,
내 청정한 몸을 보고들은 이는
반드시 내 청정한 몸 가운데 날 것이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내 청정한 몸을 보아야 한다."
이때 선재동자가 보현 보살의 몸을 보니,
잘 생긴 모습과 사지 골절의 낱낱 모공毛孔중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세계 바다가 있고,
그 낱낱 세계 바다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는데
큰 보살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보현보살 마하살이 게송을 말하였다.
그대들 번뇌의 때 씻어버리고
일심 불란하게 자세히 들으라
여래께서 바라밀을 갖추시고
해탈하신 참된 길 내가 말하리
세속을 나온 뛰어난 장부
그 마음 청정하기 허공 같고
지혜의 해 큰 광명 항상 놓아
중생의 어리석음 두루 없애주네
여래는 보고 듣기 어려운데
무량 억겁에 이제사 만나니
우담발화가 어쩌다 피듯
그러니 부처님 공덕 들어야 한다
세간을 수순하며 하시는 일
마술사가 이것저것 나타내듯이
중생 마음 기쁘게 하기 위해서
분별하여 여러 생각 내지 않았다.
그때 보살들은 이 게송을 듣고 일심으로 갈망하여
여래 세존의 진실한 공덕을 듣기 위해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보현보살은 모든 행을 갖추어 닦고 성품이 청정하여
하는 말씀이 다 헛되지 않으니
모든 여래께서 다같이 칭찬하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갈망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이때 보현보살은 공덕과 지혜를 두루 장엄하시니,
마치 연꽃이 삼계의 티끌에 때묻지 않듯 하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서 한 방울만큼만 말하려고 한다."
부처님 지혜 광대하기 허공 같아서
중생들의 마음마다 두루하시고
세간의 허황한 생각 모두 알아서
갖가지 다른 분별 내지 않는다
중생들 마음과 갖가지 행
예전에 지은 업과 원력을 따라
그들의 보는 것은 같지 않지만
부처님은 본래 흔들림 없네
어떤이는 간 데마다 부처님께서
온 세계에 가득함을 뵈옵지만
어떤이는 그 마음 깨끗하지 않아
무량겁에 부처님을 보지 못한다
어떤 이는 간 데마다 부처님 음성
그 소리 아름다워 기쁘게 하나
어떤 이는 백천만겁을 지내어도
마음이 부정하여 듣지 못한다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 하도록
갖가지 불가사의한 일 나타내고
중생들의 마음 지혜 업을 따라서
교화하여 모두 다 청정케 한다
이 처럼 위없는 큰 스승께서
시방의 모든 국토에 충만하사
갖가지로 신통력을 보이심을
조그만 말하리니 그대 들으라
부처님의 지혜 맑고 걸림없어
한 생각에 삼세 법 두루 아는 일
마음의 인연으로 생긴 것이니
생멸이 무상하여 자성이 없다
한 세계 안에서 이루신 정각
모든 세계에서도 그같이 이루어
모든 것 하나되고 하나도 그래
중생의 마음 따라 나타내신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분하고 가리우고 질투와 교만
팔만 사천 번뇌가 서로 달라도
다스리는 법문은 다 듣게 한다
희고도 맑은 법 닦지 못했으면
열 가지 계행 말해 듣게 하시고
일찌기 보시하며 조복한 사람에겐
적멸의 열반 법문 들려 주신다
어떤 옹졸하고 자비가 없는 사람
생사가 싫어서 떠나려 하면
세 가지 해탈문을 말해 주어
고통없는 열반락을 얻게 한다
열반의 고요함 다르지 않으나
지혜와 행 우열의 차별 있으니
마치 허공 자체는 하나이지만
나는 새 멀고 가까움 같지 않듯이
부처님의 음성도 그와 같아서
모든 허공계에 두루하지만
중생들의 마음과 지혜를 따라
듣고 보는 것이 각기 다르다
여래의 걸림없는 지혜로 보는
그 가운데 있는 일체 중생들
모두 다 끝없는 방편문으로
갖가지로 교화하여 성취케 한다
마술사가 이상한 마술을 부려
갖가지 환영을 만들어내듯
부처님의 중생교화 그와 같아서
갖가지 몸으로 그들에게 보이신다
이를테면 맑은 달 허공에 떠서
중생들이 자라고 줄어듦 보게 하고
모든 강과 못에 그림자 비쳐
크고 작은 별빛을 지워 버리듯
여래의 지혜달도 세간에 떠서
둥글고 이지러짐 보여 주는데
보살의 마음물엔 그림자 비치지만
성문들의 별빛은 무색하여라
이를테면 용왕이 큰 비 내릴 때
몸이나 마음에서 나오지 않지만
넓은 땅 두루 적셔 흡족케 하고
찌는 더위 씻어서 서늘하게 한다
여래의 법의 비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심신에서 나지 않지만
모든 중생들을 깨우쳐 주고
세 가지 독한 불 꺼버리신다
의지함이 없지만 어디나 머물고
안 가는 데 없지만 가지 않으니
허공에 그린 그림 꿈에 보듯이
부처님의 몸도 이같이 보라
허공과 진여와 실제와
열반과 법성과 적멸 등
이와 같이 진실한 법으로만
여래를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세계의 티끌 같은 마음 헤어서 알고
큰 바다물이라도 마셔 다하고
허공을 헤아리고 바람 매어둘지라도
부처님의 공덕은 말로 다 할 수 없네
이러한 공덕바다 누가 듣고서
기뻐하며 믿는 마음 내게 되면
위에 말한 공덕 모두 얻으리니
이런데서 의심일랑 내지 말아라
대방광불화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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