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오 15,21-28
그때에 21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22 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23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24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25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26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7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8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움직이는 종합병원’으로 불렸답니다. 왜냐하면 폐결핵으로 시작해서, 직장암, 파킨슨병, 척추 카리에스 등의 병으로 그녀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스물네 살 때부터 계속해서 침대에만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는 점점 희망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신앙을 얻게 되었고, ‘절대자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믿음의 체험을 글로 썼고, 이 글이 그녀 나이 마흔 두 살 때 ‘빙점’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아사히신문사의 소설 공모에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일약 일본 최고의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지요.
이 사람이 바로 미우라 아야꼬입니다. 그녀가 남긴 유언 같은 잠언이 있는데 우리들에게 많은 점들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질병으로 내가 잃은 것은 건강뿐입니다. 그 대신 ‘신앙’과 ‘생명’을 얻었습니다.”
믿음을 통해서 그녀는 잃어버린 건강에 연연하지 않고, 대신 신앙과 생명을 얻은 것에 오히려 감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녀는 더 중요한 것을 얻은 것이며, 이를 통해 기쁨 속에 살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믿음은 이처럼 중요합니다. 희망이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더 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도 우리의 믿음이 중요함을 잘 알고 계셨고, 그래서 이 믿음을 항상 간직하며 살 것을 명하십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그 모습도 믿음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시기 위한 행동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 모습은 평상시 모습이 아닙니다. 사랑 그 자체이신 분이기에, 항상 사람의 편에서 말씀하시고 행동하셨지요. 그런데 이방인 부인이 마귀 들린 자기 딸을 고쳐달라고 청하자, 처음에는 대답도 안 하시며 상대도 하지 않습니다. 보다 못한 제자들이 한 마디 하자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하면서 매정한 말씀을 하시지요. 해도 너무하신다 싶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여자이며 한 아이의 어머니인 부인을 강아지 취급까지 하시지요.
하지만 이 여인은 포기하지 않지요. 자기가 강아지가 되어도 좋다는 듯이,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자기 자존심까지도 포기하면서 예수님을 믿는 이 여인을 향해 그제야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처음부터 그냥 고쳐주었으면 얼마나 멋졌을까요? 사람의 자존심을 그렇게 구겨놓은 뒤에 고쳐주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는 단순히 당신의 권능으로 그 부인의 딸을 고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보다는 어머니의 큰 믿음을 통해서 고치게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즉, 당신의 권능으로 쉽게 고칠 수도 있지만, 이는 일회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고통과 시련을 매번 이겨내기 위해서는 당신을 향한 굳은 믿음이 있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역시 주님으로부터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지식만으로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없다. 사람은 마음이 성장해야 한다.(조셉 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