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가 실렸어요

[한밝]

교육과학기술부의 웹진 꿈나래 21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1월 9일 방문하신 전홍섭 전 교장선생님의 글입니다.

전홍섭 교장선생님께서는 영인초등학교 51회 졸업생이자 영인중학교 13회 동문이시며 

아산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울의 일신여상에서 지난 8월 정년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고행에 대하여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봉사해 오신 선생님의 글을 만나보시죠?

백성을 향해 열린 문, 여민루

기사입력 2013-02-01 00:56

백성을 향해 열린 문, 여민루

안내·글│전홍섭 독자(전 서울 일신여중 교장) 

사진│이대원 사진작가

아산현 관아의 정문인 「여민루」. 이 근처에 「걸인청」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과 맞닿은 충남의 북단 지역인 아산(牙山)은 ‘온양온천’과 ‘현충사’로 대표된다. 그 만큼 휴양과 충절의 고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최근에는 탕정지역에 삼성전자 LCD단지가 들어서면서 산업과 교육의 도시로도 탈바꿈하고 있다. 전국에서 인구가 느는 몇 안 되는 지자체로서 역동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 청백리 고불 맹사성(孟思誠:1360~1438) 고택, 외암리 민속마을, 온양 민속박물관, 영인산 자연휴양림, 서해와 연결되는 아산만과 삽교천을 지역의 명소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아산여행에서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역사적·교육적 의미가 있는 유적지인 걸인청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역사의 의미가 꼭 거창한 유적이나 유물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리라. 인류가 살아 온 모든 삶의 궤적은 작든 크든 역사와 교육의 보고가 되는 것이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 선생이 조선 선조 때 아산 현감을 지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은 『토정비결』을 보면서 운세를 이야기하지만 그 저자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 없다. 한 기인이나 점괘를 푸는 미스터리한 역술가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지함이 아산 현감으로 부임한 것은 선조 11년 1578년이었다. 당시 아산현의 백성들은 군역의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거기에 전임자의 탐욕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이지함은 이러한 참상을 임금께 상소하고 「걸인청(乞人廳)」을 설치하였다. 노약자나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휼하고 자활의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요즘으로 친다면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한 셈이다.

 영인면사무소 구내에 세워져있는 토정 이지함 선생 동상

자취는 사라졌으나 의미는 생생히

지금 아산시 영인초등학교 담장에는 옛 아산현 관아의 정문인 「여민루(濾民樓)」(지방문화재17호)가 서 있다. 이 근처에 「걸인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방학이라 텅 빈 운동장에는 겨울바람만이 며칠째 머물러 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여민루」를 바라보니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이름 모를 얼굴들이 하나둘 오버랩되는 듯하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걸인청」을 찾고 또 얼마만큼의 위로와 용기를 안은 채 돌아갔을까. 「걸인청」을 만들고 어려운 백성들을 보듬었던 이지함 선생은 관리자로서 우선 챙겨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후대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지금은 덩그러니 관아의 문 하나만 남아 옛 자취를 그저 짐작케 할 뿐이지만, 그 속에 스며있는 의미를 찾는 일은 쉼 없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여민루」 지붕 위로 내려앉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추웠던 겨울도 곧 끝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지역민들은 영인면사무소 구내에 토정 이지함 선생의 동상을 세우고, 그의 영모비(永慕碑)를 이전하여 유덕을 기리고 있다. 이지함 선생은 사회현실을 변혁시키고자 했던 개혁가이자 경세가로서의 면모를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좌. 아산향교 대성관에 모셔져 있는 공자 상

우. 방학 중에도 이 지역 아이들은 아산향교 「충효례교실」에 모여 한자강습과 인성교육을 받고 있다.

김옥균 유허와 아산향교

「여민루」에서 동남쪽으로 100여m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에는 구한말의 정치가이자 개화 운동가였던 김옥균(金玉均:1851~1894)의 유허(遺墟)가 있다. 김옥균은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았으나 청나라 군사의 개입으로 ‘삼일천하(三日天下)’로 끝나고 말았다. 정변에 실패한 뒤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다시 중국 상해로 건너갔다가 그곳에서 수구파에 의해 암살당했다. 원래 공주 태생인 그의 유해는 일본 청산의 외인묘지에 있었는데, 1924년에  이곳으로 이장되었다. 그는 부강한 근대국가 건설이 나라의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정치 전반에 걸친 개혁을 국가정책으로 실행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마침 찾아간 날, 유허에는 흰 눈이 발목까지 덮여 있었다. 언덕배기로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데 글자 그대로 돌볼 이 없는 쓸쓸한 빈집처럼 느껴졌다.

김옥균 유허를 지나 영인산 발치로 올라서면 아산향교가 자리 잡고 있다. 향교는 조선시대 유교이념을 보급하고 지역민을 교화하기 위해 군과 현에 설치했던 관학교육기관이다. 마침 교육관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충효례교실」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산향교에서는 초등반과 중등반으로 나눠 60여 명의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한자와 충남교육청의 ‘바른 품성 5운동’ 실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효례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욱 선생은 “나라사랑과 부모효도는 물론 어른공경의 정신을 기르는데 목적이 있고, 그간 지역의 학교와 학부모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취지를 설명하였다. 아산향교는 성균관 문화사업단이 주관하고 문화관광체육부가 후원하는 2013년도 전국 향교체험사업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사회교육기관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공세리 성당

내포 지방 선교의 못자리, 공세리 성당

이밖에 아산만과 삽교천이 어우러지는 인주면 공세리 언덕에는 고딕 양식의 성당이 그림처럼 서 있다. 1895년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드비즈[成一論] 신부가 건립하였는데 그간 내포지방 선교의 못자리 역할을 해 왔다. 350년생 느티나무가 성당 건물과 어우러져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조선시대 세곡을 보관하던 창고 터[串倉地]로서 역사적 유서가 깊은 곳이다. 경내에는 천주교 박해시대 순교한 32위의 현양탑이 건립되어 있으며, 옛 사제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1,500여 점의 교회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공세리 성당의 아름다운 풍광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가 되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등의 작품에서 이곳의 경치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아산 일대는 수도권에서 당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이다. 「여민루」를 비롯해 소박한 유적지들이 반경 4~6km 내의 위치하고 있어 10분 정도면 서로 접근할 수 있다. 아산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한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 귀경길에 올랐다. 협만에 떠 있는 서해대교를 바라보니 계사년의 붉은 낙조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영인산 위에서 내려다 본 아산 일대

TIP “현충사를 찾았다면 충무공 묘소도 들러보세요”

고즈넉한 어라산의 충무공 묘소

음봉면 삼거리를 지나면서 아산온천 입구로 돌아서면 오른쪽에 충무공 이순신(李舜臣:1545~1598) 장군의 묘소를 만날 수 있다. 송림으로 우거진 야트막한 어라산 기슭에 정경부인 상주 방 씨와 함께 모셔져 있다. 진입로에 들어서니 한적하고 고즈넉한 숲속에서는 겨울 산새들이 노래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걷고, 장군의 나라사랑의 정신을 호흡할 수 있는 곳이다.

 정경부인 상주 방 씨와 함께 모셔져 있는 충무공 묘소

[솔향]

귀한 자료보면서 배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