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많으실텐데, 어제 일도 가물가물하는 나이이지만 그래도 6년전 기억을 되살려 몇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3급이었기 때문에 주로 경증이나 경계선인 분들에게 맞겠네요.
1. 병설유치원이 갑 좋은 시설이니, 교육과정이니 다 필요없습니다. 병설 갔더니 한 교실에 20여명 바글바글이고 선생님도 친절하지 않더군요. 싼게 비지떡이구나 하면서 그냥 보냈습니다. 그래도 공무원이니 못보겠네 어쩌네는 안하겠지 하면서. 왠걸. 여기가 최고입니다. 한반에 아이들이 많다보니 누가 놀아줘도 놀아줍니다. 배식이고 뭐고 학교시스템 그대로이니 진학해도 잘 적응합니다. 특히 상냥하고 이쁜 유치원샘에게 익숙한 신입생들이 초1을 많이 맡는 할머니샘에게 적응을 못하는데 그런거 없습니다. 학교앞 학원을 보냈더니 바보라고 놀리면 왜 우리 학원애 놀리냐고 대신 싸워주는 형도 있었습니다.
2. 도움반을 적극 활용하세요. 저도 그랬지만 도움반 보내길 꺼리시는 부모님들 계시지요. 혹 도움반 아이로 낙인 찍힐까봐 걱정하시는데 우리 아이들이 놀림을 받는건 도움반 아이여서가 아니고 평소 행동이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좋아지면 어떡하냐구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답니다. 제가 아는한 우리 아들이 제일 많이 좋아진 케이스인데 아직도 티 납니다. 이왕지사 이런거 도움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도움반 샘들은 우리 편입니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 입장을 대변해주고 예산도 얻어내는 그야말로 고마운 분들이시죠. 게다가 매년 바뀌는 담임과는 달리 몇년씩 같이 하니까 잘 챙겨드리고 친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캠프같은 행사도 보내세요. 원반에서는 항상 도움받던 우리 아들은 도움반 행사 갔다오면 자신감 충만입니다. 자기가 다른 친구를 도와주는 귀한 기회거든요. 경계선인 아이들에게 이런거 도움됩니다.
3. 중요하지만 지나간다, 담임선생님 입학하자마자 눈도장 찍고 매일 가십시오. 학교일을 해줄때는 교통지도같이 밖의 일 말고 교실 일을 하셔야 담임샘과 차 한잔 하면서 대화할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경쟁이 좀 심하지요. 저는 담임선생님에게 아이에 관한 책자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우리 아이의 특징이며 말투, 식습관, 고집 피울때 대처법, 비상시 연락할 가족, 담당의사샘과 치료사 선생님 연락처 등등이 적혀 있었지요. 1학년은 할머니샘들이 많습니다. 저는 다행히 좋은 선생님 만났지만 이웃반 엄마는 까탈스런 선생님 요구에 무지 고생했습니다. 그래봤자 1년이고, 앞으로 이런저런 사람 겪게되는 훈련이라고 생각하시면 속편합니다.
4. 담임샘만큼이나 중요한 대장엄마. 대개 병설에서 한가락 하던 엄마들이 계속합니다만 여하튼 좀 친해두는게 좋습니다. 이 그룹에서 정보가 엄청 나오고 나중에 문제가 생길때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허나 너무 친하면 고달퍼지니 적당히 치고 빠지시길 권합니다.
5. 학교앞 문방구 학교와 집이 먼 경우엔 여기도 한군데 정해두세요. 초등학교 준비물은 거의 다 구비되어 있고, 때론 학교보다도 빠릅니다. 또 학교앞에서만 살 수 있는 준비물도 많구요. 요즘은 준비물을 학교에서 주는 곳이 많아서 별 의미가 없긴하지만 간혹 들러 아이들 사이 유행하는 트렌드를 아는 것도 괜찮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울 아들을 통해 듣는건 거의 불가능 하다보니 이런저런 방법을 찾게 된답니다. 맞벌이 하는 친구는 문방구에 아이가 가져가는 걸 일괄계산해주기로 했는데 간식도 사먹고 준비물도 빠짐없이 챙겨서 좋긴한데, 씀씀이가 헤퍼지고 불량한 아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수가 있더군요.
6. 예체능 학원 전 초등학교때 예체능을 많이 시키길 권합니다. 중학교 오니 의외로 취약한 부분이 예체능입니다. 또 이 과목은 제가 봐주기도 힘들구요. 언어적인 표현이 약한 아이에게 그림이나 악기같이 자기를 표현할 수단이 있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예체능학원들은 줄넘기, 뜀틀 같은 학교체육도 하고 음악학원에선 단소, 피리같이 학교에서 배우는 악기도 지도해주더군요. 다소 허름하더라도 학교 앞 학원이 학교친구들도 있고 괜찮았습니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사람보다 실력이 별로여도 다정한 선생님이 훨 낫습니다.
우선 생각 나는게 이 정도네요. 혹 먼저 보내보신분들 다른 경험담 있으시면 올려주셔도 좋을 듯 싶네요. 안 좋은 일들도 있지만 대개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지냅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아이들을 믿어보세요.
첫댓글 글을 읽다보니 글쓴이의 아픈 경험에서 나온 마음이 느껴지네요. 맘고생하신만큼 좋은일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