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번째 반 담임선생님은 다르셨다.
20대 후반이나 30대쯤 되는 여선생님이셨는데,
수업을 시작할 즈음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수업 중간에 두어 번 나갔다 들어오셔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수업 후에는 정색을 하며
수업 내내 불편했다.
이런 내용인 줄 알았으면 수업 진행 안 했을 거다.
시설에 사는 아이가 있는데 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 어떡하냐...
정말 불편했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몇 년간 입양수업을 했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
그래도 침착하게 시설에 있는 아이들도 가족이 있다. 다만 같이 못 사는 형편인 거다.
그리고 시설도 요즘은 그룹홈 형태가 많다고 들었다. 엄마가 있고 형제처럼 지낸다,
그것도 가정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냐고 조근조근 말하고 싶었는데
담임선생님은 상당히 강한 태도로 고개를 돌린 채 내 말을 자르면서.
그 아이들은 가족이 없다,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에게 가족 이야기는 상처다,
가족이 되는 방법을 결혼 출산 입양 3가지 말했는데,
그룹홈에 사는 아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럼 상처 아니냐.
라고 점점 흥분해서 이야기 하셨다.
흥분하시는 선생님의 태도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나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오히려 더 차분해지는 형이라. ㅎ)
지금까지 배운, 내가 이해하는 상황을 설명하려고 시도를 했는데,
선생님은 더욱 강하게
수업에서 가족이 되는 방법을 이야기 하지 말았어야 한다.
결혼 출산 입양만 이야기하고 그룹홈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받았을 거다.
그룹홈도 가정이라고 이야기 했어야 한다.
본인은 보통 가정에 사는 24명 아이들보다 시설에 사는 2명에게 더 마음이 쓰이기 때문에
이런 수업은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고 하셨다.
시설에 사는 아이들을 염려하는 선생님 마음이 느껴져서
“아~~ 그렇군요. 그 아이들이 이 수업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 생각하시네요.
평소에 시설에 사는 아이들이 어려움이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주 많다고,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라고 (문제가 있다고 하셨던가? )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지으며 다소 비관적으로 말씀하셨다.
워낙 강하게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 하셔서 사실 많이 당황했다.
여러 학교에서 다양한 나이, 다양한 환경, 다양한 처지의 아이들 앞에서 입양교육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을 듣고 새로운 것을 배웠다고 내용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이 분은 수업 내용 자체를 대부분 부인하셔서 당황스러웠다.
가정의 형태는 다양하다. 다르지만 모두 소중하다. 달라도 괜찮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미래 사회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아기에게는 보살펴 주고 사랑해 줄 가족이 있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 시설에 사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선뜻 동의되지 않는 주장이기도 했다.
시설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가 가지지 못한- 아이 입장에서는 빼앗긴 ‘가족’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상처를 주는 말일까?
가정의 형태 하나로 그룹홈을 생각하면 시설에 있는 아이도 가정이 있는 건데....
그룹홈은 법적인 가족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방법 3가지에 넣을 수는 없는데....
반박하고 싶었지만 내 형편이 반박할 형편도 아니고 그럴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나는 의도하지 않고 입양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급에 앉아 있던 한부모 가정의 아이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 등이
자신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보호해 주는 가정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담임선생님들이 관찰하시고
수업 후에 나에게 말씀해 주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오늘도 그렇게 진행되기를 바랐는데
두 번째 반에서는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