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하는 아침
정민기
생크림이 입가에 달라붙은 것도 모르고
거품을 일으킨 듯
콧수염과 턱수염을 깎고 있다
하늘도 구름 거품 뭉개지는 것을 보니
깔끔하게 면도라도 하는 것 같다
열린 창문으로 햇빛이 기웃거리고 있다
신기한 것은 하나 없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얼굴을 들이밀며 들여다본다
수염이 자란 만큼
세월도 어느 구간을 지나가고 있다
틈만 나면 피어나는 민들레보다 더 집요한
이 턱수염은 고드름처럼 매번 자라난다
그리움을 전하는 참새 소리 끌어다
놓은 아침이 나뭇잎으로 흔들리고 있다
황혼의 시절이라도 이처럼 덜렁거린다면
박쥐처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닐 것이다
수염이 머물다 가고 난 자리 허전해진다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본관은 경주이며, 문헌공파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나로도 삼치 거리》 등, 동시집 《종이비행기》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
e-mail : jmg_seelov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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