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등 소속사진작가의 저작권
글: 채명기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연수원장)
출처: 한국사진 vol361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이런 궁금증을 가져 볼 수 있다.
기관이나 회사에서 만들어낸 저작물은 누가 법률적인 저작자가 되는지 말이다.
근로자일까 아니면 기관이나 회사일까 이것이 바로 업무상 작성된
저작물의 저작권 문제이다. 사회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문학 및 예술 등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자연인 즉 인간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인간만이 사상이나 감정을 말이나 글 등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래 자연인이 아닌 기관이나 회사 등은 창작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한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법률적으로 특히 저작권법적으로
자연인이 아닌 기관이나 회사 등도 저작권의 지위를 갖도록 한 것이다.
기관이나 회사 등이 저작자가 될 수 있는 저작물은 오로지 업무적으로 작성된 저작물에
한정된다. 이를 “ 업무상저작물”이라고 한다.
업무상저작물의 개념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는 업무상 저작물을 “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이라 한다) 의 기획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신문사나 잡지사에 근무하는 사진작가가 보도를 위하여 촬영하는 보도사진이나 사보 제작을 위하여 촬영하는 사진등을 말한다.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인 등의 기획하에 만들어진 저작물이어야 한다. 즉 업무시간에 창작한 저작물이더라도 법인등이 기획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다. 예컨대 법인 등에
종사하는 사진작가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출장가는 중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잠시 쉬면서 촬영하는 사진이나 시를 쓰는 것이 취미인 근로자가 창문밖에 내리는
눈이나 비를 보고 갑자기 시상이 떠올라 습작을 하는 경우 이러한 사진이나 시는 법인 등이
기획한 것이 아니므로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다. 순전한 개인 저작물에 해당한다.
또 법인 등에 취직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촬영하였던 사진을 취직 후 회사의 사보 제작에
사용하는 경우 회사의 사보에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업무상저작물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진은 이미 취직 전에 개인적으로 창작한 사진이므로 개인 저작물에 해당한다.
우리 법원은 회사에 취직하기 전에 자신이 창작했던 저작물을 취직 후 자신의 회사 업무로서 작성한 편집물에 사용하였는데 이렇게 사용된 개인 저작물이 회사가 저작자인 업무상저작물이 되는지에 대한 사건에서 회사 업무로서 작성된 편집물에 사용된 개인 저작물은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라 개인 저작물이라고 판결하였다
(서울고법제15민사부1999.3.12선고 98나 32061 약정금)
둘째 법인 등에 고용된 근로자가 창작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여기서 근로자란 고용관계에
의하여 기관이나 회사 등의 업무를 위하여 고용된 자를 말한다. 예컨대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근로자에 해당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뿐
아니라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근로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프리랜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인 등이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기 위한 요건
이와 같이 업무상저작물은 법인 등이 기획한 것을 근로자가 업무적으로 작성한 결과물을
말한다. 그러나 업무상저작물이라고 해서 곧 법인 등이 그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관이나 회사에 재작하는 사진작가가 업무적으로 촬영한 사진작품이라고 해서 곧 그 사진작품의 저작자가 기관이나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관이나 회사에 그러한 사진작품의 저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이 정한 요건에
충족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9조는 “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 등이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인 등이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공표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표란 “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제25호 )예컨대 사진작품 등의 저작물을 단행본이나 간행물에 실어
발행하거나 인터넷사이트에 게재하거나 기타 전시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공표란 다른 사람들이 저작물에 접근하여 보거나 이용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업무상저작물을 공표할 때 법인 등이 그 저작자로 표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공표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공표를 예정한 것도 포함된다.
즉 아직 업무상저작물을 공표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하려고 준비 중이거나 또는 당장 공표하지는 않지만 일정기간 후에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할 계획을 세워둔
경우라면 그러한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도 법인 등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거나 공표할 것을 예상한 업무상
저작물“은 일단 근로자가 저작자로 추정된다는 것 이다.
왜냐하면 저작권법 제9조(법인등을 저작자로 의제하는 규정)는 창작자주의 원칙의 예외를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작물을 창작하지 않았지만 예외적으로 법인 등을 창작자로 擬制의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 등이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기 위한 저작권법
제9조의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 것은 창작자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실제 창작한 근로자가
저작자가 되는 것이다.
둘째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근로자로 한다는 약정이나 특약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약정이나 특약이 있다면 비록 법인 등의 이름으로 공표하거나 공표할 것을 예정한 것일지라도 그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실제 창작한 근로자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약정이나 특약을 두고 있는 기관이나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로 2006년12월28일 저작권법 전면 개정 전에는 업무상 저작물을 공표하거나 발행하면서 개인 근로자를 저작권로 표시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근로자를 그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 본다는 단서 규정이 있었다. 예컨대 잡지사가 업무적으로 촬영한 사진작품을 공표하면서
근로자인 사진작가를 저작자로 표시하였다면 그 사진작품의 저작자는 개인 사진작가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서 규정은 법인 등이 근로자의 이름을 책자 등에 표시하여 공표하거나
발행하면 저작권을 근로자에게 빼앗긴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나 기대할 수 있는 요행 규정이었다. 만약 법인 등이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근로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공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법인 등이 근로자의 노고나 명예를 고려하여 책 표지에 이름을 표시해 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단서 규정을 삭제한 것은 법인 등이
근로자를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실제 창작한 사람임을 표시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하자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