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 붐은 일본인의 ‘심정’의 증거
한국 문화의 본질을 알고 보면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하기 위한 원리란 실은 매우 간단하다.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많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소중히 하며, 주체 의식을 가지고 받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위해 주는 일을 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올바르게 살고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을 충실히 만들어 가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본심(本心)이 원하는 ‘심정문화’를 등진 채 서로를 미워하고 비판하며 가치 없이 여기며 멀리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며,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심지어 타인의 것을 빼앗는 일까지 서슴치 않게 행한다. 게다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고 가족을 버리는 일까지 발생한다. 근래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으려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남편,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며 마치 물건을 사듯이 사랑 없는 성(性)을 산다.
물론 그러한 인생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렇게 살더라도 예컨대 일본인의 경우 일본 문화의 테두리와 잣대 속에서 법률을 지키고 이성적으로 살며 겸손하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충분히 정당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건대 그렇게 살면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진실로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완전히 잘못 아는 것이다.
본심(本心)이 원하는 행복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일본 사람들은 보다 큰, 새로운 깨달음을 경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자가 젊은 날에 한국의 한 여학생 ‘옥희’의 말에 쇼크를 받은 것처럼 한국 문화의 실체적인 체험을 통한 쇼크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붐은 실로 우리 일본사람들 자신을 위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사람들 자신들의 본심이 원하는 행복을 바라는 마음, 다시 말해 일본사람들의 ‘심정’의 소원이 한류 붐의 중심에 숨어 있다고 생각되며,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필자의 조국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 이대로 두면 세계는 한국을 잃는다
거창하게 말하면 한국의 ‘심정 문화’는 바로 동양의 한 귀퉁이에 숨겨진 인류의 ‘행복의 열쇠’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그 행복의 열쇠를 미국이나 유럽에서 찾으려고 해 왔다. 그 결과 나라는 서양화되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본래의 동양 국가로서의 미덕(美德)은 죄다 잃고 말았다. 찾고 있었던 그것이 설마 이웃나라 한국에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간과하고 살아 온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그 행복의 열쇠는 유구한 역사의 결실로서 형성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932회의 외침이 말해주듯 고난을 가장 많이 체험한 민족이었기 때문에, 보물 중에서도 가장 귀한 보물을 빼앗길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화’ 속에 만들어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보물’을 지금 일본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발견하게 되었다. 필자의 체험을 비유로 들면 지금 일본 사람들은 모두 ‘옥희 쇼크’를 한창 만나고 있는 참이다.
필자는 금년에도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나 NPO단체로부터 강연초청을 받아 도쿄, 오사카, 톳토리 등 몇 번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였고 강연을 통해 한국의 ‘심정문화’의 훌륭함을 호소해 왔다. 강의는 모두 성공리에 끝났고 듣는 사람들은 강의한 내용을 깊이 수긍하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한 조국의 상황에 감동하면서 그것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그 본체인 한국의 ‘심정 문화’ 자체가 없어져 버려서는 안 된다는 근심을 느끼고 있다. 16년의 짧지 않은 기간을 한국에 살면서 ‘한국다움’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퇴색해 가는 상황을 눈앞에서 경험하였다.
퇴색해 가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사람 스스로가 자신의 문화의 가치를 진정으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볼 때 오히려 지식인일수록 마치 “한국에서 나온 것은 좋은 것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여 답답하기만 한다. 그래서 필자가 현재 한국국민들에게 깊은 감사와 함께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 일본을 위해, 아니 인류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한국인의 ‘한국인 됨’이라 할 수 있는 이 ‘심정 문화’의 가치를 이 나라 이 민족의 가치로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설령 ‘심정문화’의 전통을 지켜 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 인류의 책임이요, 온 세계의 비극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대로 방관한 채 내버려두면 어쩌면 세계는 우수한 한국의 ‘심정문화’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대로 두면 세계는 ‘한국’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세계는 ‘한국’을 다시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