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밤 밖에 있는데 갑자기 딸 전화가 불이 났습니다.
리키가 갑자기 고양이 울음을 내기 시작했다고 난리가 난 겁니다.
고양이 울음이 뭔가 몰라 무슨 소리인가 물었더니 고양이 발정났을 때 우는 울음을 운다는 겁니다.
뭘 먹고 체했나 보다 싶어 딸더러 기도를 유지하면서 안아주라고 시켰습니다. 별일 아닌 줄 알았지요.
얼른 달려가보니 정말 고양이 울음을 내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에 수술할 때 "아이유 아이유" 하고 방정맞게 울어 그 본성을 대략 알기는 알지만 이건 정말 생소했습니다. 이번에는 고양이 목청으로 "아우 아우" 이러는 겁니다.
얼핏 보기에 체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리키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는데 이상하게도 다리는 번쩍번쩍 쳐드는데 막상 오줌이 안나오는 겁니다. 전봇대마다 다리를 쳐드는데 신기하게도 오줌 한 방울 안나왔습니다. 깜짝 놀라 집으로 데려가 고추를 씻는데 버럭 화를 내더군요.
아, 이거 요로에 이상이 생겼구나, 틀림없이 요로결석이구나 싶더군요. 그런데 그 밤중에 문 연 병원이 근처에는 없지요. 분당까지 가야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보이고요. 일단 응급조치를 해보자고 오줌을 짜려 용을 썼습니다. 하지만 방광이 가득 차서 그런지 아프다고 어찌나 엄살을 부리는지 그것도 시원하게 해보지 못했습니다. 바니 할머니는 늘 오줌을 짜주기 때문에 어느 부위를 누르면 시원하게 누는지 잘 아는데, 이 놈 리키는 몸부림을 치면서 날 바니 할머니로 아느냐는 건지 화를 냅니다.
아침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일단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방광이 가득 찬 리키는 거의 10분에 한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따라가 보면 한 방울도 안나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더군요. 힘을 주니까 결석이 고추를 압박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기나긴 밤을 보내고 병원 문 열기 30분 전에 가서 리키 주치의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리키 슬개골 수술해 준 그 의사입니다. 슬개골 수술 잘해준다고 일부러 큰 병원 동료하고 집도하고나서 수술이 끝난 리키를 자기집에 데리고 가 자려는데, 리키가 "아이유 아이유" 하도 크게 울어서 이웃집에 미안하여 그 밤중에 병원으로 데려다 가둬놓고서야 잠을 잤다는 그분입니다.
저는 강연이 있어 떠나고 딸이 남아 지키는데, 수시로 문자가 들어오더군요. 엑스레이 찍는 중이다, 돌이 두 개 보인다, 수술해야 한단다, 혈액검사해보고 나서 마취한댄다. 지난번 스켈링할 때 마취에서 잘 안깨 놀란 적이 있는 의사는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보는 겁니다. 그동안 좀 중한 병이 걸린 애들은 분당 해마루 병원으로 가곤 해서 이 분은 우리 애들 치료비 걱정을 전혀 안해줍니다. 툭하면 오십만원, 백만원이니 저는 힘든데 그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봅니다. 슬개골 수술, 스켈링 비용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결국 리키 고추를 절개해서 돌 두 개를 꺼냈답니다. 나중에 가서 보니 지름 4밀리미터 정도 되는 청색 돌이었습니다. 이걸 분석한다고 어디로 보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적당한 사료가 뭔지 알 수 있다는 거지요. 요도에는 관을 끼워 오줌은 시원하게 수시로 마구 나옵니다. 수술 후 고양이 울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밥 달라는 소리만 합니다. 고추 아파도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모양입니다.
제가 개를 십수 마리 길러봤는데 요로결석 걸린 놈은 리키가 처음입니다. 너무 작은 놈이다 보니 요도가 가늘고, 그래서 결석이 생긴 모양입니다. 요로결석은 산통, 급성췌장염과 함께 3대 통증을 동반하는 고약한 병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여튼 몸이 너무 작은 아이들은 병이 잦군요. 리키 유지비가 꽤 나갑니다. 큰 아이들은 그야말로 사료값이면 충분했는데 이 녀석은 돈 먹는 귀신같습니다. 물론 그래도 그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당당한 우리 가족이니까요.
사진 두 장 올립니다.
- 리키가 누나를 상대로 간식 교섭 중입니다. 입속 것이라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침대 아래 바니 할머니는 쳐다보기만 하면 됩니다. 리키가 교섭에 성공하면 바니 할머니도 똑같이 얻어먹거든요. 바니는 지금 리키의 교섭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중입니다. 바니 할머니는 절대로 간식을 요구하는 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질 급한 리키가 알아서 그때그때 교섭하고, 그러면 어차피 같이 얻어먹으니까 본인이 수고할 필요가 없지요.
- 리키가 너무 힘들어 지쳤습니다. 3일 뒤에 요도 삽입관을 빼준답니다. 그래야 다리 들고 조준 사격이 가능해진다는군요. 그때까지는 기저귀 차고 살아야 합니다. 지금은 매사 귀찮답니다.
첫댓글 에고..리키..너무 아팠군요..가족들도..리키도..
넘 아프고..맘아프고..ㅠㅠ
얼마나 힘들까요...에휴..넘 속상하네요..ㅠ
리키야...좀만참자..잘 참아내구..건강해지자..
알타이하우스님도..가족분들도..힘내세요!!!
그래도 바로 알아채시고 병원 데려가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고생 많았어 리키야 얼른 회복해라~
아빠의 따뜻한 맘이 느껴지네요..
작디 작은 리키가 그새 요로결석으로 힘들었군요.
엄살쟁이 리키지만 얼마나 아팠으면 고양이 울음소리까지 냈을까...ㅠ
그래도 울 리키 빨리 손써서 다행이예요.
다시는 아이유 song이나 아우 song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 리키가 건강히 바니와 함께 잘 지내주길 바라요^^
리키야~~~♡
또 아팠어? 왜 여기저기 그리 많이 아파...... ㅠ
우리 리키 마취 자주 하면 안되는디.... 왜 결석이 또 생겼댜.........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 리키~!
근데 병원비가 무지 많이 나오겠다~ 아빠야 힏드시겠다~
아빠야가 우리 리키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___^
얼렁 삽입관 빼구~ 정상 조준하면서~ 콸콸콸=33 시원하게 일 보도록 해~♥♥♥
우리 리키 오늘도 바니랑~ 잘 보내~ 아프지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