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속도
이제니
한 남자는 달리고 한 여자는 춤춘다. 달리고 춤추고 웃을 때 거리는 끝이 없고 나무는 자란다. 나무가 자랄 때 빛이 있고 그늘이 있고 피로가 있고 입김이 있고 구름이 있고 노을이 있어 순간의 망각이 풀잎 위에 그림자를 만들고 순간의 불꽃이 노란 고무공을 튕긴다. 그리고 허밍. 끝없는 허밍.
목요일에 검은 것을 보았고 화요일에는 푸른 것을 보았다. 검은 것과 푸른 것 사이에서 멀어지는 사람아. 너의 안색은 어둡고 한낮의 색에서 얼마간 비껴 나 있다. 너는 회색의 옷을 입고 있다. 너는 불투명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너는 묻어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 너는 숨기고 싶은 병이 있다. 너는 위안할 것이 없어 시들어 버린 꽃을 본다.
어제와 함께 홀로 죽은 아이야. 그리움이 없어 그리움을 만드는 입술아. 너는 죽은 사람을 만들고 죽은 표정을 만들고 죽은 말을 만든다. 너는 죽은 거리를 달리며 죽은 감정을 되풀이 한다. 언젠가 잡았던 두 손. 언젠가 나누었던 온기. 속도를 견디는 너의 두 손은 식어 간다. 탁자 위에는 설탕이 흩어져 있다.
두 눈을 감아도 햇빛은 가득하다. 너는 순도 낮은 네 잠을 감시하며 어제의 거리가 펼쳐지기를 기다린다. 한낮의 반대편은 자정이다. 자정과 정오가 바뀌듯 너의 몸은 조금씩 사라진다. 우리는 저마다의 겹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거리는 멀어진다. 풀밭 위로 검은 그림자가 흘러간다. 어떤 시간이 어떤 얼굴을 데려온다. 다시 수요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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