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늘 나오미의 발밑에서 자던 고양이 포베리노가 사라진 날, 엄마는 나오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를 많이 사랑하지만 예전처럼 사랑하지는 않으며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헤어진 것이다. 나오미는 바쁜 아빠가 가끔이라도 하루 종일 함께 있어 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아빠는 무척 슬퍼 보였다.
아빠와 나오미는 이제 ‘우리 집’이 아닌 ‘아빠 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빠는 미안한 마음에 나오미에게 더 잘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나오미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로 계획을 짜곤 했다. 나오미가 좋아하는 캠핑장 대신 캠핑장 옆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기도 하고, 나오미는 아빠와 이야기하며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운동하듯 열심히 타라고 했다. 나오미는 점점 지쳐 갔다.
그때 아빠가 방에서 쉬고 있는 나오미에게 말했다. “우리 내일은 동물원에 갈 거야.”
출판사 서평
“그런데 너, 슬퍼?”
나오미는 엄마 아빠가 이혼한 사실을 가장 친한 친구 발랑틴에게 말한다. 이야기를 듣던 발랑틴이 나오미에게 묻는다. “그런데 너, 슬퍼?” 나오미는 그제서야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슬픈 것이 무엇일까. 나오미는 고통스럽게 떠올린다. “이제 다신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수 없어.”
엄마 아빠가 헤어졌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충격에 대해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전에 변화한 상황에 새롭게 적응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애쓴다. 나오미가 디저트 없는 저녁과 엄마보다는 부족한 아빠의 요리에 적응하고, 아빠와 있는 시간만큼은 아빠에게 더 집중해 주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아빠는 나오미가 자전거를 열심히 타기 싫다고 말했더니 수영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게 했다. 이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고, 아빠의 기분이 나쁠까 봐 하기 싫은 것도 하는 상황이 쌓여 갈수록 자연히 아이는 지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가 노래하듯 나오미의 이름을 부르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등 늘상 있는 일에도 나오미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또 성향이 다른 엄마 아빠에게 맞추며 ‘엄마 아빠는 서로 헤어지면서도 나와는 조금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구나’ 생각한다.
“누구도 완벽하진 않아요.”
아빠는 나오미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나오미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는 휴대 전화도 받지 않고, 일을 하지도 않았다. 나오미 옆에만 붙어 있었다. 1분도 나오미가 혼자 가만히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아빠는 계속해서 나오미와 함께 할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그리고 수영도, 자전거도, 하고 싶지 않은 체스도 열심히 하게 했다. 그것이 아빠가 나오미에게 사과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오미는 쉬고 싶다. 가만히 앉아 생각도 하고 싶고,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마음이 쌓이고 쌓이다 “아빠, 날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해 버린다. 서툰 표현 방식끼리 부딪친 것이다.
아빠는 나오미에게 열심히 사과하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일에 묻혀 나오미를 데리러 오는 것도 잊는다. 깔끔하고, 모든 걸 잘하는 줄 알았던 아빠가 더러운 집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나오미는 아빠의 집으로 가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한다. 아직 아무것도 혼자 하지 못하는 아가인 줄 알았던 나오미는 혼자서 요리도 할 수 있고, 아빠와 뉴스도 함께 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너무 열심히 하던 아빠와 그것이 너무 힘들었던 나오미. 서툴던 표현 대신 솔직한 모습과 마음이 통하자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나오미가 아빠 침대 옆 탁자에 놓은 꽃병을 아빠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괜찮다. 나오미는 아빠가 소수 나눗셈을 가르쳐 준다면 아빠를 용서할 테니까!
본문 중에서
☞ 엄마는 아빠를 많이 사랑하지만 예전처럼 사랑하는 것은 아니며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지만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 10P
☞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가장 슬픈 게 뭘까? 대답이 떠올랐다. 고통스럽게. “이제 다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수 없어. 이해돼?” - 27P
☞ 엄마는 낡은 돌멩이와 나무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오래되어 얼룩덜룩해진 거울, 골동품점이나 길거리에 널려 있는 물건들, 꽃병, 꽃, 밀랍 냄새를 좋아한다. 나는 아빠도 그런 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 33P
☞ 아빠는 거북이처럼 느려 터진 내가 못마땅한 것 같았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게 산책이나 놀이가 아닌 힘든 스포츠처럼 느껴지자 재미가 없어졌다. - 47P
☞ “내일은 동물원 갈 건데.” 동물원에 간다고? 왜, 낚시를 가서 청어를 낚아 끈에 묶어 벽에 걸어 두지? 나는 아빠의 눈을 바라보면서 아빠가 가르쳐 준 대로 당황하지 않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이번에는 정확히 내 생각을 말해야 했다. - 102P
☞ “처음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 볼이 통통한 아기였고, 그다음에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조르주 브라상의 팬인 어린이였지. 그런데 오늘 보니 생선 파피요트도 만들 줄 알고 뉴스도 듣는 소녀가 됐구나.” - 119P
☞ 아빠는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었다. 춤이 엉망이라 나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다음에는 아빠한테 춤을 좀 가르쳐 줘야 겠다. 정말로 사람들은 저마다 깜짝 놀랄 거리를 갖고 있다. 결국 아빠도 사람이었다. - 133P
브리지트 스마자 글
1955년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태어났다.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어린이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생님 바꿔 주세요』『학교에서 정치를 해요』『책 선물은 이제 그만!』『마리가 사랑에 빠졌어요』등이 있다.
양진성 옮김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현재 미국 리노에 살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불어 전분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윔피키드』시리즈 『인기짱 탐구노트』시리즈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와글와글 신화 속 용과 몬스터』『시계 종이 여덟 번 울릴 때』『초록 눈의 아가씨』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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