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당농민들에 대한 경기도와 남양주시 공무원들의 압박과 회유가 상식과 도를 지나쳐 심각한 우려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한창 농사준비에 바쁜 농민들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를 하며 수시로 일터에 찾아와 농사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심지어는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거침없이 전화를 걸어 ‘지금 보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간다’며 협박하여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4대강 사업이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법적으로 보장된 이의제기의 권리마저 원천봉쇄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시정업무에 바쁠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상관이 없는 일에 동원되는 것은 아까운 행정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경기도와 지자체가 나서서 주민을 분열시키고 불신을 조장해 수십 년간 만들어온 공동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농민들의 절박한 생존권이 달린 상황을 악용해 기본적인 권리를 억압하고 부당한 정부정책에 협조하도록 강요하는 치졸한 짓입니다.
오늘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팔당의 농민들을 다시 한 번 우롱하고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유기농시범농장 조성사업을 위해 남양주시와 유기농가간 협약서를 체결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관이 나서서 추진하는 일이라고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협약서 체결 과정이 철저히 은폐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는 농민들 대다수는 바로 하루 전인 7일 휴대전화를 통해 참석요청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체부지 신청자 회의’라는 것 외에 협약서 체결이나 유기농시범농장조성추진위원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협약서를 체결한다면 어떤 내용인지가 사전에 고지되고 합의되는 것은 상식입니다. 또한 협약의 당사자가 남양주시와 추진위원회인데,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는지,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는 유기농시범농장 추진을 위한 협약서 체결이 당사자조차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불과 30분 만에 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은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단지 농민들을 들러리 세워 다른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협약서를 체결하기 전에 진행과정에 대한 모든 의혹을 철저히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기본도 갖추지 못한 부실한 협약서를 급조하여 체결하려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최근 남양주시가 캠퍼스 조성을 위해 서강대학교와 체결한 협약서를 보면 위치와 면적, 조건 등이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농시범농장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서에는 ‘사업 성공을 위해 상호 노력한다’는 것 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내용조차 모두 빠져 있습니다.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진정으로 농민들을 위한다면 실체조차 없는 추진위원회를 급조하여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협약서를 체결하는 대신,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2011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장소인 팔당유기농단지를 보존할 방법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셋째, 협약서 제2조 협력분야에 ‘을(유기농시범농장조성추진위원회)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제1조는 협약서의 목적에 대해 ‘경기도의 유기농업 발전 및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에 기여하는 것과 4대강 사업에 협조하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며 팔당의 유기농민들이 반발하자 ‘화학농법이 유기농법보다 친환경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만약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정부의 논리를 수용한다면 오히려 ‘유기농업 발전’이 아니라 화학농법 보급에 나서는 것이 친환경농업을 실현하고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닙니까? 유기농시범농장 조성 협약서에 생뚱맞은 ‘4대강 사업 찬성’ 조항을 끼워 넣은 것은 결국 팔당농민들의 입을 막고 족쇄를 채우려는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의도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엄중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또한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권력의 편에 서서 힘없는 팔당농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수십 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과 소중하게 지켜온 유기농업의 가치, 도농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팔당유기농업의 보존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