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시(23) - 退溪雜詠
지중추부사 등의 벼슬을 주고 봉급까지 주었다. 간간이 서울에 올라가서 홍문관 교리나 성균관 대사성의 일을 보았다.
도산의 고향 마을에는 조그만 실개천이 흐른다. 토계이다. 토계를 퇴계로 고쳐서 호로 삼았다. 이때 쓴 시를 모아서 ‘퇴계잡영’이란 이름으로 출간했다.
身退安愚分 신퇴안우분
學退憂暮境 학퇴우모경
溪上始定居 계상시정거
臨流日有省 임류일유성
몸이 벼슬에서 물러나니 어리석은 분수에는 맞으나
학문이 퇴보하니 늘그막이 근심스럽네
이 시내 곁에 비로서 거처를 정하여
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매일 반성함이 잇으랴
퇴계선생은 토계에 머물면서 생각날 때마다 시를 썼다.
그 시들을 모아서 ‘퇴계잡영’이라 하여 출간했다.
雜詠 - 뜻은 생각나는데로 읊조린다는 것이다. 한어대사전에도 같은 해석을 하면서
시의 제목으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예전에 교수님이 강의하실 때는 제목을 붙이지 않는
요즘으로 치면 ‘無題’라고 하는 것과 가깝다고 하셨다.
비슷한 말로 雜詩 라는 것도 있다.
이러저러한 흥취가 생겨 날 때, 특정한 내용이나 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일이나 사물을 만나면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시, 라고 했다.
퇴계 잡영을 보면 저절로 흥이 나서 쓴 즉흥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들을 분석해보면 즉흥시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이장우 교수님 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