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說】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
인식하는 모든 법은 본래로부터
언제나 스스로 적멸한 모습
불자가 이 도리를 행해 마치면
오는 세상 반드시 성불하리라.
위의 게송은 《법화경(法華經)》『방편품(方便品)』에 나옵니다. 이 게송은 법화경 사구게로 유명하여 불교의식집인 《석문의범(釋門儀範)》에도 실려 있기도 합니다.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제법(諸法)이란 모든 법을 말하는데 만법(萬法)과 같은 말로 유형과 무형의 모든 존재에 대한 인식현상을 말합니다. 즉 오근(五根)을 통해 인식한 것을 의근(意根)이 종합하여 하나로 만든 것이 법(法)입니다. 이렇게 인식된 모든 법은 성품이 공하기에 본래로부터 공한 모습입니다. 제법개공(諸法皆空)입니다.
적멸(寂滅)이란 Nirvāna. 열반(涅槃)의 역어이기도 합니다. 열반의 모습은 적정(寂靜)하여 일체의 상(相)을 여의었기에 적멸이라 합니다. 열반은 번뇌의 불길이 모두 꺼져 고요한 경계를 말하는데, 생사를 반복하는 윤회의 속박이 끊어진 안온한 상태를 말합니다.
적멸상(寂滅相)이란 일체의 상을 여읜 텅 빈 고요한 모습입니다. 상자적멸상(常自寂滅相)이란 본래 스스로 텅 빈 고요한 모습입니다.
우리가 무슨 사물을 보고 인식할 때는 근ㆍ경ㆍ식(根境識)을 가지고 봅니다. 즉 육근(六根)으로 그 대상인 육경(六境)을 보면 육식(六識)이 일어납니다. 이 십이처(十二處. 六根 + 六境)ㆍ십팔계(十八界. 十二處 + 六識)를 일체(一切)라고 하는데 이 일체는 우리의 인식 주관에 펼쳐지는 세계입니다.
우리는 육근으로 육경을 대할 때 대상에 집착하여 좋다-나쁘다는 간택심(揀擇心)을 냅니다. 차별적인 마음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착하여 허망한 탐착을 일으켜 가지가지 분별을 일으켜 번뇌 망상이 일어납니다. 좋으면 애착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싫으면 꺼리는 마음이 일어나고 심하면 분노가 일어납니다. 이와 같은 일은 대상에 끄달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제법이 공한 것임을 안다면 집착할 것이 없고 끄달릴 것이 없습니다. 공한 세계에는 나고 멸하는 것도 없고[不生不滅],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고[不垢不淨], 늘어나거나 줄어듦도 없다[不增不減]고 《반야심경》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현상계에서 일어났다 사라지고 요란하게 격동하여도 그 진실한 모습은 공하기에 고요한 적멸(寂滅)입니다. 본래로 스스로 텅 비어서 고요한 모습입니다.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
이 말씀은 불자(佛子)가 본래로 텅 비어 적멸(寂滅)한 이 도리를 닦아 깨닫는다면 오는 세상에 성불(成佛)하리라는 말씀입니다.
행도이(行道已)는 '도를 행하여 마친다'는 것이니, 즉 진리를 깨닫는 것을 말합니다. 제법이 본래로 적멸한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내세(來世)는 '오는 세상'이니 '다음 생'을 말하는데,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삼세 중 '미래세(未來世)'를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는 죽은 후에 올 '후생(後生)'을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 '내생(來生)ㆍ당래(當來)ㆍ당내세(當來世)'라고도 합니다.
작불(作佛)이란 '성불(成佛)'하는 것을 말합니다.
내세득작불(來世得作佛)이란 오는 세상에 성불(成佛)하리라는 뜻입니다. 이 구절을 해석함에 있어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는 세상이 바로 후생인지 두 생 뒤인지 여러 생을 지나서 인지 무수 겁을 지나서 인지 한정하지 않은 오는 세상입니다.
예를 들면 금강경 구경무아분(究竟無我分)의 한 구절
燃燈佛 與我授記 作是言 汝於來世 當得作佛 號 釋迦牟尼
연등불 여아수기 작시언 여어내세 당득작불 호 석가모니
"연등불께서 나에게 수기를 주시면서 말씀하시되,
'그대는 오는 세상에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며
이름을 석가모니(釋迦牟尼)라 하리라.' 고 말씀하셨느니라."
아득한 옛날 연등불 재세시에 석가모니처님이 보살로 계실 적에 선혜(善慧)라는 도인이 있었는데, 그때 연꽃 일곱 송이를 연등불께 공양하고, 또한 땅이 진흙땅임을 보고 가죽옷을 벗어 땅을 덮고 머리를 풀어 땅에 깔아 연등부처님께서 그것을 밟고 지나가시게 하였는데, 그런 인연 공덕으로 연등 부처님께서는 선혜 도인에게 위와 같이 수기를 주셨습니다. 그 후 91겁 후에 성불하신 분이 석가모니부처님입니다.
이렇듯 오는 세상[來世)]은 미래세로 그것이 언제다 하는 한정 없는 세상인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내세를 호흡지간(呼吸之間)으로 봅니다. 한 호흡 그 다음 호흡이 오는 세상 내세로 봅니다. 현재 이 순간의 다음이 내세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법이 고요한 적멸상(寂滅相)이라는 사실을 수행하여 부처님처럼 확철하게 깨달으면 그 순간 부처라는 것입니다. 내세득작불(來世得作佛)의 의미는 이와 같습니다.
점차법(漸次法)이든 돈오법(頓悟法)이든 적멸한 모습을 확철하게 사무쳐 알아 수행해 마치면 성불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 없는 망상으로 전도몽상(顚倒夢想)에 빠져 분별(分別)하여 망상(妄想)하고 집착(執着)하여 증애심(憎愛心)을 내며 일생을 허덕이며 살면 수억 겁이 지나도 성불의 기약은 없을 것입니다.
분별, 망상, 집착, 증애심이 사라진 고요한 평화, 열반의 적멸한 도를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백우 _()_ _(())_
첫댓글 감사합니다....._()_
감사합니다. _()_ _(())_
다시 가고픈 사찰 정취암 입니다.
백우님의 멋진 주련 해석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_()()()_
실은 처가에서 지척에 있으면서도 못 가 본 정취암을
먼 곳에 계신 보현님께서 순례하신 것을 보고 발심한 바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