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교육희망 운영위원 조성진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추석을 앞둔 초가을, 하늘 맑은 날에 만남을 가졌다. 준비팀의 몇차례 의논 끝에 2012년 9월 15일~16일까지 1박 2일로 진행된 회원대회의 주제는 ‘쿨하게 소통하자’였다. 우리 군산교육희망은 강연, 회의, 연대, 소모임 활동 등의 정기사업을 해왔지만 회원대회는 처음이었다. 이번 회원대회는 군산교육희망이 출범하고 3년 동안 진행된 활동을 점검하고, 회원사이의 관계, 역량을 높이기 위해 소통하는 방법을 함께 궁리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군산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자연학교 숙박시설을 임대하여 회원가족이 30여명 참석하였다. 교육희망 허브에서 풀뿌리 촉진자 과정의 일환으로 지역네트워크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어서 다행히 강사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날 행사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일하는 자발적 회원들의 제안과 참여를 통해 준비하였다. 대안교육모임을 이끌고 계신 강명희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쿨하게 소통하자’는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인간관계에서 소통에 대한 방법을 알아보고 또 그 방법들을 직접 실행해보자는 목표를 정했다. 모두 마음을 모아 프로그램을 짜고, 강사진을 섭외하고, 장소를 구하고, 밥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어쩌면 이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소통을 참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자기 역량대로 챙기는 모습들은 우리 군산교육희망의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순서는 경과보고, 허브특강, 소통법 강연, 신호등 카드, 댄스테라피, 나포들녁 산책 등으로 꾸렸다. 시간에 맞춰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매번 느끼지만 먼저 자리를 마련하고, 밥을 준비하고, 전체일정을 점검하는 회원, 모두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것이 보기에 너무 좋았다.
서장호 위원장님의 인사로 지난 상반기동안 진행한 군산교육희망의 행사와 운영을 보고하고, 허브에서 오신 권혜진 강사의 특강이 있었다. 협상을 주제로 특강이 진행되었고 놀이로 만날 수 있어서 더 흥미로왔다.
교육희망네트워크가 조직된 계기는 2008년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시민운동의 자발성에 대한 숙고에 있다. 시민운동의 자발성을 교육분야에서도 살려보자는 고민의 결과가 교육희망넷이다. 따라서 지난 3~4년 사이 놀랄 만큼 활성화된 교육희망넷의 조직력의 핵심은 중앙집권적 운영이 아닌 지역의 자발성에 있다. 타조직에 대한 우리의 강점과 변별성은 풀뿌리 지역조직의 자발적 의사결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이다.
허브에서 진행하는 촉진자 과정에 대한 안내를 받고 활동에 들어갔다. 미리 준비된 빈쪽지 20장, 연필 한 자루, 칼 한 자루. 참가자들을 3모둠으로 나누고 칼로 깍은 연필로 표기한 쪽지를 많이 갖는 조건으로 승부를 정하기로 했다. 3모둠이 협상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야되는 상황이된 것이다. 우리는 나름대로 결과를 도출해냈지만 내 몫을 움켜쥐고 타인의 승리를 경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허브강사는 다음과 같은 멘트로 특강을 정리했다.
오늘의 주제가 ‘쿨하게 소통하자’라고 되어있다. 소통은 서로가 win-win하는 방법이다. 나의 이익만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고민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직을 운영하며 소통하기 위해서는 나와 내 주변, 내 모둠의 이익만을 상정하지 말고, 조직전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토마스 킬만의 갈등 유형에 대한 설명과 점검도 있었다. 목적을 이루는 결과는 얻었지만, 관계가 파괴되어 얻어진 결과마저 의미 없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게 해주었던.....,. 지금도 기억에 남는 좋은 시간이었다.
한바탕 협상을 하며 고조된 분위기 뒤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군산시 청소년지원센터 김진호박사를 모시고 진행한 강연의 주제는 ‘소통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였다. 가족관계와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일상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나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하리의 창’과 함께 자기 점검을 안내한 강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최초로 맺는 인간관계는 ‘부모-자녀관계’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처음 형성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나침판과 모델로 삼는다. 부모와의 관계는 성장기 이후 어떤 형태로든 아이의 관계형성에서 재현된다. 그러나 정작 부모는 부모되는 연습을 하지 않고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결과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모델링을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높은 학업성취도를 갖는 아이, 꿈이 있는 아이, 예의바른 아이, 친구와 관계가 좋은 아이, 도덕적인 아이들 중 어떤 모습을 원하고 있는가?
인간관계는 머리로 맺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맺는 것이다. 부모와 맺는 관계양식은 아이가 성장하여 맺게되는 인간관계로 재현된다. 관계는 ‘나와 너’ 사이의 상호작용이고, 인간관계는 나의 욕망과 상대의 욕구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이다. 우리도 우리 부모와의 관계에 서 영향을 받았다. 아픔과 상처없이 관계를 형성해온 사람은 거의 드물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관계를 맺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통찰과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고통을 직면하고 그 고통을 내면에서 의식으로 끌어올려 나눌 때, 이후 관계에 충실할 수 있다. 자녀성장을 위한 소통에서 중요한 2가지는 공감과 경청이다. 공감을 얻으면 현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감은 자기존중감을 회복시킨다. 공감받지 못하면 감정적인 상태에 머물게 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이다. 공감을 위해서는 ‘~그러니까, ~했었어야지’ 라는 판단과,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앞서야 한다. 지적하고 충고하기 이전에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음을 느끼고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아이들의 자기존중감은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에게 존중받고 공감 받을 때 커진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부터의 관계를 위해서는 나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협상과 마음알기에 대해 배운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우리 군산교육희망은 행사 때마다 맛난 밥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항상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솜씨 좋게 차린 밥은 맛도 좋았다. 저녁을 나누고 둥글게 모여 않은 우리는 신호등 카드를 들고 군산교육희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털어 놓았다. 군산교육희망이 그동안 잘해온 사업과 아쉬운 부분,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사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털어 놓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앞으로 활동해야 할 조직차원의 정책과 소모임의 활동방향에 대해 뜻을 모았고, 또 새로운 소모임도 구성했다.
이렇게 분위기도 좋아지고 내용도 채워지는 밤, 텐스테라피를 통해 서로가 편안해지는 시간을 갖고, 거리감도 좁혔다. 그리고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 나포들녁이 정답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