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교육희망넷 회원 김선영
창립식 날, 축하하는 전국 각지 회원들의 문자에, 쪽배를 타고 풍랑에 기우뚱거리다 큰 배로 옮겨타는 기분을 느꼈달까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아이들’과 ‘미래’와 ‘행복’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사회를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힘이 났습니다. 시민운동으로서 순창 교육운동의 역사도 꽤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바른 교육을 위한 순창군민모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 등 이름과 형식이 바뀌어왔지만 그런 활동의 씨앗이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 “교육희망네트워크”로 다시 싹을 틔우게 된 것이지요. 십여 년 전, 공립 학원으로서 ‘인재숙’ 건립을 공약한 군수가 선출되었습니다. 교육적 목적이라기보다 인구 유입 정책의 하나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젊은 가정의 이농을 막고 전입을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군비를 들여 기숙 건물을 짓고 선발 시험을 거쳐 학생을 뽑아 무료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공립 학원’이라니, 이런 형용모순이 있을까요? 공공의 교육을 위해 곳곳에 학교가 있는 것인데 그 역할을 학원에서 하도록 군에서 세금을 대어 준다니! 누구나 다니며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차별 없는 곳, 학교는 실제로 야금야금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그 자리를 인재숙이 채우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인재숙에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오랜 동안 소수의 아이들에게 한 해 10억 이상이 투자 되는 것의 불공평함과 국`영`수 우수자를 ‘인재’라 하여 지원하는 것의 차별성, 학교에 대한 불신과 교사의 무력함.. 이루 말 할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지적을 하여도 높아진 대학 진학률, 전입해 오는 가정... 이것이 순창 교육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3만도 안되는 농촌에서 서울대 입학생이 나온다는 것이 온 군민의 자랑인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상대적으로 느껴져 온 박탈감과 열등감, 소외감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돌보지 못했습니다. 학벌과 경쟁 중심의 사회 문화 때문에, 교육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의 공(空)약을 실현가능케 했고 순창 교육이 서서히 무력해져 간 지난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는 동안 인재숙 으로 인해 재편된 교육 풍토가 굳어져 갔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에 ‘반대’하는 활동만으로 교육의 희망이 피어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순창이 이 세상과 담 쌓은 별천지가 아닌 이상, 미래를 보장해 줄 대학 진학이 목표인 부모의 욕심과 그것을 통해 실현하려는 아이들의 꿈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기껏해야 ‘-사’자가 붙은 몇 개의 직업 밖에 모르는 부모 세대가 무궁무진한 직업의 세계가 열려있다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가둘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행복은 대우나 보수가 좋은 일을 할 때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때라는 것을 우리의 활동이 나누고 확산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믿음으로 실천하는 활동을 하려 합니다. 그래선지 교육 때문에 불행한 나라, 등골이 휘는 나라에서 ‘교육으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슬로건이 참 좋습니다. 창립식에 특별 강연자로 오신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저희 활동의 든든한 우군이십니다. 작은 학교 통폐합은 절대 없을 것이다, 학교 폭력 학생부 기재와 같은 비인간적 교육은 절대 없을 것이다.. 등등 교과부의 압박과 갖은 소송에 온몸으로 맞부딪히며 아이들의 행복을 지키시려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소통과 협력이 살아있는 학교 모델을 혁신학교로 실현시켜 보도록 격려하고 지원하시기에 누구나 교육의 미래와 전망을 위해 들썩들썩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신 창립식에 저희회원들도 살짝 들떴습니다. 창립식 이후에도 매주 만나며 이런 문제는 누구랑 얘기해볼까, 이건 어떻게 해볼까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우선 2013년 과제 4가지를 정해서 논의한답니다.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청소년 쉼터 확보와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개발, 다양한 끼와 재능을 지원하는 인재숙, 다문화 교육의 질 제고 등입니다. 지금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무료한 삶에 동기를 부여하고 줏대 있는 삶을 고민할 수 있는 청춘 멘토링 토크콘서트를 열어보려고 적절한 강사를 섭외 중이랍니다.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의 활동 경험이 있으시면 조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순창에 틔운 작고 여린 싹이 아름다운 꽃으로, 큰 수목으로 자랄 때까지 함께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