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양천교육희망넷 회원 유혜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일입니다. 교육희망네트워크에서의 첫 날은 제게 그렇게 설렘과 기대, 두려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풀뿌리, 시민, 교육, 네트워크. 교육희망네트워크를 설명할 주요 키워드들은 제게 모두 낯선 것이었습니다. 풀뿌리이자 시민으로 살아왔으면서도 그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채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지내왔습니다. 십수년간 교육을 받고 오랜 기간 교육(사교육..헉!!)을 해왔으면서도 교육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타인과 소통을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왔으면서 네트워크는 그저 연결망 정도라고 생각해왔었지요. 그래서 제게 교육희망네트워크는 너무나도 생소하고 어려운 단체였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요, 그렇게 저는 무식하고도 용감한 채로 교육희망네트워크라는 세계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건으로 보자면 제가 일하기 전부터 근1년 간 진행됐던 2012교육개혁100인위원회 사업이 잘 마무리 되었고, 6개 지역 진보교육감을 한 자리에 모아내어 세기의 토크콘서트를 치러낸 교육희망회원대회가 있었습니다. 광주 첨단, 대전, 전북 순창에서는 새로운 교육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고요. 2013새로운교육실현국민연대의 한 주체로 참여하여 11월3일 범국민대회를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막가파 행보에 분노하고, 그에 맞서는 진보교육감들의 분투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사법부의 횡포에 치를 떨기도 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돌이켜보니 꽤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제가 떠올리고 싶은 기억은 기록에 남을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 조연희 집행위원장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된 교육희망넷의 지난 과정들은 제게 신선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그간의 교육운동의 역사 앞에서는 민중, 노동, 통일운동 등과는 또 다른 벅찬 감동을 받았고요. 때로는 열띤 토론으로 때로는 술자리에서의 이야기와 웃음으로 맺어진 사람들과의 관계는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종종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던 업무는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었지요.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서 경험이 부족해서 저지른 실수들도 있었고, 능력이 부족하여, 고칠 수 없는 성격상의 특성으로 인해 맞닥뜨렸던 여러 번의 난관도 있었습니다. 네트워크의 느슨함이 때로는 무기력하게 느껴졌고, 느릿느릿 처리될 수밖에 없는 결정구조는 한편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렇지만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아주 천천히,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런 제게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아직 어려운 조직이지만, 함께 하는 마음들 도움의 손길들이 많기에 그분들을 믿고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맡은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힘써볼 요량입니다. 사이비종교 신도처럼 ‘믿습니다’ 외치는 저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지 않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2012년,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2013년, 다가올 날들을 떠올리면 역시나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처럼 설렘과 기대, 두려움이 있습니다. 12월 19일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다시금 서울시교육감이 세워지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후, 그날의 국민들의 선택이 아무쪼록 현명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지난 6개월간 느꼈던 소소한 즐거움이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아무쪼록 얼마 남지 않은 2012년 마무리 잘 하시고, 2013년을 활기차게 준비하시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