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홍성남
새들이 날아다닌다. 나는 새를 몰래 보고 있다. 이건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창밖에 있는 사람들만 알고 너만 모르는 이야기,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쉴새 없이 이동하며 노래도 하고 짝짓기도 한다. 그런 새를 보고 있다. 나는 누구의 삶을 보고 있는 것일까. 새들은 언제나 우르르 몰려다니며 분주히 움직인다. 조용히 말을 걸고 싶지만 먹방을 보는 사람처럼 호기심을 눈으로만 읽는다. 나뭇잎에 부리를 씻던 새는 내가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앙증맞은 꽁지를 흔들고 있다. 저 새는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새의 의심 밖에 있다. 새의 오늘과 똑같은 오늘 속 오늘이 아닌 시간 속에 있다. 햇살이 무늬 없는 날개에 쏟아져 내린다. 아침을 찍어 먹고 슬픔을 찍어 먹고 웃으며 울던 날들이 지나간다. 아끼던 여름이 지나간다. 저 무대를 벗어난 새가 궁금할 때도 있다. 나도 누가 짜놓은 무대 안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무대 밖으로 나갔던 새가 돌아왔다. 소풍이라도 갔다 왔는지 나무 사이를 돌며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다. 훔쳐보고 있는 나를 누가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발표
홍성남 시인
2021년 《문예바다》, 《시와 사람》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