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의도한 일이 잘못되었을때 비속어로 쓰는 말 중에 하나가
'엿됐다 !' 잖아요....흠흠.~~ 이런 말을 쓰게될날이 오다니..ㅎ.ㅎㅎ
이번에 생강조청 만들면서...저도 모르게 '엿됐다'는 말을 써버렸어요..
그래도 품위와 예절을 아는 제가..이런 비속어를 쓰게 되다니..ㅎㅎㅎ
그러나....절대 비속어로 쓴건 아니고요...
생강조청을 만들다보니......저절로 제 입에서 '엿됐다'는 말이 튀어 나오더라구요..
그러니까..엿됐다..는 말의 어원은...
조청을 만들려고 했으나..자칫 가열시간이 초과해버려서...
엿이 되어버렸을때....하는 말이었다는걸.......제가 체험으로 깨달은 것이지요...ㅋㅋㅋ
지금부터..총 3일에 걸쳐 만든 생강조청 만들기 과정을 생중계해드립니다...^^
쌀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물에 불린후...2-3시간 물기를 빼고...고두밥을 찝니다...
원래 일 잘하시는 분들은 몸이 알아서 척척 하시는데...
저는 일하기 전에 먼저 며칠간 머리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한참 구상을 해본 후에야 시작이 됩니다..
경험이 부족한 탓이죠...
생강이 녹말도 많고하니 조청을 만들면 아주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는데...
이리저리 궁리 끝에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되었으니...
쌀을 담갔다는 것은..드디어 3일쯤 걸릴것으로 예상되는 대장정의 서막이 열린 것입니다...... 짜잔~~
그러남..맘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제대로 될지...쌀만 버리고 마는 건 아닌지...ㅎㅎㅎ 그래도 두려움을 떨치고....gogo~~
꿀생강차를 만들게 되면서 생강에 대해 알게되었는데요..
반찬할때..조금씩 넣는 야채 정도로만 여겼던 생강이...알면 알수록 보약중에 보약입니다.
생강에 대한 예찬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것 같아요..
"생강이 여자몸을 살린다."는 책도 있고...
생강으로 몸에 열을 내주어 암을 이긴다는 책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하여 결론...생강은 많이 먹어주자...우리 몸을 위해서...
특히 저처럼 몸이 찬 사람들에게는 생강이 잘 맞습니다..
제 몸에 잘 맞으니.....다양한 생강 활용법을 자꾸 자꾸 연구하게 됩니다...
우선 생강은 톡톡 분빌러서 바락바락 씻어야 합니다.
흙이 씻겨 나가고..가급적 껍질까지 벗겨 나가도록 씻은후...분쇄기에 갈아서
물 세양동이 넣고 팔팔 끓인후, 뭉근한 불로 2-3시간 끓여서 식혀줍니다...
고두밥 찌기 전에 완성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짜잔~~ 벌써 식혜가 완성되었네요...ㅎㅎㅎ
이렇게 간단하게 완성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ㅎㅎ
절대 이럴리가 없지요..
중간 과정 사진을 못 찍었네요...음~~
고두밥에 생강 끓인물, 엿기름을 넣고 삯힌 식혜입니다...
양이 적을때는 전기밥솥에 넣고 했는데...이번에는 양이 많아서
솥에 넣고 뭉근한 불로 9시간 정도 삵혔습니다.
식혜가 끓기 시작하는군요....이 물이 언제 다 좋아서 조청이 되려는지....
이렇게 센불로 계속 끓이면 안되구요..우선 팔팔 끊여서 거품을 걷어낸 후,
뭉근한 불로 하염없이 끓여줍니다...
낮 1시부터 끓이기 시작해서 새벽 2시쯤 되니 조청처럼 몰랑몰랑한 상태에 드디어 돌입하는군요...
이때부터는 바닥에 눌지 않도록 계속 저어주면서 뭉근하게 끓여야 합니다....
물에서 조청이되는 아주 짧은 순간이 있습니다.
수분이 모두 날라가고 조청으로 넘어가는 아주 짧은 순간인데....표면전체로 잔거품이 쏴아아아아~~ 번지며
부르르 떠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그리고 나면...표면이 잠잠해지면서...뽀글~뽀글~ 방울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합니다.....여기서 불을 꺼야하는 순간을 잘 결심해야합니다..자칫 방심하다가는...
'엿되어버리는 수'가 있거든요.....
시어머님 말씀이.. 주루룩 흐르다가 뚝 멈출때 불을 끄면 된다고 하셨는데...그 순간이 도대체 언제일지...
솥 옆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저어가며 주루룩~~뚝 !을 기다립니다...
엿은 조청보다도 한참을 더 고와야 합니다.
어머님 엿 만드실때 보니....조청에서도 한참을 더 달이시다가...가운데다가 주걱을 세워보아 주걱이 꼿꼿이 서면...
다 되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엿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주루룩 뚝!!! 주루룩 뚝!!!
그러나....그 섬세한 순간에 대한 판단은 참으로 주관적이고 허무맹랑하여 결단심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서 끌까..? 좀더 끓일까 ??? 한참을 망설이다....마침내...주루룩 뚝!!! 이라고 판단되는 순간에
불을 껐습니다.....그리고 바가지로 떠보는 순간......
그 때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엿됐다 !!! '였던 것입니다...
실패인가 싶어서 절망하려는 찰나...
어머님의 조청을 수십년동안 먹어왔던 남편이 나와서 맛을 보아줍니다....
' 야~~ 기가 막히다...완전 생강엿이네~~ !!!! '
' 음냐냐......나는 엿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란 말이오....으~~~~ '
다행히 완전히 엿 된것은 아니었고..........조금 더 달여진 생강조청입니다..
시중의 조청보다는 좀 되다고 볼 수 있는 상태....
먹어보니...진짜 생강엿 맛이 납니다......
엿은 이빨에 달라붙어 기분이 안 좋은데....이 조청은 이빨에 달라붙지도 않으면서...
맛이 둥글둥글하구요....맛이 달달하긴 한데..다 먹고나면 단맛이 입안에 전혀 남아 있지가 않네요....
물에타서 먹어보았는데...생강향만 나고..단맛은 전혀 안나서..깔금한 생강차 같아요...
아으~~ 이 전율....ㅎㅎㅎ
뭔가 완성했을때의 성취감이 밀려와...새벽 두세시가 되어도 피곤한줄을 모르고....
생강조청을 계속 찍어 먹고 있었습니다...
가슴속으로 쏴아한 생강향이....잔잔히 퍼져나갑니다...
이리하여...생강조청 완성이요~~~ ㅎㅎㅎ
첫댓글 2011년 10월 17일
지리산농부님!
축하드립니다,드뎌 해 내셨근요
맛 보여주세요, 부탁입니다
저도 궁리만하고있습니다
경과읽으면서 불끈 용기가 났는데
이내 소심해지네요,
저도 과감히 도전하게 맛 보여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