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드라반 마을학교에 이어 로티아나 마을학교까지
김 준 식(아시안프렌즈 명예이사장)
2009년 4월 (사)아시안프렌즈를 설립하고 난 후 홍정화 간사와 함께 그해 8월 15일 부터 26일까지 11일 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 4억 명) 인도를 방문하였다. 우리의 여행은 청년 학생들의 ‘나눔여행’을 시행하기 위한 답사여행을 겸했기 때문에 전 일정을 거의 배낭여행 수준으로 기획했고 실제로 여행일정 절반은 게스트하우스, 절반은 기차에서 숙식을 하였다. 나머지 식사도 게스트하우스 근처 실비식당에서 해결하였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배낭여행을 했기에 비록 고생은 했지만 살아있는 체험 여행이었다.
우리는 인도 최첨단도시 델리공항에서 내려 빠하르간지라는 곳에서 하루를 지내고 기차로 인도 동쪽 끝 콜카타까지 왕복을 여행했다. 보통사람들은 약 1개월 정도 걸리는 여행 코스를 우리는 11일간으로 축약해서 여행을 하다보니 좀 피곤하긴 했지만 반면에 옹골찬 여행이 되었다.
기차 여행 중간 중간 내려서 인도의 문화유적지와 자연, 그리고 농촌 오지마을과 빈민촌 등을 시간이 허락하는 한 구석 구석 돌아보았다. 불교의 성지 보드가야, 성스러운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 오지 시골마을인 오르차, 그리고 인도 최고의 문화유산 타지마할이 자리잡고 있는 아그라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달렸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인도는 "현대와 중세가 함께 공존하는 나라,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살아가는 나라. 신들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나라.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 찬란한 문화 예술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 그러나 세계에서 극빈자들이 가장 많은 나라, 그리고 무지 더운 나라" 라는 생각들을 하였다.
여행 중 우리는 인도 중부지역 마드야 쁘라데시 주 오르차 지역 시골 마을 꼴랄끼또리아, 찬드라반 마을을 방문하였다. 이 마을들은 옛 인도 왕자가 살았다는 ‘오르차 성’에서 오토릭샤로 약 30분 거리에 있었다.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인도에서 여행을 멈추다〉라는 책을 통해 이 마을들의 이야기를 이미 읽었고, 이 책의 저자 왕소희 작가로부터 '람'이라는 인도 청년을 소개받았다.
‘람’은 인도 뭄바이에서 자라 대학을 마치고 농촌봉사활동을 하는 청년이었다. 그는 미리 연락을 받아서 그런지 매우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우리가 방문한 마을들은 좀 황량했고, 황무지 위에 흙벽돌로 만든 움막같은 집들이 여기 저기 작은 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논도 밭도 없는 이 마을 사람들은 변변하게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초라한 움막에 살고 있었다. 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인근 관광지 오르차에 나가 건축 일을 거들거나 심부름을 하고 받아오는 작은 푼돈(월 1~2만 원)으로 4 명 정도의 식구들을 한 달 동안 먹여 살리는 극빈(Extrem Poverty)자 들이었다.
황량한 마을 한 복판에 그나마 운치가 있는 작은 바위 언덕이 있었는데 마을 청년들이 그 바위 언덕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작은 환영회를 열어 주었다. 환영회에서 마을 청년들은 오색풍의 인도 전통 옷을 입고 우리에게 그들만의 춤을 보여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춤은 오르차를 방문한 외국인들을 이 마을로 초대해서 보여주는 ‘선샛 뮤직쇼(Sunset Music show)’라는 일종의 농촌문화 공연이었다.
마을을 돌아본 후 우리는 이 마을 촌장 집을 방문하였다. 촌장은 흰수염을 길게 느려 뜨린 노인이었는데 나중에 따져보니 내 나이보다도 어린 50대 후반이었다. 그리고 그가 사는 집은 마치 토굴같은 흙집이었다. 무더운 여름 햇살 밑에서 촌장과 ‘람’과 우리 일행은 마을이야기와 마을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등등에 관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촌장과 ‘람’은 우리에게 이 마을에는 학교가 없어 아동들이 대대로 글씨를 모르고 살고 있으니 작은 학교라도 있으면 글씨를 배울 수 있고 글씨를 읽고 쓸 수 있으면 인근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람’은 우리에게 이 마을에는 마침 어떤 서양 관광객의 도움으로 지은 약 10평 정도의 비어있는 작은 벽돌집이 있으니 교사와 약간의 교재도구와 아이들이 사용할 학용품만 있으면 작은 학교를 운영 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학교 운영비는 교사 1인 월급 10만 원, 교재비와 학용품비 월 10만 원, 아이들 간식비 월 10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이 마을에는 약 70 명 정도의 아동들이 있고 매월 30 만 원이면 이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는 한국에 돌아가서 아시안프렌즈 회원님들과 상의해서 학교 운영비를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마을을 떠났다.
우리는 인도 답사영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아시안프렌즈 이사회와 회원들과 상의해서 인도 오르챠에 학교 운영비 월 30만원을 보내기로 결의하고 즉시 그 다음 달부터 송금을 시작하였다. 이후 찬드라반 학교는 현재는 2011년 인도 주정부가 정식 공립초등학교로 인준하여 운영하고 있고, 그 후 우리는 운영비가 아니라 아이들 영양간식비, 교재비, 학용품비 등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겨울에는 청년학생 해외 봉사단을 파송하여 마을 봉사활동과 마을 축제를 열고 있다.
아시안프렌즈는 2017년에 이웃마을 로티아나에 두 번째로 작은 학교를 열었다. 지금은 비록 닭장을 개조하여 교실로 사용하지만 이 학교는 50 여명의 이 마을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안겨주는 꿈의 학교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