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경북 경산의 한 CU 편의점 알바 노동자가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새벽시간, 비닐봉투값 20원으로 손님과 시비가 붙었다가 벌어진 일이라지요. 보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인 BGF 리테일은 사건 직후부터 유족들로부터 대책 마련을 요구받았지만 100일이 지나도록 연락 한 번 없었다고 합니다. 본사는 가맹점주 책임이라는 태도인 듯 합니다. 알바를 고용한 것은 점주이지 본사가 아니라는 이유죠.
많은 청년들이 편의점 알바로 일합니다. 일할 때도, 해고될 때도, 사고당할 때도, 다 혼자죠. 하지만 전국 수천 수만 편의점마다 혼자인 알바들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합니다. 최저임금도 겨우 받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같습니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히 나는 혼자야. 그런데 나와 같은 혼자가 너무 많아.”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는 24시간 영업을 내세워 골목 상권을 차지했습니다. 전국에 영업망을 가진 대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점주 혼자 24시간 일할 수 없으니 알바 채용은 필수죠. 본사 수익의 원천은 결국 알바 야간 노동입니다. 그런데 알바 안전사고의 위험은 모두 점주에게 돌립니다. 본사는 계약의 외형을 내세워 알바들에 대해 노동법상의 책임을 피해갑니다.
편의점 알바들에게 안전조치가 취해지려면 골목 편의점 점주가 아니라 본사가 움직여야 합니다. 새벽영업해봐야 위험하기만 하다면 지금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도 점주가 셔터 내릴 수 있게 가맹계약을 바꿔야겠죠. 최소한 알바가 카운터에서 나와 피할 수 있게라도 본사 부담으로 편의점 구조를 바꾸든지, 경비업체 긴급출동체계라도 완벽하게 갖춰놓든지, 새벽 영업시에는 안전을 위해 최소 2인 근무를 할 수 있게 수수료를 낮춰주든지, 무엇이든 본사가 움직여야 바뀝니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맥도날드 본사에 대해 가맹점 노동자들의 임금과 부당해고 등 노동조건에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요?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합니다. 비정규직도 알바도 예외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알바들은 점주가 고용했지 본사가 고용한 것이 아니라는 계약의 외형 때문에 본사를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박근혜 탄핵 이후 자신의 삶이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경쟁과 생활고에 내몰렸던 청년들, 촛불혁명의 주인공들이 다른 미래를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헌법에 따라 “모든 노동자에게 완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편의점 알바들이 자신들의 노동조건과 안전을 놓고 노동3권을 행사해 본사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하고 단체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알바들 자신의 손으로 이런 사고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비통한 사고를 당하신 분과 가족들께 하루 빨리 본사의 합당한 사과가 이뤄지고 대책이 실행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