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 제 57회
"그래, 네 말도 맞다. 마음속 '愛ㄴ'이다. 그리고 슬픈 '哀ㄴ'이다...." 황진이는 눈가를 찍었다.
"저렇게 마음은 콩 밭에 가 있으니까, 언니 Darling께서 한눈을 팔지. 호호호"
"한눈 팔면 뭐하니!? 맨 날 헛발질만 하는데....호호호"
"그럼 헛발질 안하고 제대로 걸리면 언니, 인정해 주겠어!?"
"언니 성깔에 그러고도 남지, 호호호 자, 그럼 난 염라대왕 녹이려 간다...언니, 고마워 스릴을 즐기게 해줘서...호호호"
나는 마르린 몬로의 곁에 바짝 붙어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그녀와 거리로 나와 염라 궁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내 눈에 낯이 많이 익은 어떤 남자귀신이 그녀를 불렀다.
"어머, 윤 선생님!!"그녀는 반색을 하며 그 귀신을 반겼다. 그런데?! 윤선생!? 아~ 참, 그렇구나, 그 남자귀신은 줄리엣이 완전히 그 미모를 회복하던 날, 그녀와 세종대왕이 데이트를 하러나가는 그 뒷모습을 보고 말없이 병실을 나가던 그 윤극영 선생이었다.
"난 지금 Mrs 몽땅 만나러 가는 길인데...."
"어머, 그러세요. 그럼 어디로 들어갈까요!? 저도 선생님이 뵙고 싶었어요. 호호호"
"어머! 사무실을 내셨어요!? 어떤 일을 하시는데...!?"
우리는 윤선생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그곳엔 -공인중개사 윤극영 사무소-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어머나, 부동산 사무실을 하시는 군 요. 선생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인데요."
"뭐 부동산과 어울리는 귀신이 따로 있나!? 애정을 가지고 임하다 보면 천직이 되겠지...하하하" 윤선생과 그녀는 접대용 소파에 마주 앉았다. 나 역시 그 곁에 바짝 붙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파라다이스1번 가는 이승, 그 자본주의 체제와 비슷해서 역시 돈이 상전이야, 그리고 돈 하면 부동산 아닌가!?"
"맞아요, 역시 돈은 부동산 이예요. 그래서 증권에 빠지면 징징 울릴 생기고 땅을 사두면 땅땅거리고 잘 살게 된다는 것 아닙니까? 호호호"그녀는 저승에 올라온 즉시 복부인부터 시작해서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었다.
그렇게 돈을 벌어 -외상은 절대 안 돼!!-라는 간판을 걸고 파라다이스 1번 가에서 제일 호화롭고 큰 술집을 했었다. 그랬기에 지금 그녀는 시쳇말로 남는 것은 시간이고 넘치는 것은 돈이었다. 더구나 끼가 다분하기 때문에 황진이의 염라대왕 녹이기 작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 세종께서 전격적으로 발표한 이승과 저승과의 자유왕래가 시작되면, 파라다이스 1번 가 주변 땅값이 많이 오를 것 같아...!?"
"아하~ 보안관이 발표한 그 추진계획 말이지요!?.... 맞아요. 땅 값 오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 예요. 그래서 저도 어디 마땅한 땅이 없나!? 하고 물색 중이었는데 잘 됐네요. 어디 좋은 땅 있어요!? 왕년에 제 솜씨 발휘해서 한 탕하게....호호호"
"하하하 역시 고기도 먹어 본 귀신이 잘 아는군 하하하" 하면서 윤선생은 개발계획 도면을 펼쳐들었다. 그렇다면, 윤선생은 어떤 연유로 부동산업을 시작한 것일까? 나는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
윤선생은 내 궁금증을 풀어 줄 요량인지 손가락으로 도면 이곳 저것을 가리키며,
"자 보라고, Mrs 몽땅, 바로 이곳이 이승과 저승이 자유왕래가 실시되면 들어설 우주항공터미널 부지야, 그리고 이곳은 만남의 광장, 그리고 이곳은 이승의 로마시와 똑같은 신도시를 건설 할 계획이야. 크기는 이승 그것의 백만 배고...."
"어머, 로마 시를요!? 이승그리스와 로마 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색 창연한 도시 로마시를 저승에도 건설한다는 말 이예요!? 어머 멋져~"
"그렇지, 내가 부동산 사무실을 낸 이유가 뭐냐 면...!?"
"저도 궁금한 것이 바로 그거예요. 시인과 부동산업은 잘 안 맞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