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시작은 300만~500만년 전. 이후 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인류가 됐다. 인류의 몸에서 핵심은 두뇌.
기껏 400㏄에 불과했던 뇌가 1400~1800㏄로 커졌다. 몇 배로 커진 뇌는 인간의 행동과 감정, 판단 등 모든 중요한 것을 관장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은 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느끼고 판단한다. 문제는 지금껏 많은 경영 이론들이 인간의 뇌를 무시하고 만들어졌다는
것. 뇌를 잘못 이해한 경영 이론들이 범람했다. 뇌과학자들은 이런 이론들을 향해 `(선정적인)두뇌 포르노`라고 비난한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새 뇌과학은 눈부시게 발달했다. 덕분에 기존의 낡은 경영 이론은 하나둘씩 쓰레기통에 들어가고 있다. 스콧 베리나토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선임 편집자는 "최근 뇌과학 분야의 발전은 기업 경영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MBA팀은
뇌과학 분야의 떠오르는 석학인 애덤 웨이츠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뇌과학 이론을 경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직원에게 보상하는 방식, 의사결정에 직감을 활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업이 투명성ㆍ공정성을 높이면 직원의 뇌는 큰 보상을 받은 것처럼 인식한다"며 "이를 활용하면 돈에 초점을 맞춘
보상체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직원에게 보상하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웨이츠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뇌이론을 경영에 잘못 적용한 사례가 많다. 좌뇌ㆍ우뇌 이론이 대표적이다. 소위 경영의 대가들도 좌뇌ㆍ우뇌
구분을 맹신한다.
"(좌뇌는 직관, 우뇌는 분석을 담당한다는)좌뇌ㆍ우뇌 이론은 너무나 과도한 단순화다. 뇌의 특정 영역이 전담해
관장하는 심리적 기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직관은 뇌의 왼쪽 영역이, 분석은 뇌의 오른쪽 영역이 관장한다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 모든
심리적 프로세스는 좌뇌와 우뇌에 걸쳐 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작용해 처리된다."
웨이츠 교수 등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 활동을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뇌의 여러 부분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심리적 기능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담당한다는 식의 이론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운명이다.
-두뇌 속 네트워크는 어떻게 발견했나.
"적어도 15개의
네트워크가 있다. 복잡한 분석을 통해 발견했다. 예를 들어 보너스 같은 보상을 받으면 뇌의 어느 영역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는지 조사했다. 이런
영역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보상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봤다. 디폴트ㆍ보상ㆍ느낌 전달ㆍ통제 네트워크 등이 있다."
◆ 혁신에는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
생각 없이 멍한 상태로 조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은 누구나 있다. 저절로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이런 순간을 `유레카 모멘트(Eureka moment)`라고
한다.
의식적으로 머리를 쓰지 않았는데도 두뇌는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까. 멍하게 있는 순간에도 두뇌의 일부
영역들은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이다. 이런 영역을 묶어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유레카
모멘트와 디폴트 네트워크는 어떤 관계인가.
"디폴트 네트워크 덕분에 (조깅 또는 심지어 업무 중에도)우리의 마음은 지금과 다른
시간ㆍ장소ㆍ상황을 떠돌아 다닐 수 있다. 이런 능력을 `초월`이라고 부른다. 덕분에 두뇌는 지금 우리가 속한 장소ㆍ시간을 뛰어넘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유레카 모멘트는 옛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비중의 원리를 떠올린 데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기쁨에 겨워 `유레카`라고 소리쳤다. 아마도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 물을 받으며 멍하니 있었을 것
같다. 갑자기 그의 디폴트 네트워크가 작동해 비중의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직원들이 당장의 업무에만 집중한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할 것 같다. 뇌가 초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 (당장의 업무와 같은)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 뇌를 완전하게 단절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의 마음이 다른 시간ㆍ장소로 넘어갈 수 있다. 회사가 직원들의
이메일ㆍ전화기를 아예 꺼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사무실과 직장 동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여행을 보내는 것도 좋다. 구글의 `20% 타임`
정책도 권할 만하다."
구글 직원들은 주 5일 근무 중 하루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 적어도 하루는 기존 업무로부터
자신의 두뇌를 단절시키는 셈이다. 마케팅 회사인 매덕 더글러스도 직원들에게 1년 중 100~200시간은 업무에 자유를 준다.
-20% 타임 정책이면 충분할까.
"직원에게 부여된 20%의 시간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어떤 직원들은 기존 업무로부터 충분히 단절되기 위해서는 `20% 타임` 이상이 필요하다."
◆ 공평성ㆍ투명성 자체가 보상이다
우리 두뇌가 느끼는 행복감과 기쁨을 측정하는
도구가 있다. 헤도노미터(hedonometer)라는 행복도 측정기다. 과학자들은 헤도노미터를 활용해 뇌에서 금전적ㆍ비금전적 보상을 관장하는
`보상 네트워크`를 찾아냈다.
-공평성ㆍ투명성은 뇌의 보상 네트워크를 켜는 구실을 한다고 했다. 회사의 공평성과 투명성을 높이면
마치 보너스 지급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 같다.
"보상을 받으면 뇌는 행복감을 느낀다. 뇌에서 보상의 네트워크가 켜지기
때문이다. 공평성과 투명성을 높여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공평성ㆍ투명성 향상은 돈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동기
부여 효과도 있다고 한다."
미국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는 임금 체계가 공평하기로 유명하다. 고위 경영진의 임금은 회사 평균의
19배 이내로 제한된다. 미국 대기업 평균인 100배에 비하면 매우 공평하다.
웨이츠 교수는 "이처럼 공평한 임금 체계 정보를
외부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뇌에서 보상 네트워크는 켜진다"고 밝혔다.
-목표 설정 역시 보상 네트워크와 관련 있다고 했다.
덜 엄격한 목표에 보상 네트워크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게 뜻밖이다.
"보상 네트워크는 음식과 같은 기본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공정함, 행복감, 목표감 등 비물질적인 보상에도 모두 반응한다. 그러나 엄격한 목표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지나치게 도전적이며 구체적인 목표는
유해하다. 일에 대한 호기심을 줄이는 데다 유연한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목표가 동기 부여에 방해가 된 사례로 웨이츠
교수는 제너럴모터스(GM)를 제시했다. 2000년대 초에 GM은 시장점유율 29%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GM은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보다는 광고와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훼손됐다는 게 웨이츠 교수의 주장이다.
-비금전적
보상에 뇌의 보상 네트워크가 강력하게 반응한다고 당신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돈을 안 쓰고도 직원들에게 보상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 돈은 비용은 많이 들고 효과는 떨어지는 인센티브라는 것을 시사한다. 공평함과 투명성 제고 등의 비금전적 보상은 훨씬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많은 회사들이 깨닫고 있다."
◆ 불안한 예감에 좀 더 관심을
경험
많은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직감으로 위험을 감지한다. 밟고 있는 마룻바닥이 이상해 화재 현장에서 뛰쳐 나온 직후에 마루가 무너졌다는 경험담을
얘기한다.
어떻게 소방관은 위험을 직감할 수 있을까. 소방관의 뇌가 과거에 위험한 상황을 경험할 때마다 `위험한 느낌`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기억해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우리 뇌에서 직감을 담당하는 부분을
`느낌 전달 네트워크`라고 한다.
-우리 뇌가 보내는 직감의 신호를 믿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직감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직감에는 긍정적 직감도 있다(예를 들어 과거 수차례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한 CEO의 두뇌는 M&A에
`성공의 느낌`이라는 긍정적인 꼬리표를 붙인다. 그래서 새로운 M&A 상황에 직면하면 성공의 직감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인간은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직감을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다. 긍정적인 직감은 삼가야 한다.
반대로 인간은 (위험한 느낌과
같은)부정적인 직감은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분노와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느낌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리더가
과도한 자신감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 He is…
애덤 웨이츠(Adam Waytz)는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를, 시카고대학교에서 심리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명한 심리학회인 인성사회심리학회에서 이론혁신상을 두 차례 받은 최초의 학자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수여하는 `전미 리서치 서비스 어워드`도 받았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