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배출 정수슬러지서 다량의 비소·불소 검출 계기로 관련법 개정 요구 거세
서울시 배출 정수슬러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비소와 불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이 참에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유해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정수슬러지가 지금처럼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가볍게 처리되는 것을 막으려면 ‘폐기물관리법’이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수슬러지는 수돗물 생산 과정(침전 및 역세척공정)에서 원수를 맑게 하기 위해 황산알루미늄(Alum), 폴리염화알루미늄(PAC), 소석회 등 화학물질을 응집제로 투입한 이후 거른 무기성 찌꺼기로, 다량의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정수슬러지는 오래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해물질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는 ‘악성폐기물’로 의심돼 왔지만 배출업자가 수도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한국환경단체협의회 소속 (사)환경과사람들이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와 정수슬러지에 대한 공동 성분 분석에 합의하고, 8월 16일과 17일 ‘서울대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이 시료를 채취·분석, 서울시 산하 6개 정수장 모두에서 비소(기준치 25mg/kg)와 불소(기준치 400mg/kg)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음을 확인했다.
▲ 서울시 강북정수장 정수슬러지 발생 모습. |
특히 6개 정수장 중 2개 정수장에서 비소의 경우 최고 54.27mg/kg, 불소는 최고 801mg/kg이 검출되는 등 유해물질이 2배 이상 초과 검출돼 우려를 키웠다.
폐기물관리법 제17조에 따라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특별관리해야 마땅한 이 같은 정수슬러지는 배출업자의 의무사항 중 지정폐기물 해당 여부를 ‘폐기물공정시험(용출시험)’에 따른다는 규정으로 인해 단순한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성·복토재나 시멘트 부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환경과사람들 최병환 대표는 “폐기물관리법 제17조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유해물질의 함유량에 따라 지정폐기물 여부를 확인하라고 돼 있다. 그런데 폐기물공정시험 상 용출시험으로는 유해물질의 함유량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없다. 명백한 폐기물관리법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더군다나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수도사업자들은 현행법이 배출자에겐 용출시험 외에 함유량시험을 하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고, 성복토재나 시멘트원료로 재활용하려는 재활용업자에게 함량시험 의무를 떠 안기고 있는 상태”라며 “이번 서울대 분석 결과 지정폐기물 지정 수준의 유해물질이 검출된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배출업자가 함량시험을 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환경부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의 의무사항 일부가 폐기물 배출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될 우려가 있어 폐기물관리법 본법의 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유해성 함량분석은 재활용 방법(성토재, SRF, 부숙토 등)에 따라 분석방법 및 항목이 다르며, 재활용하는 자가 다수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경우 배출자의 사전·분석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는 자가 위탁받은 폐기물의 유해성에 대한 사전 분석결과를 위탁자(배출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 방식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정수슬러지처럼 배출업자가 지자체나 국가기관이고 재활용 방법이 한정적인 경우 배출업자에게 함량분석 의무를 지우는 방안도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수슬러지는 서울시에서만 하루 300톤, 한 해 8~10만여 톤이 발생하며, 전국적으로 연간 40~50만여 톤이 발생한다.
김정문 기자 et1@ecotig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