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解題)
화엄경에 대하여
「 입법계품(入法界品)」은 선재(善財)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며 끝없이 펼쳐 가는
구법(求法)행각을 그린 품으로서 전체『화염경』중에서 사분의 일이 넘을 정도로 양이
대단히 많고 따라서 매우 중요한 품입니다.
부처님의 크고 바른 깨달음과 시공을 초월하여 두루해 있는 온 우주의 실상(實相)인
비로자나 부처님의 세계를 부여주는 경전인『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즉 흔히 말하는『화엄경』의 마지막 부분이 바로 이「 입법계품」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화엄경』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불교는 어느 경전을 보아도 무심하게 제목을 삼은 경우가 없습니다.
다른 종교의 경전을 보면 중요한 사람 이름이나 문장 첫머리에 나오는 단어를 따서,
'마태 복음'이나 '학이편(學而篇)' 식으로 제목을 달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경전의 전체 뜻을 요약하여 제목에 함축시켜 놓았습니다. 그러므로 제목만 보아도
그 경전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대부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글자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절대적으로 크고(大), 표준이 되어 변함이 없으며(方), 모든 것을 널리 포함하고(廣),
인생과 우주 만상을 깨달은 사람(佛)이 되며, 마음 속의 온갖 능력을 한껏 꽃을 피우며(華),
온 우주의 사물 하나하나마다를 이 아름다운 부처의 꽃으로 장엄(嚴)하고, 이러한 절대적인
진리를 담아내는 그릇(經)이다."라는 것입니다.
『화엄경』은 세 종류의 한문 번역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
359~429, 각현(覺賢)을 번역됨)가 418년~420년에 걸쳐서 번역한 『60화엄경』이 있습니다.
동진(東晋)시대에 번역하였다고 해서 진경(晋經), 또는 먼저 되었다고 해서 구경(舊經)
이라고 합니다. 모두 60권 7처 8회 34품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당(唐)나라 695년~699년에실차난타(實叉難陀:652~710),
즉 희학(喜學) 삼장이 번역한 『60화엄경』이 있습니다. 당의 여제 측천무후(則天武后)는
대승불교에 깊이 귀의하여 불법을 널리 폈는데 『60화엄경』의 미비함을 알고 이를
보완하려고 고심하던 중 우전국(于전國)에 범본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본과 사람을 모셔오게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실차난타인데 범어 4만 5천 게송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측천무후는 번역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80화엄경』의 서문을 직접 쓰기까지
하였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마는 불교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중국 화엄종의 제 3조 현수법장(賢首法藏)도 그 번역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당나라 때에
번역되었다고 하여 당경(唐經) 또는 신경(新經)이라 하여 우리 나라의 전통 강원(講院)에서
교재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모두 80권으로 7처(處) 9회(回) 40품(品)으로 대별합니다.
『40화엄경』은 반야(般若) 삼장(三藏)이 당(唐)나라 정원(貞元) 년간 795~798년에
번역하였습니다. 이 번역에는 중국 화엄종의 제 4조 청량징관(淸凉澄觀) 대사도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입법계품」한 품 만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화엄경』의 일부분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대부분『80화엄경』을 가지고 신행의 근본으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80화엄경』의 구성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엄경』이 설해진 장소는 모두 일곱 장소입니다. 지상의 세 곳과 하늘의 네 곳입니다.
설법을 한 횟수는 모두 아홉 번이며 총 품수는 마흔입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7처 9회
40품이라고 합니다. 대개는 7처 9회 39품이라고 하는데 그 까닭은 마지막 품인
「보현행원품」을 언제부터인가 따로 떼내어 별개로 취급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포함하여 완전하게 40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6년간의 고행을 끝내시고 마가다국의 니련선하(尼連禪河)가에 있는 보리수
아래에서 납월 8일 샛별이 떠오르는 순간 마음이 환하게 열렸습니다.그 동안에 가지셨던
온갖 의문이 풀리고 우리들의 인생과 마음의 진실과 삼라만상과 우주의 실상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금강보좌(金剛寶座)라고도 하고 보리도량(菩提道場)이라고도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닫고 난 뒤 가장 먼저『화엄경』을 3 .7일 동안 설하였다고 전통적으로
교상판석을 합니다. 그러므로 깨달은 그 보리도량에서 온 우주에 진리 당체로 변만해 있는
비로자나(毘盧자那) 부처님의 성불(成佛)을 그린 것이 제 1회에 설한 여섯 품입니다.
「 세주묘엄품」,「여래현상품」,「보현삼매품」,「세계성취품」,「화장세계품」.
「비로자나품」으로 전체 『화엄경』의 서론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 제 2회는 보리도량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보광명전에서 설한 여섯 품입니다.
이 제 2회 설법에서부터 제 8회 설법까지는 보살이 성불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 2회 설법의 각 품 이름은「여래명호품」,「사성제품」.「광명각품」,「보살문명품」,
「정행품」,「현수품」으로 보살이 성불해 가는 대승 52위(大乘五十二位) 중 가장 기초 단계인
십신(十信)에 해당되는 법문입니다.
그 다음 3회부터는 하늘로 법회가 옮아 갑니다. 먼저 욕계 6천의 제 2천인 도리천궁에
올라가서 한 설법으로 「승수미산정품」,「수미정상게찬품」,「십주품」,「범행품」
「초발심공덕품」,「명법품」의 여섯 품입니다. 대승 52위 중 십신 다음의 수행 단계인
십주(十住)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또한 이 도리천은 부처님께서 일찍이 이 곳에 올라가서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 밑 보석전(寶石殿)에서 석 달 동안 안거하시면서 어머니
마야 부인을 위해 설법을 한 하늘로도 유명합니다.
제 4회 설법은 욕계 6천의 제 3천인 야마천궁(夜摩天宮)에서 설한 것으로「승야마천궁품」,
「야마궁중게찬품」,「십행품」,「십무진장품」의 네 품입니다.
이 품의 내용들은 십행(十行)에 해당됩니다.
제 5회 설법은 욕계 6천의 제 4천인 도솔천궁에서「승도솔천궁품」,「도솔궁중게찬품」,
「십회향품」의 세 품을 설하였는데 십회향(十廻向)에 해당되는 법문입니다.
이 도솔천은 미륵보살이 하늘나라 사람들을 제도하면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남섬부주에
하생(下生)하기를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하늘입니다.
그 다음 제 6회 법회는 욕계 6천의 6천인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에서 설한 것으로
「십지품」한 품입니다. 타화자재천은 욕계 6천 중 가장 높은 하늘입니다.
그리고 이「십지품」은 이름 그대로 보살의 수행 과정 중에서 거의 성불에 이르러 간
십지(十地)를 설명하고 있는 매우 수준높은 품으로 범어로 된 원문이 전하기도 합니다.
또한『화엄경』이 결집되기 이전에는『십지경』이라고 불리며 독립된 경전으로서 체제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제 7회부터는 법회 장소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 옵니다. 2회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보광명전에서 「십정품」,「십통품」,「십인품」,「아승지품」,「여래수량품」
「보살주처품」,「불부사의법품」,「여래십신상해품」,「여래수호광명공덕품」,
「보현행품」,「여래출현품」의 11품을 설하였습니다. 이 품들은 성불에
거의 다 이르러 간 등각(等覺)의 지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 8회 법회도 역시 보광명전에서「이세간품」한 품을 설하였는데 보살의 수행 계위 중
마지막 단계인 묘각(妙覺)에 해당되는 법문입니다. 그러므로 2회, 7회, 8회, 모두 세 번을
보광명전에서 설하였습니다. 이상 2회부터 8회의 설법까지는 보살이 성불해 가는 과정을
나타내는 대승 52위에 하나하나 배대(配對)를 시킬 수 있으며 전체『화엄경』의 본론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9회의 설법 장소는『금강경』과 『능엄경』이 설해진 급고독원(給孤獨園)
입니다. 기타 태자와 급고독 장자의 지극한 신심이 어우러져서 이룩된 급고독원은 바로
실라벌 나라의 서다림 숲에 있는 기원정사입니다. 거기서 마지막 두 품인「입법계품」과
「보현행원품」이 설해졌습니다. 이 품에서 선재(善財)라는 한 평범한 인간이 성불해 가는
과정을 설하는 것으로 이것은 바로 중생(衆生)이 성불하는 과정을 가르쳐 주는것입니다.
마지막 9회의 설법은 전체『화엄경』중에서 결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화엄경』80권은 부처(佛)와 보살(菩薩)과 중생(衆生)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성불(成佛)하는 진실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화엄경』을 일러 완전무결한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일승원교(一乘圓敎)라고 하고, 또한 인류가 남긴
최대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하고 있습니다.
해제解題부분은 분량이 좀 많았습니다.
다음 회 부터는 읽기에 지루하시지 않게 조금씩 올려 드리겠습니다.
날마다 웃음 가득한 부처님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