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다해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9월 27일)
*제1독서: 욥기 3,1-3.11-17.20-23 (어찌하여 하느님께서는 고생하는 이에게 빛을 주시는가?)
*복음: 루카 9,51-56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
찬미 예수님, 제가 후평동본당에 발령을 받고 주교님과 면담 자리에서 ‘본당의 빈첸시오회’를 각별하게 신경쓰라는 말씀을 들은 바 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저희 본당에 두 개의 빈첸시오협의회가 있으며, 회원들 중에 교구 임원으로 활동하는 신자들도 있으니 잘 활성화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착한목자협의회’와 ‘안토니오협의회’ 회원들이 주일마다 물건을 판매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기뻤습니다.
얼마 전에는 빈첸시오협의회 지구이사회가 저희 본당에서 있었는데, 제가 담당사제라 회의에 참석해 여러가지 얘기를 들었습니다. 각 본당의 사정에 따라 나름대로 열심히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돼서 흐뭇했는데, 거의 모든 본당에서 신규 회원 모집이 오랫동안 안되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주로 활동회원들의 물품판매나 후원회비를 통해 활동비를 마련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어려운 경우에는 본당에서 직접 활동비를 지원받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빈병이나 신문 등등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판매해서 활동비를 손수 마련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회원들의 고령화로 육체적으로 힘든 그런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를 나누게 들으니 씁쓸했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도움을 일생의 사명으로 여겼던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가 역사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복음 활동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자리에서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시어 가난한 목수의 아들이 되심으로써 하느님의 구원과 사랑의 본질을 분명히 드러내셨습니다. 오늘 복음환호송인 “사람의 아들은 섬기러 왔고,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라는 말씀에서 보듯이 예수님께서 세상의 구세주, 참된 왕이신 것은 그분께서 섬기는 삶을 사시다가 십자가 희생으로 봉사의 직분을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생활 중에서 섬기는 봉사의 삶,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빈첸시오 성인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자로 태어나기를 원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당신 제자로 삼으시고 가난한 이들의 봉사자가 되셨으며 그들의 처지에 참여하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행해지는 모든 것이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당신에게 행해지는 것으로 여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실 때 결국 그들을 사랑해 주는 이들도 사랑해 주십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하고 또 지체없이 행해져야 합니다. 기도 드리는 시간에 어떤 어려운 사람에게 약품과 도움을 베풀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 짜증을 내지 말고 그에게 가서 해주어야 할 것을 기도를 계속하듯이 하느님께 바쳐야 합니다….여러분이 어떤 가난한 이를 도와주고자 바치는 기도를 중단하면 그것도 하느님께 봉사를 바치는 일임을 기억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규칙에 우선하며 만사는 무엇보다 사랑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위대한 주인이므로 우리는 그가 명하는 대로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의 새로워진 열성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고 무엇보다 가장 버림받은 이들을 찾아내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우리에게 주인으로 또 지배자로 주셨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을 때 당신에 앞서 제자들을 심부름꾼으로 보내셨습니다. 제자들은 사마리아인들의 한 마을에 들어갔을 때, 그곳 사람들이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자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라고 하며 저주와 심판의 뜻을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의 제자요 심부름꾼들인 우리는 그분의 뜻을 잘 헤아려 수행해야 합니다. 그분은 사랑과 봉사의 실천을 원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