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다해 연중 제31주일 (10월 30일)
*제1독서: 지혜 11,22-12,2 (주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므로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십니다.)
*제2독서: 2테살 1,11-2,2 (그리스도의 이름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여러분도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
*복음: 루카 19,1-10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찬미 예수님, 마르코 복음 10장 17절에는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물을 많이 가진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계명을 말씀하셨는데, 그가 어릴 때부터 계명들을 잘 지켜왔다고 하자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하시며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하고 권고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떠나가 버렸습니다. 재물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이 말씀에 제자들이 “그러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말하자 예수님께서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 모두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으시지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자캐오 이야기는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함”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유다인들에게 세리는 탐욕에 찌든 죄인이었습니다. 세리는 재물은 풍부했지만 동족들에게 멸시의 대상이었기에 오히려 재물에 더 집착하면서 그것으로 위세를 부렸습니다. 그런데 세관장이었던 자캐오는 때마침 자신이 사는 예리코에 예수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그분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생겼습니다.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찾으러 오셨다는 분, 모든 이가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고 선포하시는 분, 과연 그분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을 것입니다.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필 자캐오는 키가 작았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만나러 나왔기 때문에 군중에 가려 도무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동족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싫어 더 많은 재물을 모아 위세를 부렸던 자캐오의 입장에서 나무 위로 올라가서 어리석게 보일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가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었던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합니다.
예수님은 나무 위에 오른 자캐오를 알아 보시고 그 열망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는 주저없이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손님으로 맞이한게 아니라 주님으로 맞이하였습니다. 그의 삶은 재물에 집착하던 탐욕스런 죄악에서 벗어나 구원의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자캐오는 이렇게 다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의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다는 자캐오의 다짐은 이제 그가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영적인 눈을 떠서 나눔을 실천하는 참된 신앙을 갖게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또 다른 사람의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다는 다짐은 그가 그동안의 남에게 피해를 끼쳤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하느님의 자녀로 돌아서는 회개하는 신앙인이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자캐오는 탐욕과 부정으로 재물을 쌓은 부자라하더라도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신앙의 산증인이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자캐오를 먼저 알아보시고 부르신 분은 예수님이셨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분은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알고 계시며 끊임없이 당신 품으로 돌아오라고 부르십니다. 어떤 죄와 잘못을 했더라도 그분은 우리의 주님으로서 친구처럼 함께 머물고 싶어 하십니다.
오늘 1독서 지혜서에서는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알려줍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 주십니다.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존속할 수 있었으며, 당신께서 부르지 않으셨다념 무엇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겠습니까?”
자캐오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과 그의 회개를 묵상하면서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고 부르심에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도록 다짐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성체를 영할 때마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자비로운 음성을 기억하며 우리 마음 안에 그분의 현존을 채우고 사랑의 나눔과 회개의 삶으로 응답하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캐오의 이야기가 성경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 공동체에서 등장하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첫댓글 신부님 강론 말씀 잘 읽었습니다
자캐오 세관장처럼 못하더라도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