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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학하는 즐거움 원문보기 글쓴이: 송사도요한
그리스도인 일치포럼 (2014. 5. 29)
교회일치를 향해 ‘함께 공부하기’
송용민 신부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천주교 강화성당 주임신부)
가톨릭교회에서 교회 일치 운동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 이후 교회 일치를 향한 열망은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일치교령』 4항에서는 가톨릭신자와 비가톨릭신자 간에 하나의 세례로 결합된 그리스도인으로서 형제적 유대감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버리는 마음의 회개와 삶의 대화,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공동 협력, 그리고 전문 신학자들 간의 신학적 대화는 물론 형제적 사랑으로 함께 기도하고 복음적 삶을 나누는 일치의 체험들을 일치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회 일치의 회복을 위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교회 일치 관계는 복잡 미묘한 실재로서 연구와 신학 대화, 형제적 관계와 교제, 기도, 실질적 협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분야에서 일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두 가지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들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교회 일치 활동을 소개하거나 설명할 때에는 언제나 교회 일치 활동의 이러한 전체적인 전망을 유념하여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일치와 대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상호 간의 일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난 2000년 이후 위원회 차원에서 성장시켜왔다. 하지만 이러한 일치운동의 외형적 성장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가장 큰 걸림돌인 신자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그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위원회 차원의 일회성 활동이나 행사 중심의 일치 운동은 교회 일치의 필요성에 대한 호소는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교리적인 해석의 배타성을 견지하는 일부 개신교 보수교단들의 목소리와 평균적 수준의 교리 상식으로 서로를 판단하고 오해함으로써 생기는 ‘지적 책임의 하향화’에 대한 경각심을 바꾸지는 못한다.
실제로 교회 일치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에 대한 교리와 신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다. 그러한 오해를 일으키는 교파중심주의나 편협한 신학연구 방법론은 교회일치의 보편적 대의(大義)를 찾아가는 순례의 여정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일치 운동의 핵심 가운데 의식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일치 교육의 중요성은 물론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반의 여정’의 중요성을 짧게나마 강조하고자 한다.
‘함께 공부하기’의 어제와 오늘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 간의 신학적 대화의 산물로 남긴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일치운동의 일환으로 천주교와 개신교 신학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진 ‘공동번역 성서’(1977년)의 발간이다. 한국천주교의 선종완 신부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문익환 목사가 번역 작업에 참여했고,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이현주 목사가 맞춤법을 교정하여 출간된 공동번역성서는 같은 하느님의 말씀을 다르게 번역하고 이해해온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천주교와 정교회, 성공회를 제외하고 개신교 교단들이 대부분 공동번역 성경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말씀의 공동 선포와 연구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한국 천주교 역시 2005년부터 새성경을 독자적으로 번역하여 사용함으로써 공동의 성서연구의 취지를 이어가지 못하였다. 하지만 일치 운동과 관련하여 여전히 공동번역성서의 가치는 유지되고 있다.
한국신학연구소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가 1973년에 독일에서 가톨릭(19명)과 개신교(17명)의 저명한 신학자들이 그리스도인의 공동 신앙 고백을 담아 출판한 교회일치교재, 『Neues Glaubensbuch. Der gemeinsame christliche Glaube (J. Feiner & L. Vischer/Herder 1973)』를 공동으로 번역해서 『하나인 믿음』(1979년(개정판 2000년)/분도출판사)으로 출판한 것은 한국 교회에서 일치운동의 학술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교재의 공동번역작업은 이미 독일에서 시작된 일치를 위한 학술적 대화의 성과를 한국 교회에 소개하면서 상호 간의 신앙의 공동 유산들을 고백하고, 신학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다양성 속의 일치로 소개함으로써 신학적 대화의 중요한 지침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일치신학의 중요한 교재로 꼽힐 수 있다.
이후 교회일치운동에서 함께 공부하는 전통은 개별 신학자들 상호 간의 학술적 교류와 만남으로 이어지다가 2000년 이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CBCK) 교회일치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교회일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천주교, 개신교 신학자들의 만남을 통해 상호 간의 학문적 대화의 장으로 이어졌다. 양 교단의 신학자들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교회일치의 중심적인 신학적 주제들, 가령 분열의 원인이 된 상호간의 교리적 이해에 대한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이어갔고, 상호간의 친교를 통해 신앙의 공동유대를 학문적인 영역에서 만들어왔다. 특히 매년 5월에 개최되어온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은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일치운동의 주요한 주제들을 신학적으로 함께 공부하는 중요한 여정이 되었다. 그동안 일치포럼은 ‘일치운동의 역사(2000년)’, ‘구원과 의화론(2003년)’, 타종교인들과의 혼인(2004년), 성찬례와 성체성사(2005년), 용서와 화해, 그리스도인의 치유(2006년), 그리스도인의 기도(2007년), 생태영성의 다양성(2008년), 지구화 시대의 에큐메니칼 운동(2009년), WCC 총회개최와 일치운동의 의미(2011년), 다종교 사회 속의 그리스도인의 증언(2012년), 그리스도인의 죽음(2013년)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교단을 대표하는 신학자들의 연구와 대화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함께 공부하는 교회일치 운동의 일환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선교훈련원을 통해서도 전개되었다. 『에큐메니칼 신학생 공동수업』은 비록 개신교 신학생들의 학점교류를 통하여 교회일치의 의식을 나누는 계기로 시작되었지만, 간헐적으로 가톨릭 신학생들이 이 교육에 참가하여 신학생들 간의 학문적 교류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함께 공부하려는 노력은 일치운동에 관심을 갖고 협력해온 신학대학의 교수들 간의 상호 교류를 통하여도 성장하였다.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는 매년 일치신학 강좌에서 개신교 신학자들을 초대하여 특강을 개설하여 신학생들의 교회일치운동의 필요성과 교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신학적인 쟁점에 대한 학술적 대화를 가져왔고, 감리교 신학대학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가톨릭 신학자를 초대해서 가톨릭교회와 가톨릭 사제 양성과정에 대해 소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학문적인 대화를 통한 일치의식을 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조직화된 학술연구와 대화의 영역에서라기보다는 개별적인 신학자들 간에 친교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의미에서 지속적인 신학적 대화와 그 성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보다 체계화된 신학적 대화와 교육은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통하여 이루어지길 희망해본다.
‘함께 공부하기’의 비전과 과제
가톨릭과 개신교의 일치운동에 있어서 함께 공부하기 위한 일치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큰 영역에서 공동의 비전과 과제를 수행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1) 에큐메니칼(교회일치)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와 신자 재교육
성직 및 목회 후보자(신학생)에 대한 양성교육에서 교회일치운동의 강조
가톨릭교회의 『교회 일치 운동의 원칙과 규범의 적용에 관한 지침서(1993년)』에서는 성직을 지망하는 신학생들의 양성과정에 일치운동이 “본질적 차원”(76항)이며, 신학 교육에 있어서 일치운동에 관한 교육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성직 지원자들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신뢰받게 만드는 인간적 자질을 충분히 개발할 필요가 있고, 진정하게 일치운동 자세를 갖추도록 자신의 언어와 능력을 정규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이것이 주교와 같이 일정 지역교회에서 교사와 목자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에게는 물론이고, 혹은 사제처럼 영혼을 돌보는 이에게 필수적이라면, 부제에게 특히 신자 공동체에 봉사하도록 불리운 종신 부제들에게도 동등하게 중요하다.”(70항)
한국 교회의 경우 다종교, 다교파 사회라는 독특한 상황 속에서 교회 일치를 위한 교회적 소명을 재발견하고,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공동 협력과 대화의 필요성을 신학생들에게 깊이 인식시키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제와 목회자 양성에 있어서 교회 일치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간직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과 확신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은 공동의 신앙을 확인하고, 신앙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대화적 전제이며, 참된 교회적 일치를 실천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를 위한 양성의 필수 과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의 일부 가톨릭신학대학교에서는 일치신학이 대학원 필수과목으로 편성되어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되고 있는 반면에 대다수의 대신학교들은 교회 일치와 관련된 주제가 일부 세미나에서 다뤄지는 정도이거나, 아예 정규 과목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신학생들이 사제서품 후 별도의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일치운동에 무관심하거나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개신교의 경우에도 장로교 신학대학에서 에큐메니칼 과목이 편성된 것도 최근의 일이며, 일부 개신교 신학대학에서 일치운동의 일환으로 세미나나 특강 형식으로 교회일치 교육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일치 교육은 단순히 탁상공론식의 이론적 교육에 그쳐서는 안 되고, 보다 현장 교육과 체험적 실습이 병행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지침에 따라 다른 그리스도교적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도덕적 전문적 자질을 가진 강사나 전문가를 초대하여 상호 간의 만남과 교류를 갖는 것도 권장된다.(일치지침서 81항) 또한 각 공동체 전통을 간직한 신학생들과의 만남의 기회도 특수한 상황과 조건을 감안하여 교회 장상들이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일치지침서 82항)
다행스러운 일은 한국천주교가 2008년부터 주교회의 차원에서 7개 가톨릭대학교 부제들을 매년 초대하여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에 대한 현장교육을 시키고 있는 점이나, 개신교 신학대학의 목회지망생들이 가톨릭대학교를 방문하여 함께 대화하고 서로의 이해를 찾는 여정들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런 교육의 현장이 보다 체계화되려면 대학이 커리큘럼에서 일치운동의 정당성이 정규과목으로 편성되고, 신학생들이 성직자와 목회자가 되기 전에 시대적인 요청과 일치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관심을 현장 교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공동의 교육과정이 마련되면 좋겠다. 예를 들면, 신학대학원생들의 상호 방문 세미나나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 앞서 신학생들을 위한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공동으로 포럼에 참석하는 것도 유익하겠다. 또한 신학생들의 교회 일치운동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각 교파별 교육교재를 만들거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의 교회적 특성과 관심을 고려한 『공동교재』 발간도 장기적인 비전으로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 보인다.
신자들을 위한 일치운동의 현장 재교육
한국 교회일치 운동의 현주소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일반 신자들(평신도)의 교회 일치에 대한 의식구조이다. 대다수의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은 교파 상호 간의 충분한 신앙적 동질감이 부족하고, 일부 개신교 교단의 목회자와 가톨릭 성직자들도 서로에 대한 낮은 수준의 교회이해 때문에 교회 일치의 회복이나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형제적 유대감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일선 사제들과 목회자들의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곧바로 신자들의 의식구조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일치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천주교 신자들의 장자의식과 개신교인들에 대한 서자취급의 풍조나, 개신교인들이 천주교를 이단시하고 마리아를 신봉하는 교회라거나 로마제국의 봉건적 제도교회의 잔재라는 형태의 오랜 뿌리 깊은 불신은 교회일치운동에서 신자재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일치운동을 위한 신자 재교육은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현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매년 실시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월 18일-25일)과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동참을 독려하는 것은 현장에서 함께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시대의 고민을 나누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현장 교회를 상호 방문하면서 일치포럼을 개최하거나, 새로 창립한 신앙과 직제 협의회 주관의 교회일치 강좌를 개설하는 방법, 일치운동을 주도하는 신학자들과 현장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강사진을 구성하여 현장을 순회 강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일치운동에 대한 교육적 비전을 공유해 보는 것도 좋은 제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을 위한 일치운동의 지침서나 홍보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법이나, 교계 신문이나 소식지에서 교회 일치와 관련된 문헌에 대한 논평의 글을 싣거나, 일치운동과 관련된 사건이나 깊은 일치운동 연구에 관한 지면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형제적 동질감을 회복할 수 있는 홍보영상을 현장 교회에 배포하고 특별한 기회에 상영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신학자들이 신자 재교육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면 협의회 내에 신학자 모임을 활성화하고, 각 교단에서 파송된 신학자들이 소명감을 갖고 활동하며 그 업적이 교수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신학자 모임 안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질적인 교회일치운동을 이끌어가는 학술적 대화는 물론 교육적 방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 연례적인 만남을 통해 일치운동의 현장교육을 위한 투신이 용이하도록 각 교단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본다.
2) 교회일치를 위해 ‘함께 공부하기’ 위한 대화의 주제와 내용의 협의
교회일치를 위한 다양한 방법적인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일치운동의 핵심은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동질감 회복을 위한 대화와 교육의 내용들이 교단 간의 협의를 통해 주제화되어야 한다.
가톨릭이 경우 일치운동은 “완전히 그리고 성실하게 보편적(catholic)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도들과 교부들로부터 이어받은 진리에 충실하고 가톨릭교회가 언제나 고백하여 왔던 신앙에 합치해야 한다.”(일치교령 24항) 그러나 신학 교육에 있어서 가톨릭교회를 통해 전해온 그리스도교적 전통에 대한 충성심이 다른 그리스도교적 전통과 그들의 유산의 충만함을 무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일치지침서 77항)
1) 교회 일치를 위한 신학 교육은 먼저 가톨릭 신앙이 간직해온 신앙의 유산과 교리에 포함된 계시 진리를 이 진리를 진술하고 표현하는 방식과 식별하는 것은 물론 사도적 전통과 교회 전통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인지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두 가지 원칙이 제시될 수 있다.
첫째는 교회가 실제로 교리의 표현 정식을 통해서 가르치고자 하는 진리는 특정 시대의 언어와 시대와 무관하게 언제나 보편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전달되고 가르쳐지는 방식에 있어서는 교파들이 지닌 고유한 가르침의 권한 안에서 표현되는 것이다. 이 말은 각 교회에서 교리의 표현정식은 언제나 계시진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교회의 오랜 전통과 권위에 속하지만, 그 정식들이 전달되는 과정에 있어서 전달자와 수용자 사이의 ‘해석학적 순환’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톨릭의 경우 가톨릭 교리의 “진리의 위계”가 일치대화에서 언제나 존중되어야 한다. 즉, “이 진리들은 모두 신앙의 타당한 동의를 요구하지만, 그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토대와의 연관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계시된 신비에 대하여 동등하게 중심적인 것이 아니다.”(일치지침서 75항) 따라서 일치를 위한 신학적 연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공동의 유산과 근본적인 계시 진리를 이해하고, 서로의 지엽적인 교리적 차이가 교회를 분열시키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는 일치 신학이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다루는 다양한 신학 과목에서의 연구 성과들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모든 교회와 교회 공동체에 “공통적인 그리스도교적 진리와 성스러움의 요소들”과 교회의 본성에 대한 깊은 지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 공동체의 전례, 영성과 교리의 다양한 내용”, 하느님 말씀에 대한 탐구를 일으키는 “신앙과 윤리의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 요구된다.(일치지침서 76항)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공동 원천인 성경 연구에서, 교부들의 사도적 전통과 동서 교회 저자들에 관한 연구에서, 다양한 형태의 예배와 그 교리적 영성적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비교하는 전례 연구에서, 특별히 일치운동 대화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에 관련된 교의신학과 윤리신학에서, 교회일치와 분열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교회사 연구에서, 하느님의 법을 시대, 문화, 그리고 지역 전통에 따라 변하는 교회법과는 분명하게 구별해야 하는 교회법 연구에서, 끝으로 현대 세계에 직면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공통적 조건에 대하여 관심을 두어야 하는 사목적 선교적 훈련과 사회학적 연구에서 비교연구는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 계시의 전체가 좀더 완전하게 표현될 것이고,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맡기신 세계에 대한 사명을 우리가 더 잘 완수할 것이다.”(일치지침서 78항)
2) 일치 운동에서 함께 공유해야할 신학적 주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다. ① 일치운동의 성서적 근거와 신학적 정당성에 대한 연구, ②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와의 현재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 ③ 일치 운동의 역사와 성과들에 대한 교육과 신학적 이해를 위한 적절한 기초교육, ④ 교회의 유기적 일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보편성(가톨릭성)의 기준들을 확인하는 일, ⑤ 일치운동의 목적과 방법, 일치와 협력의 다양한 형태들에 대한 공동연구, ⑥각종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제도와 현재 생활, 교리적 경향, 분열의 진정한 원인, 선교노력, 영성, 예배형태, 동방 신학과 영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 등.
일치 교육의 첫째 단계에서는 물론 자기 교회의 신앙과 전통에 대하여 잘 알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교육을 위하여 일치 운동의 기초 원리와 일치운동에 적합한 프로그램과 과목을 계획하고 합당한 자격을 갖춘 지도자와 교수의 선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 신앙과 전통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은 언제나 다른 교회와 교회 공동체를 이해하고 이들을 존중하며 일치 운동의 협력을 이루려는 노력과 상반되는 배타적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처럼 교파 간의 대화가 부족한 교회에서 성직과 목회를 지망하는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특별히 강조되어야 한다.(일치지침서 87항)
학문적인 행사를 벗어나 진정한 형제자매 간의 대화를 위해 신앙 안에서 생활화된 진실하고 개인적인 투신.
상호관계를 건설하고 아울러 복음에 대한 열정적인 충실과 진리와 사랑을 간직하는 그리스도적 신앙의 진정한 고백 위에 토대를 두며 일치를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길과 방법의 모색.
다른 교회와 교회 공동체의 회원들이 우리로 하여금 그들 공동체의 교리와 생활을 더 잘 이해하고 정확하게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준비자세.
자기 교회의 측면이나 교리를 설명하는 사람의 양심과 개인적 확신에 대한 존중이나 하느님의 계시를 이해하는 그들의 특수 방법에 대한 존중.
교육, 정신적 성숙과 영성적 진보의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나 대화에 참여하는데 동등하게 자격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의 인정.
금년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협의회』 창립은 일치 운동을 위한 초교파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동 관심 주제를 다루기 위한 합동 연구를 지원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공동의 선교활동, 타종교와의 종교간 대화를 추진하는 일, 무신론과 불신앙에 호교적 입장에서 공동으로 대처하거나, 대중매체를 통한 미디어와 문화의 복음화, 건축과 성(聖)예술의 공동작업, 성경을 중심으로 한 신학연구 및 교회의 사목(목회)적 관심의 공동 이해들이 연구될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공동의 증언을 촉진하는 신학 교육의 개선, 사목(목회) 직무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좋은 훈련, 신학대학과 신학교수들 간의 친밀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의 고유한 소명의식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의 일치운동이 금년 신앙과 협의회 창립과 더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하며, 함께 공부하는 기초적인 과정을 통하여 보다 미래적인 비전을 공유하면서 오늘날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의 문화를 전하는 복음의 기쁨을 모두가 나누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일치포럼 관련 사진 몇장 올립니다.
일치포럼 자료집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첨부파일로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