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톰 히들스턴의 개
안녕 여시들ㅇㅅㅇ/
영평상을 비롯해 올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에 이름을 올린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을 추천해주고 싶어서, 조금 늦었지만 이렇게 리뷰를 들고왔어. 개인적으로 올해 봤던 영화 중에서(아직 올해가 두달은 남아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였고, 친구들한테 계속 추천하고 다녔던 영화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이 울기도 했어8ㅅ8
리뷰는 스포 없는 부분, 있는 부분으로 나눠놨어요.
줄거리
초등학교 4학년인 선이는 단짝친구를 갈망한다. 반에서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의 중심에 있는 보라를 부러워하며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선이의 마음은 번번히 빗나간다. 청소와 생일초대를 맞바꾼 여름방학 날, 선이는 전학생 지아를 만나 친해지게 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 맡겨진 지아는 결핍된 모성이 그립다. 여름방학 동안 지아와 함께 꿈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개학을 앞둔 여름방학의 끝물에서 지아의 또 다른 친구로 보라가 등장한다. 이전과는 다른 학교 생활을 기대했던 선이의 기대는 2학기가 시작되고 산산조각이 나게 된다.
스포 없는 리뷰
'친구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걸까, 친해진다는건 대체 뭐고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불현듯 이런 물음이 내게 찾아온 적이 있었다. 실로 벼락같은 물음이었다. 이전까지는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면서 친구가 됐던 것 같은데, 어느순간 그게 자연스럽지 않아졌다. 고작 12살과 13살 사이에 있던 나와 친구들의 사이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틀어졌고 그 시기를 거치며 감정이 일방향 일 수 있다는 것도, 아무리 친한 친구도 결국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최초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우리들>은 그런 깨달음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관계가 시작되고, 금이 가고 틀어지는 과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또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선이를 비롯한 아역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인다. 아역배우들이 콘텐츠 속에서 요구받는 작위적인 명랑함, 혹은 애어른스러움이 유발하는 오글거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영화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아이들의 말투를 비롯해 행동, 대화 패턴까지 자연스럽게 영화 안으로 녹아들게 만들고 공감을 자아낸다.
스포 있는 리뷰
영화 속 첫장면인 피구씬에서부터 우리는 지아가 나타나기 이전에 선이가 처한 고립을 단박에 파악한다.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을 빗겨나가는 선택에서 계속해서 확인하게 되는 아이들의 잔인한 놀이방식,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실망하고 초조해하는 마음을 선이는 눈빛과 앙다문 입술로 표현해낸다. 처음에 나는 이 영화가 불편했다. 내밀하게 묻어뒀던 기억들을 들추는 것 뿐 아니라 세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사정'은 '아이들의 사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아이들은 서로의 결핍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핸드폰을 사는 것을 엄두조차 내기 힘든 선이의 경제적 궁핍, 엄마의 부재로 느끼는 지아의 공허함은 약점이 되어 사이좋게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보라는 결핍들을 이용해 위태한 여왕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영화 속 선이, 지아, 보라 세 아이들은 선과 악으로 무 자르듯 나눠지지 않으며 우리 역시 모든 관계에서 셋 중 하나로 골라잡듯이 동일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관객은 주인공인 선이에게 자연스럽게 몰입할테지만, 재밌는 것은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누군가에게 나는 보라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가 지아였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내가 선이었을 때 지아와 보라였을 누군가의 얼굴들을 떠올리고 다소 무뎌진 그때의 감정도 함께 불러 일으킨다.
영화 속 보라와 친구들이 서로의 손에 발라주던 매니큐어의 대립항은 선이와 지아의 봉숭아물이다. 한번이라도 매니큐어를 발라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손톱을 꾸미는 것은 혼자보다는 둘이 하는 편이 훨씬 낫다. 보라와 친구들은 서로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선이는 지아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준다. 그러나 보라의 적선같은 매니큐어를 덕지덕지 바른 선이의 손톱은 오래가지 못한다. 어른들의 물건인 매니큐어와 아이들이 쉽게 손에 넣는 봉숭아물은 서로 다른 그룹의 우정의 상징이자, 남은 우정을 나타내는 척도로 기능한다. 지아의 손에서 유독 빨리 빠진 봉숭아물은, 선이의 손톱 끝에 마치 미련처럼 들러붙어있다.
윤가은 감독은 영화 <우리들>이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바 있다. 영화 속 아이들은 사랑받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자존심도 없이 매달린다. 때로는 거짓말로 초라한 자신을 위장하고, 때로는 너무 쉽게 누군가의 등에 칼을 꽂는다. 이 아이들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산 성인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겠지만, 생각해보면 어른들이라고해서 이 아이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물론 어른인 우리는 조금 더 교묘해졌다. 외로움에 의연해지고 내 친구가 다른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고해서 더 이상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누군가를 갈구하고, 서투르게 다가가고 배신에 아파하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 속 아이들은 그저 시작점에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무한하게 이어질 관계의 시작과 비틀림, 봉합과 절연, 상처와 환희의 연속에.
영화의 끝자락에서, 선이는 매일 놀다가 맞고 오는 동생 윤이에게 '자존심도 없냐'고 다그친다. 사실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으로 들리는 선이의 타박은 '때려서 되갚아주면 대체 언제놀아?' 라는 윤이의 순수한 물음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후 자신처럼 금 밖에 선 지아에게 그저 '놀고싶은' 선이가 내미는 작은 몸짓에서 우리가 됐다가 다시 너로, 그리고 다시 '우리'가 될 소녀들을 본다.
첫댓글 진짜 개울면서봄..중딩때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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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라리로로 잔잔함 속의 폭풍같은 파도....이 말 정말 공감된다. 주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휩쓸린 두 사람에게 이 시기 만큼 격정적이고 힘든 때가 또 없는ㅠ...ㅠㅠㅠ 마음이 아파ㅠ 여시 동생이 좋은 선생님이 될수 있기를 애기도 바랄게!
이거 진짜좋아.. 감독이 상황만 주고 디테일한 연기지시같은건 일부러 주지 않았다더라, 그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공기를 담으려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기억이 있는 사람은 대사도 없는 그 장면들에서 아..하고 울컥 공감하게되는 영화였어.
역시 그랬구나ㅠ..진짜 연기가 너무 좋았어ㅠㅠㅠ애기들 말투나 상황 같이 디테일한 부분이 돋보이더라구ㅠㅠ
ㅜㅜㅜ나두 봤는데 정말 너무 공감.. 이거 보면서 나도 어릴때 힘들었구나 자꾸 생각나고.. 진짜 너무 좋았엉 ㅜㅜ
꼭봐야겟다 ㅠㅠ
나도 이거 얼마전에 봤오!! 감정선이 겪어보지 않으면 만들어낼수 없을만큼 잘 드러나!ㅠㅠ진짜 추천...ㅠㅠ
이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틀러줘야대푸ㅜㅜㅜㅠ
여시야 이거 리뷰 여시가쓴거야? 진짜진짜최고다.. 뭔가 재밌게봤는데 깊게깨닫지못한 부족함을 여시가 꽉채워 느끼게해주는구나 고마워요
또 다른영화 리뷰써주면 영화보고 리뷰읽고
그러고싶당 고마운 멋있는여시 행복한일만있길바랭♡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1.04 00:08
리뷰보고 나도 보고싶어졌당 ㅎㅎ
나 지금 고등학생 애들한테 친구관계와 윤리 부분에서 보여줄만한 영화를 찾고있는데 이거 보여줘도 괜찮을까? 리뷰도 보니깐 다 칭찬일색이고 위에 댓글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서 틀어줘야 한다고 하고 해서ㅎㅎ 이걸 틀어줄까 생각중인데 애들이 이걸 보고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하는 방식이 바뀔까? 여시는 영화 봤으니까 애들 보여주는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이상이네 앵무새 여자애들은 잘 볼것같은데 남자애들은 어떨까?? 공학이라..
노잼이라고 푹 퍼지진않을까 걱정이당;; 여시생각엔 남학생들도 뭔가 느낄만한게 있을것같어??
@이상이네 앵무새 사실 남자애들이 뭘 얻는게 없다해도 보여줄거야 이미 다운받았어 ㅋㅋㅋㅋㅋㅋㅋ여자애들이 뭔가 느끼는게 있을거라니 다행이당 ㅎㅎ
좋은 영화일것같아 기대가돼 추천 고마워여시얌 ♥♡
@곽국광 공학이구나ㅠ 영화는 여자애기들 세명이 주인공이라...@_@ 나 영화 볼때는 성인남자도 많이 보긴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여싴ㅋㅋㅋㅋㅋㅋ개인적으로 사춘기를 지나는 남자애들을 잘 그린건 파수꾼, 여자애들은 우리들이리거 생각하는 편인뎈ㅋㅋ 좋은 영화니까 아마 재밌게 보는 남자애들도 있을거야ㅋㅋㅋㅋ 재밌게 봐!!!
@이상이네 앵무새 파수꾼?? 그걸 보여주는게 나으려나... 좀 더 찾아봐야겠군@.@
웅웅 고마워여시야~3~♥
@사탕수수20통 남자애들은 거의 공감을 못하는것같고 (목소리 큰 애들이 불만이 많았음ㅋㅋ)
여자애들은 한두명 불편하다고 왜보냐고 하는 애들 빼고 다 잘보더라!
여시 후기 좋다 나도 정말 이거 보는데 울컥하고 아이들 연기 너무 잘해서 놀랐어ㅜㅜ 파수꾼이 고등학생버전이면 이건 초등학생버전 같은 느낌
영화보고 연어하다 보게됐는데 여시 리뷰 정말 잘썼다 부러워요 내가 느낀 게 다 여기있엌ㅋㅋㅋㅋ 잘봤어요!
와 여시 후기 진짜 너무 좋다... 영화도 좋았는데 여시 후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을 거 같아.
여시 리뷰 너무 좋다...나오늘 영화 보구 리뷰 찾아보는데
앞으로 있을 무수한 관계의 시작점에 있다는말 너무 인상깊어..ㅠㅠ잘봤어 여시야
연어하다 왔는데 여시 후기 진짜 좋다 평론가가 쓴 걸 복사해온 줄 알았어 여시 글 쓰는 직업 해도 되겠다!!
대왕연어임다... 좀전에 영화 다보고 후기찾고있었는데 여시 리뷰 너무 좋다ㅜㅜ 특히 손톱에 대한 부분.. 뭔가 내포하는 이야기가 있는것같은데 내가 해석을 못해서 답답했거든 여시가 그부분을 너무 절묘하게 해석해주어서 맘이 뻥 뚫려 좋은 후기 고마워
와 글 진짜 잘쓴다
대왕연어왔는데 이거 평론가 글 긁어온건줄 ㅋㅋㅋ여시글 완전 잘읽힌다 방금 이영화보고왔는데 찌통이였어
여시리뷰잘쓴다..내가 가슴으로 느낀걸 언어로 다 바꿔 써줬어 ㅠ ㅠ
와 여시글 너무 맘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