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은 최근 개봉했던 영화 당갈 얘기를 좀 하면서 시작해볼게!
당갈의 주인공 "기타"는 시골마을 출신이지만
아버지의 헌신적인 가르침과 수많은 훈련을 통해
인도에서 전국을 재패하는 여자레슬링선수가 돼
점점 더 실력이 무르익는 기타는
조금 더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국제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태릉선수촌 같은 곳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기타는 또래 친구들을 사귀게 돼
기타는 코르셋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선수촌에 입단하면서 기타의 생활은 조금 바뀌어
선수촌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으로 쇼핑을 가보기도 하고
머리를 기르면 예쁠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머리도 길러보기 시작해
선수촌 내의 다른 남자 선수들도 신경쓰이기 시작하지
거울을 또한번 들여다보고
조금 더 길어진 내 머리,
"더 예뻐진" 자신의 모습에 흡족해해
네일도 바르고
예쁜 모자를 쓰고 거울을 보며
앙증맞은 표정을 지어보기도 하는 기타
이것만 보면 기타의 삶이 좀더 즐거워진 것처럼 보여
하지만 이 이후로 기타의 경기성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안좋아져
기타의 절실함도 전과 같지 않아지고
국제 대회는 꿈도 못 꿀 수준이 돼
기타가 열심히하길 바라는 아버지와도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나는 이장면을 보자마자
책 구절이 하나 생각났어.
"외모에 대한 집착은 여성의 시간과 돈, 에너지를 뺏어간다. 그리고 꿈과 삶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한다. 세상을 마주하는 대신 거울을 마주하게 한다.
우리는 거울을 볼 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지 않는다. 대신 몇 년 간에 걸쳐 주입된 문화,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들은 말, 그리고 내적 고민에 의해 형성된 모습을 본다."
-러네이 엥겔른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기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신의 머리를 예전처럼 잘라
외모, 로맨스 코르셋도 전부 내려놔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 승승장구하게 돼
이건 외모 코르셋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인간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100 가지고 있다고 치면
남자는 자기 일에 100을 쓰고
여자는 70밖에 못쓰는거야.
나머지 30은 외모를 신경쓰는데 쓰느라.
근데 이러한 위기가
비단 기타의 이야기만은 아냐
현재 여성들은 모두 이런 위기를 겪고 있어
여초 커뮤니티 수험게시판을 봐
"공부하느라 살쪄서 스트레스 받는다"
"피부가 너무 안좋아진 것 같다"
"공부하느라 못꾸미니까 자존감이 낮아져"
그런가하면 남초 수험게시판은 어때?
그들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
공부하느라 외모가 구려져서 신경쓰인다는 얘기.
그들에게는
공부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압박이 없어
이러한 압박의 차이가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무관할까?
그렇게 여자들이
야금야금 에너지를 빼앗기는 동안
남자들이 사회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여성에게 교육이 허용되면서
각종 시험의 여성합격률이 더 올라가고 있고
곳곳에서 이제 여성상위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근데 이 정도인 여자가
아름다움에 집착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에너지를
자기 일에만 쓸 수 있게 된다면
여자들이 얼마나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게될까?
남자들은 이게 두려운거야.
아름다움은 감가상각이야.
"여자는 늙을수록 못생겨지고 가치가 없어진다" 이런 생애 차원의 얘기가 아냐
시대가 흐름에 따라 미의 기준도 변하기 때문에
예쁘다고 하는 것의 가치도 시대가 흐르면서 계속 깎인다는 거야
하지만 성취와 업적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야
수백년 전 미녀라고 추앙받던 여자가
"현대인들의 기준"에선 안예뻐보일 수 있어
하지만 수백년전
과학법칙을 발견한 과학자의 업적은
현대인들의 기준에도 대단해보이지
예쁜거, 아름다운 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휙휙 변하는 허상이야
그 허상에 집착하느라
지금까지 여자들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뺏겨왔어
여자들이 그 에너지를
온전히 자신의 능력 개발에만 쓸수있다면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아?
벼룩은 정말 높이까지 뛸 수 있는데
그 벼룩을 빈병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그 뚜껑까지 높이밖에 못 뛴다고 해
여자들의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이
바로 그 뚜껑이라고 생각해
남성과 사회는
여성들이 예뻐지는 것에 정신팔려
더 높이 뛰지 못하도록
수백수천년동안을 세뇌해왔어
하지만 여자들이
그 뚜껑을 빼서 던져버린다면
얼마나 더 높이까지 뛸 수 있을까?
여자에게 예쁘다는 수식어를 붙여온건,
여자에게 예쁘다는 말을 최고의 찬사처럼 해온건
얼마나 높이까지 뛰게될지 모르는
여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두려워서는 아니었을까?
첫댓글 와...... 띵 한다 진짜....
띵언이다!! 깊게 새겨야지
시대 별로 바뀌며 여성에게 주어지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말 허상이야...
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읽고있는데 이글읽으니까 너무 좋다! 최고야!!
책 좋아? 다음책 바로 이걸로 할까 나중에 읽을까 고민중인데!
@먹보대장 음 나는 그냥저냥 읽고잇어 ㅋㅋ 사실 페미접하면서 익숙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책읽으면서 외모강박의 심각성에대해 다시한번 각성하는 중
와.... 나오늘 뜬금없이 생각했건건데.... 예쁘다라는 말때문에 더 코르셋강화되는거같다고 생각했었거든 오늘마침 이렇게 좋은글이 올라와있네 코르셋벗으라는 계시인가
글이 술술읽히네 고마워ㅠㅠ
외모에 대한 집착 꿈과 삶에서 더 멀어지게 한다
세상과 마주하는 대신 거울을 마주하게 한다
이거 진짜 찌라시로 뿌리고싶다 너무공감해서...
그리고 덧붙여서, 여자가 열심히해서 능력이 생겨도 외모에 따라 평가가 달라서 다시 거울을 보게 하는 현실도 얼른 바꼈으면 좋겠다
내가 노력해서 꿈을 이루면 뭐해. 못생기면 시궁창취급하는데
와 고마워 열심히살게
나도 미치겠어....예쁘다는 말을 그래도 한 번이라도 듣고 살아와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는 어딜 나갈 수가 없어...가까운 곳에 가도 사람들 아니 남자들의 평가에 속박되있는 거 같아..맞는 말이야 거울을 늘 보고 있지...공공도서관을 가도 공부보다 지금 내 모습에 신경쓸 때가 있어...독서실을가도 틴트를 바르고..이제 조금씩 변해보려고 독서실 갈 때는 노브라에 선크림만 바르고 가는데 점점 범위가 넓어지게 할거야 난 안예뻐도 괜찮아 괜찮다 괜찮어!!!!!!!
ㅁㅈ 갑자기 상관없는것같지만 그거생각난다 애들 두 그룹나눠놓고 1그룹은 뭐시켜서 잘하면 너정말잘한다 똑똑하다 칭찬하고 2그룹은 최선을 다했구나 열심히 했구나 그 노력에대해 칭찬했는데 그담에 애들한테 어려운거 덜어려운거 둘 중 뭐하겠냐 물으니까 1번애들은 똑똑하다는 말 못듣는게 두려워서 덜어려운걸 선택하고 2번애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인정받는걸 알아서 실패해도 도전에 의미가 있으니 더 어려운거 도전하고 결국 2번그룹 애들이 능력? 더 오르고 자기 만족도 높았는데 1번그룹은 오히려 전에비해 성공률 떨어지고 자기결과가 어떻든 만족하지 못했다고.. 그 논리? 랑 같다고 생각해
나 고3때부터 편입준비 그리고 심지어 공뭔준비하는거 다 봐왔는데
여학생들 뭐하는줄알아?? 살찔까봐 시간쪼개서 운동하고 스트레칭하고 밥 한끼는 다이어트식먹고
공부하면서도 눈썹그리고 입술바르고옴
트레이닝복입고 공부해도 몸에 붙는 슬림핏에 상의는 화사한색 입고옴...
진짜 병든사회야
진짜 띵문. 주변에서 예쁘다~하는 말에 너무 나를 몰아부쳤던거 같아. 더 예뻐지려고 노력하고 남들이랑 비교하고... 정작 제일 중요한건 놓쳤으면서 ㅎㅎㅎㅎ 메갈이 나를 살렸다~
맞아 진짜.... 글 너무 잘 읽히고 좋다 ㅜㅜ 저 책 사서 봐야곘어
너무 좋은글이다 고마워 두고두고 읽을게
나근데 탈코르셋유행?하기전부터 걍 화장안하고다녓는데 진자 맨날 욕처먹음 &^^좀꾸미고다니라고 ㅋㅋ웃긴건 지금도 그소리들어..ㅎ여자인친구들한테도 그럴대마다 스트레스받아서 어케해야댈지를 모르겟어..
나도 안꾸미고 다녔고 지금도 안꾸미고 다녀 ㅋㅋㅋ 그런말 하는애들은 걍 무시함ㅋㅋ 여시도 걍 무시해버려 ~ 지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랴야
진짜.. 나도 당갈보면서 주인공이 꾸미기 시작하니까 무의식적으로 불안해지더라...’아.. 꾸미느라 이제 훈련 안하겠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 다들 무의식적으로 알고있을거야. 꾸밈노동이랑 무언가 계발하는 시간은 반비례같은거라는거 ㅠㅠ 회사 출근하면서 가끔 환멸나더라.. 내가 화장을 지금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왜 하고있는거지..? 고작 회사 한남들 눈에 맞추려고..? 순위 매기는 그런 저열한 짓에 동참하려고..? 내가 화장하고 꾸미느라 일찍 일어나는 시간에 한남들은 더 잘텐데.. 영어단어라도 외울텐데..라고. 나도 앞으로 꾸밈노동 할 시간에 차라리 아침을 먹을래!!! 여시야 글 고마워!!!
제발 외모에 대해 아무말도 안했으면 좋겠어 외모얘기 진짜 한번 들으면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어 나도 그래서 전에 화장에만 1시간 이상 쏟았는데 시간 졸라 아까움
밤쉘봐도 느껴짐
진짜 띵문이다
ㅇㄱㄹㅇ... 어휴 쟤도 나이들더니 훅 갔네 소리 안들을려고 존나 노력함. 이젠 빨간약먹고 세수도 안하고다닌닼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