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잘 것 없는 풀꽃이라고 이름조차 없다 하지 마세요 당신이 모른다고 이름마저 없을라구요 초라한 풀꽃이라고 없수이 여기지 마세요 당신이 보기에 초라할 뿐 그래도 벌 나비에겐 고운 풀꽃이랍니다 아무렇게나 길가에 피고 지는 풀꽃이라고 지레 밟지는 말아주세요 밟히고 뽑히고 갈아엎어져도 나름대로 피어나야 하는 꽃이기에 별빛 속삭임에 되살아나고 밤이슬 약이 되어 꽃 피운답니다 한 겨울 된바람은 뿌리까지 얼렸어도 이제는 비바람에 피고 지는 한 포기 풀꽃 그리던 단비에 가슴 북받쳐 우는 가엾은 한 포기 풀꽃이랍니다 풀잎 끝에 구르는 은구슬 어루만짐은 차라리 서글퍼 지난 겨울 무서리 생각나 운답니다 풍상에 연륜 같은 포기의 더해짐마다 스치고 지나가는 발자국의 아픈 기억들 나름대로 열심히 피워 올려도 열매라야 고작 마른 꽃대궁 남는 건 아리디아린 상처뿐인 찢겨진 풀잎 더해지는 것은 질기디질긴 마른 풀뿌리 그러나 아무 말도 말아 주세요 조금치도 마음 쓰지 말아 주세요 그저 제가 좋아 피고지는 꽃이니까요 아무래도 혼자 피고 혼자 지는 꽃이니까요
********************************************************************* 산불이 휩쓸고 간 황폐한 땅을 파릇파릇 감싸 주는 것은 아무데나 피는 꽃들입니다. 공사로 버얼겋게 속살이 드러난 곳도, 쓰레기 더미로 악취를 풍기던 곳에도 생명들로 채워가며 다가오는 것은 아무데나 필 수 있는 풀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축대 사이 조그만 틈새 - 바람에 불려와 쌓인 먼지에도 , 수 없는 발길이 짓밟고 지나가는 길가에도, 한 해에도 몇 번 씩 물길이 휩쓸고 지나가는 개천 바닥에도 끊임 없이 뿌리를 내리며 살아 남고 조금씩 영토를 넓혀가는 아무데나 피는 꽃들 . . . 목적 없이 사는 것 같아도 산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자연을 가꾸고 지켜나간다는 사실에 나는 숙연해집니다. 우리 민족 가난하게 살아온 민초들에게 왜 그러구 사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까 . . . . . . 나는 높은 산 중턱에서 화전민의 마을을 . . . 또는 외딴섬에서 섬사람의 고달픈 삶을 보았습니다. 억눌리고 착취당하고 ,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관리들의 횡포와 군포 세금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외딴 섬으로 숨어들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조상들 . . . 진정 아무데나 피는 꽃이 아닐까요 외세의 바람에 불려 간도로, 우수리 강변으로, 사할린으로, 그리고 저 멀리 중앙아시아까지 가서 뿌리를 내려야했던 민초들 . . . 그것도 모자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멕시코의 에네껜 농장으로 . . 갖은 비바람과 추위 폭풍을 견디고 그러면서도 끊임 없이 꽃을 피우는 아무데나 피는 꽃들이 아닐까요. 그들의 삶을 밑거름으로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일텐데 . . . 전에 심상이라고 하는 시모임에 나가곤 했지요 -박목월시인의 부인(몇 년전 작고)이 사장이고 아들 박동규교수 등이 운영하는 시 전문지 심상에서 주관- 시낭송회에서 [아무데나 피는 꽃]이란 시를 발표했더니 참석한 많은 시인들이 반반이더군요. 관찰력과 의미하는 것이 좋다는 분들과, 그냥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들 . . 여기 나의 타이틀시 문제의 그시 [아무데나피는 꽃]을 읊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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