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로맨스/멜로, 판타지, 액션 | 2009.02.26 | 12세이상관람가 | 121분
스테프니 메이어가 만들어 낸 '뱀파이어'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모으며 그녀에게 '제 2의 조앤 K 롤링' 이라는 별칭마저 만들었다. 사실 트와일라잇은 판타지라기보다는 '장르문학'에 가까운데 장르문학 답지 않게 '신드롬'에 가까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트와일라잇'의 주된 독자층은 10대-20대 여성들인데, 이에 발 맞춰 '틴에이지'가 뱀파이어에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한 글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이런 종전의 '히트'를 친 장르문학 답게 '트와일라잇'또한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이것이 지금 평하고자 하는 영화 '트와일라잇'이다. 다만 '해리포터'가 세계의 선-악 구조와 그 안에서 성장하는 소년-소녀의 가치관 형성을 세밀하게 구성했다면 '트와일라잇'은 그런 복잡한 구조를 제외한 '로맨스'만을 그려낸다는 것이 차이일까? 그럼으로 인해서 '트와일라잇'은 복잡하거나 생각할 여지가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 곳에 존재하는 것은 '절대적 매력'으로 상징되는 '에드워드 컬렌'이라는 뱀파이어와 그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는(현실적으로는 평범한) '벨라'와의 로맨스 뿐이다. 그것은 '집중'이 쉽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치명적 결함을 가진다.(그런 점에서 '트와일라잇'은 그냥 보고 즐기면 되는 맘 편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트와일라잇'에 대한 평들을 접해 보는 것이 영화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그것은 '뱀파이어'라는 캐릭터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트와일라잇'에서 보여주는 로맨스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려냈는데, 그 '뱀파이어'의 특징은 기존의 뱀파이어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뱀파이어가 '어둠의 백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음침한 캐릭터로 그려졌다면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는 그야말로 온갖 매력의 집합체이다. 그들은 강한 힘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을 뿐더러 무엇인가 특이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 매력이 '틴에이지'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욕망'에 의거한다. 기존에 그들이 가지던 환상은 '백마탄 왕자'로 대표되는 일상성의 탈출을 그려냈는데, 이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현실에서의 탈출'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백마탄 왕자'는 그들을 현실에서 탈출시켜주는 존재이자 '완벽한 인간상'으로 대변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런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특수성'을 잃고 보편화되게 된다. 그 안에서 어떠한 캐릭터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식상한 캐릭터로서 존재하게 된다(이미 첫 캐릭터 자체가 '완벽한 매력'을 전제하기에 이후에 생성된 캐릭터는 단순한 변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뱀파이어'라는 캐릭터는 기존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뛰어 넘는 존재이다. 힘이나 속도는 이미 초인적으로, 타인의 생각을 읽는 다든지 미래를 볼 수 있다든지 등의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 뱀파이어는 순정파라서 주인공만을 생각한다. 이 얼마나 완벽한가.
그와 발맞춰 여주인공-히로인 '벨라' 또한 기존의 '신데렐라'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늑대인간인 '제이콥'(이 또한 인간 이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방황한다. 그런 그녀는 '구원'을 기다리는 소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는 주체적 모습을 가지고, 심지어 뱀파이어 특유의 '특별한 능력'마저 보여주며 '틴에이지'의 롤모델 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신데렐라적 스토리를 탈피한 캐릭터들이 우글대는 '트와일라잇'은 그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서사적 전개라든가 인물간의 갈등구조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특이한 캐릭터들끼리 사랑 때문에 지지고 볶고 주변 사람과 애매하게 엮이는 것은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는 것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거기서 특별한 것은 '캐릭터' 뿐인데, 영화 또한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살린 영상을 보여준다. 꽃미남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컷, 그들의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영상 약간, '벨라'의 매력과 고민에 대한 장면 한 뭉큼이 영화를 지탱하는 전제척인 뼈대이다.
게다가 원작이 있는 영화가 보여주는 특수성-대부분의 곁가지가 생략되고 뼈대만이 남아있는 모습-은 영화를 어색하고 비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해리포터가 원작의 압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간 이상의 매력'을 상정하는 원작이니만큼, 영상에서 보여지는 '뱀파이어'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문제는 '트와일라잇'은 4부작인데, 소설의 경우는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까지 완결이 났는데,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세계는 커지고 액션은 화려해지지만 전체적인 뼈대나 구조의 경우엔 달라지는게 없다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엔 '뉴문'까지 개봉됬는데, 뉴문 또한 영화 '트와일라잇'의 느낌과 다르지 않다. 쉽게 말해 기대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
사실 이런 장르 문학-영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한계를 내재하고 있는데, 작품을 봄으로서 '남길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보고 재밌으면 된다. 그것이 장르문학의 목적성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트와일라잇'은 나쁘지 않은 장르문학이다. 4부 까지 나오지만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