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나에게 가장 문화적 충격을 던져 준 도시이다. 인간이 만드는 우중충한 도시 살기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미학적으로 인간의 간절한 소원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문명사적 현장을 본다. 도시가 예술로 정돈되어 있어서 마치 하나의 미니어처된 작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의 내면은 알 수 없다. 적어도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도시가 예술을 위해서 삶의 질을 따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들 도시 안쪽의 거주 지역을 보면 현대에서 멀리 뒤떨어진 문화적 고전을 보수적으로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파리가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형적 예술로 승화되어 있기를 바란다.
문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으로 파리는 역사의 흔적으로서 문명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같은 위치에서 단연 으뜸으라고 할 것이다. 파리가 이처럼 미적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센 강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떠나서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강은 도시를 일으키는 젖줄이기에 센 강 역시 파리를 숨 쉬게 한 젖줄인 것이다. 그러나 센 강이 파리를 통과하면서 낮은 포복으로 협소한 강의 양안을 따라서 형성된 도시적 웅비의 자태는 가히 물의 문명적인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강폭이 짧다는 것은 나에게 의외로 다가왔다. 강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강은 폭이 널고 협소함과는 상관없이 강의 역사적인 견인력이 문화와 접목하면서 도시와 같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한강은 센 강의 몇 배는 넓다. 그렇다고 서울이 파리보다 몇 배 더 크거나 문명사적으로 정돈된 도시는 아닌 것이다. 아무러한 상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가 센 강의 젖을 빨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도시에 노과시켜 놓은 것은 예술혼의 흔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강에 대한 접근성이다. 센 강은 도시의 한 부분으로서 정돈되어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강에 접근하여 강을 접할 수 있게 도시구도가 수변적으로 형성 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은 파리에 비하여 한강을 껴안으면서 강은 도시를 통과하는 수로에 불과 하다. 이러한 수로로서의 기능만을 위하여 물과 도시의 접목이 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강이 깊어 강변은 고수부지로서 존치하는 물관리차원에서 이중적 구조형태를 가진다. 강으로서 정은을 유지하는 센 강과는 비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강을 이용하고 친수화하려는 데는 이러한 강의 특성과 무관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센 강처럼 평원을 흐르는 물과 한강처럼 급하게 경사를 흐르는 물과의 차이도 도시문화를 창출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