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 순조의 건강법 (2)
오늘도 조선의 제23대 임금인 순조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죠.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왕의 이름 뒤에 ‘종’자 대신에
‘조’자를 쓰려면
나라를 세울 정도의 큰 업적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순조는 무슨 큰 업적이 있었나요?
네 말씀하신 대로, ‘조’라는 칭호는 함부로 얻을 수가 없었는데요.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의 경우에도 단지 ‘종’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선조나 인조의 경우에도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조’라는 칭호를 얻었는데요. 그래서 순조도 원래 이름은 순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손자인 헌종 때가 아니라 그 다음 왕인 철종 때에 ‘순조’로 시호가 추존됩니다. 명목상으로는 ‘홍경래의 난’을 진압하고 서학 즉 천주교를 잘 막았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사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순조의 손자인 헌종이 요절하면서 왕실의 대가 끊기게 됩니다. 그래서 강화에서 나뭇짐을 지던 이른바 ‘강화도령’이 순조의 양자로 입적되어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양아버지인 순조에게 극존칭을 붙인 것입니다.
Q2. 그러니까 순조를 위해서가 아니라
명분이 떨어지는 철종을 위해서
별로 큰 업적이 없는데도
순조라는 존칭을 붙였다는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순조는 이렇게 그나마 업적으로 알려진 홍경래의 난 이후로 국정에서 아예 손을 떼게 되는데요. 사실 그 무렵부터 이미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순조 11년 7월 1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어의들이 왕에게 아뢰기를, “이렇게 절기(節氣)가 바뀌는 시기 즉 환절기를 당하여 대전에 임어하여 즉, 사무실에 출근하여수고로이 움직이시며 거처를 옮겨 밤을 지새우기를 거의 거르는 날이 없으시어 (중략) 혹심한 더위를 무릅쓰기를 꺼려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얘기하여 왕이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는데요.
이어서 말하기를, “혹시라도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는 가운데 영혈(榮血)과 위기(衛氣)가 손상당할 염려가 없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얘기하여 더위와 과로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영혈과 위기가 손상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Q3. 순조가 환절기에 너무 무리해서
건강을 해쳤다는 말 같은데요.
여기서 말한 영혈과 위기가 뭔가요?
원래 우리 몸에는 기가 흐르는 통로인 경락(經絡) 또는 경맥(經脈)이 존재하는데요, 이 통로를 통해서 흐르는 기를 경기(經氣)라고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에 속하는 ‘위기’와 음에 속하는 ‘영기(營氣)’가 있는데요. 여기서 위기는 맥의 외부를 흐르는 기로서, 낮에는 인체의 외부를 25회 순환하고 잠자는 시기인 밤이 되면 내부로 들어가 오장을 25회 순환하면서, 각성과 수면의 주기가 유지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영기는 맥의 내부를 흐르는데, 위기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영혈’이라 불리는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인체의 영양성분과 음혈(陰血), 즉 진액성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기는 땀을 조절하기도 하고, 피부를 따뜻하게 하는 기능도 있는데요,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역시 인체의 저항력과 면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4. 그렇다면 순조의 저항력과
면역 기능에도 문제가 있었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순조 11년 7월 8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약원 도제조 김사목이 임금의 건강 상태에 대해 조목조목 알아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날 기록에서 순조는 자신의 증세를 소상히 얘기합니다. “평일 자궁(慈宮) 즉 대비전에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갈 적이면 번번이 걸어서 갔었지만 땀이 나는 경우가 없었는데, 지금의 경우는 걸어서 절반도 못가고 이미 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차다.”라고 호소하고 있고요.
덧붙여 말하기를 “수라 즉 식사는 입맛이 달지 않아 잘 먹지를 못하며, 잠은 정월과 2월에 비하여 조금 낫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정신이 황홀하기도 하고 더러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편치 않으니 온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Q5. 순조의 기력이 바닥이 난 것 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순조는 계속 이어서 말하기를, “가끔 급박한 명령이 있게 되는 것도 역시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니, 마음이 약해진 소치이지 반드시 까닭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도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걸어 다니는 소리나 새소리 같은 것도 역시 모두 듣기가 싫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소리나 새소리마저 짜증이 날 정도로 정신적인 피로가 심해져 있고, 잠을 제대로 못자며 황홀감에 빠지기도 한다는 부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특히 자신이 급하게 내린 명령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명령이 아니라, 심약해져서 내린 소치라면서 자기부정을 할 정도이니, 순조의 정신적인 피로가 매우 극심함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Q6. 순조 스스로 심약해졌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봐서는..
정신적인 피로가 아주 심했던 것 같은데요.
어의들은 어떤 치료를 했나요?
어의들은 순조가 “가끔 놀라는 듯한 경우가 있으며, 가슴이 두근댄다.”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처방들을 사용합니다.
<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이후의 처방내용을 살펴보면, 7월 10일 가미영신탕, 7월 27일 가미도담탕, 8월 7일 감맥대조탕, 8월 15일 혼원삼중고, 8월 17일 가미심신탕, 9월 7일 삼호온담탕, 9월 19일 대조지황탕, 9월 26일 주사안신환, 10월 24일 대조지황탕 가 향부자(‘대조지황탕과 향부자’인가요? ^^), 10월 29일 가미조중탕, 11월 9일 가미정지탕, 12월 11일 천왕보심탕, 12월 26일 정지탕을 달여 들이도록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의 처방 내용이 심혈과 심기를 보강시키는 처방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처방들의 대부분은 총명탕의 약재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이는 정신 사유능력을 담당하는 두뇌의 기능을 한방에서는 심(心)에 배속시켰기 때문입니다.
Q7. 총명탕이라고 하면..
요즘 학생들 학습능력을 올리기 위한
한의학 처방 아닌가요?
맞습니다. 실제 <동의보감>에 기록된 총명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주어 공부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처방인데요, 이미 SCI 논문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그 효과가 인증되었습니다. 현대에서는 공부에 지친 수험생에게 기력을 보강시키는 약물과 함께 처방되어 머리를 맑게 해주고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주는 쪽으로 많이 응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총명탕을 먹는 것도 올바른 시기가 있습니다. 해마다 수능시험 때만 되면, 조금이라도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노려, 온갖 약물이 활개를 치는데요, 사실 이 때 복용하면 너무 늦은 겁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평소 먹지 않던 약을 갑자기 먹으면 나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Q8. 이런 약들을 먹을 때
특히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미리 평소 다니던 한의원이나 주치 한의원을 찾아가 진단받고, 내 몸에 적합하고 알맞은 처방을 받아 평소에 미리 복용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시험 당일이 되면, 평소처럼 즐겨 먹던 한약을 먹고 시험장으로 가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만약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서둘러 한의원을 찾아가서 처방 받고 미리 체험해 보길 바랍니다.
흔히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우황청심원’이라는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이 약은 중풍이 오려는 징조가 있을 때 급하게 복용하는 응급처방입니다. 말 그대로 심화(心火) 즉 화가 심하게 일어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중풍 전조증이 있을 때 먹는 처방이기 때문에, 시험 날에 함부로 먹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Q9. 그런데 이렇게 순조처럼 심약하거나
긴장을 많이 하는 건..
어릴 때부터 타고 났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런 경향성이 있기는 합니다. 순조도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조 10년의 <왕조실록>기록을 보면 순조가 왕세자일 때도 ‘안신환’과 같이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복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순조는 어릴 때부터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거나 깜짝 놀라면서 가슴이 두근대는 증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중요한 발표나 시험을 앞두고 너무 긴장을 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우황청심환 대신에 ‘천왕보심단’과 같이 심기를 편하게 하고 심혈을 보충해주는 한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오늘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순조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