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웅크리고 지내다 이제야 기지개를 폅니다.
뇌도 얼어있었나 봅니다.^^
정말 오랫만에 다두의 근황을 올리게 됩니다.
2년 전 나온 책, 젊은이들의 고뇌를 적은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라는
청춘 감성의 에세이집인데 지인이 보내준 것을 짬짬이 읽어나가다 오늘에야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대목,
-따뜻한 아메리카노-라는 제목의 글에서 마음이 멈추었지요.
주인공이 매일 가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있는데 주문하는 것은 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이었더랍니다.
그런데 2달쯤 지나니 계산대에 있는 점원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았는데
알아본다는 증거는 자신이 가면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있고
심지어 입구를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계산대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에 앞서
자기의 아메리카노를 이미 만들어 전해주더라는 것이었지요.
점원과 6개월 동안 나눈 대화라고는 고작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2천5백 원입니다.
뿐이었는데도....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궁금해지더랍니다.
자기가 다른 음료를 주문하면 그 점원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날은 갈증이 나서 오늘은 그냥 아이스커피를 마실까 싶었다는군요.
그런데 그는 결국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이요라고 말했다는.
왠지 그 말이 그 점원과의 암묵적인 약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이든 간에 그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랬다는 거였습니다.
상대가 알고 있는 대로 말하기.
상대가 짐작하고 있는 나로 행동하기.
이글을 읽으며 문득 인간관계는 이렇게 커피 한잔 사먹는 그렇고 그런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으로서는 절박하고 절실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데
상대방은 익숙한 대로 나를 대하게 될 때에 오는 황당함과 배신감을
어떻게 해소해야할까 하는 무거운 고민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상대방의 배려가 오히려 나의 의중을 고려치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달될 때의 당혹스러움을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하는....
이런 일은 일상 안에서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서운하고 배신감을 느끼며 새삼스럽게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관계가 되고
마침내 서로를 비난하며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것이 나와 너를 다 함께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남의 기대대로 행동하기와
나의 바램대로 행동하기.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첫댓글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은 아니어도 함께 관계되는 사람들이 나의 바램대로 행동해 주길 바라는 이기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부지기수 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나와 너를 다 함께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 - 우매한 현답일지는 모르겠으나 쪼금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자그마한 베려부터 하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고민해 봅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하기보다 나도 그렇겠지 돌아보며
어떻게 다가갈 지를 고민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재미있는, 무언가 한 대 얻어 맞은 듯 참신한 관점이네요~ 배려가 배려가 아닐 수도 있는^^
사람사이의 오해라는 것이 꼭 악이 있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ㅋㅋ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자 하고 항상 다짐을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때가 있지요.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의 한 단면을 보는듯 하네요. 기계처럼 톱니바퀴 돌아가듯 나 자신도 모르게 살고 있는게 아닌가 스스로를 반성해 봅니다
내가 나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리 쉬운일은 아니지 싶어요.
하긴 드러나는 모든 나의 일상이 나이긴 하지만....^^
분주해 오랫만에 들어와보니..공감되는 말씀입니다... 내 방식으로 배려하다보니 상대는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싶습니다.. 김영수 신몬 신부님 성대 수술하셔서 수동 분위긴 좀.... 사제 피정도 있고 해서, 한 번 더 신부님들 위해 기도하게 되네요... 신부님 영육간 건강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우리들이 스스로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잘하는 것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