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낭송전 외 1편
김혜천
배롱나무 두 그루가
일주문처럼 서 있는 계남공원
잣나무 숲을 따라 세워진 난간에
틈틈이 모음 시화 몇 점 내다 걸었다
까치이장이 깍깍깍 온 동네에 소식을 전하자
태양이 보낸 화환들이 여기저기에 배달되고
바람이 첼로의 낮은 음으로 배경음악을 연주한다
잠시후, 산토끼 부녀회장이
다람쥐 청솔모와 함께 도착하고
포로롱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은 산새가 낭송을 자청한다
부녀회장은 턱에 손을 괴고 깊은 생각에 잠기고
청솔모 신바람 나서 오르내리기 바쁘다
산새의 낭송이 끝나자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다람쥐와 친구들
나뭇잎 풀잎 관객들도
그 시화전 한번 썩~ 괜찮다며
끄덕끄덕 수런수런 와와와
흐르던 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참외
마디 하나에 하나 씩
그렇게 홀로 피어나 둥근 열매를 달았다
몇 밤에 손톱 만큼씩 자라
몸 안에 마음껏 단물 고이려면
거친 비 황량한 바람
칠흑의 어둠과
신열 오르는 땀방울을 견뎌야 하리
그 길만이
달고 아삭하게 익어가는 길이기에
참외는, 참 외로운 외는 홀로 커간다
<우리詩>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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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시회 회원시
시화낭송전 외 1편 / 김혜천
김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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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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