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무언극 / 김세영- 『문학의 오늘』 2020 봄호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D9F5485E7B40A30F" class="txc-image" width="1024" style="clear: none; float: none;" border="0" vspace="1" hspace="1" data-filename="그림자행렬.jpg" exif="{}" actualwidth="1024" id="A_99D9F5485E7B40A30FDD37"/> 그림자 무언극                  김세영   붉은 모래바다 위를대나무 마디 무늬의 검은 뱀이 나선의 곡선으로 건너간다   그림자놀이처럼뱀의 그림자 옆구리에 붙어서등짐 진 낙타대상이 따라간다   해독할 수 없는 활판인쇄를 하듯각진 발굽의 행렬을 찍는 물체 대신캐터필러의 유려한 문양의 그림자가태양의 나라에서는 여행의 주역이다   아무 것도 아닌 토막들의 그림자 영상이건기에 자주 굳어버리는 혀의 활판을 대신해서검은 이미지의 무언극을 보여준다   황무지를 달려온 바람의 그림자들이 돔 아래 가득 찬, 한 번도 악기 소리를 담아보지 않은 야외 콘서트 장에서선사先史의 사계, 그 무언의 음률을 느껴본다   사막의 베두인 유목인들은 오아시스의 그림자 쉼터를 만나면어릿광대 팬터마임으로 생을 위무하고사후를 위해 유체이탈의 그림자놀이를 연습한다.     『문학의 오늘』 2020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