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강물이 흘러가다 끝이다 하는 순간
받아주는 곳이 만이라 했다
연어가 짝을 만나려 가는 길
강이 강을 버려 바다를 안고
바다가 바다 버려 강을 안아
반쪽이 반쪽을 채우고 있다
삶이 흘러가다 끝이다 하는 순간
나, 만 왔다
더는 흐르고 자시고도 할 일 없는
너, 만 와라
몸에 밴 짠물 다 빠질 때까지
바다를 벗어나 강을 거슬러
사랑을 완성하려 가는 연어처럼
저문 길
밤낮 환한 백야 지나고
밤낮 캄캄한 알래스카 십이월
세상이 어두워지자
자동차들 쌍불 켜고 다니는데
불 켜는 걸 깜빡 잊은 차 한 대
티눈처럼 박혀 있다
앞차 따라가는 동안 길 잃지 않겠지만
속도가 느려 앞차와 멀어지면
뒤차가 힘껏 불빛을 보내도
제 몸에 가려 어두운 길
앞이 캄캄해서야 비로소 불을 켠다
나도 내 눈 볼 수 없어
눈에 보이는 세상에 이끌려 살았다
어쩌다 거울 속 나를 착각하고
나 아닌 나를 흉내내며
세상 보는 눈 세상에 맞췄으니
세상 모든 불빛 꺼져야
본래 나를 보는 눈 뜰까
조동례 ㅣ
2009년 시집 『어처구니 사랑』으로 작품 활동 시작(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 선정). 시집 『어처구니 사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현재 알래스카에서 창작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