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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cafe-editor-text">수메르의 상형 문자<br /><br /> 한경용<br /><br /> <br /><br />한번은 <br /><br />아라비안나이트를 꿈꾸며 나타날 뻔도 한데<br /><br />어둠과 맞바꾼 소반 위에<br /><br />지금도 원망의 질그릇이 놓여 있어<br /><br />장롱에는 옷들이 그대로 걸려 있고<br /><br />더블침대 위로 무덤 되어 있는 이불<br /><br />베개는 자꾸 숨으려고 해<br /><br />구름 덩어리들만이 짐승처럼 떠도는 창가로<br /><br />검은 모자가 긴 외출을 같이 가자 해<br /><br />손자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br /><br />한 때의 애증이란 격동의 진폭에서<br /><br />붓고 쏟고 담아내지 못하는 거품 방울인 것을<br /><br />그 후로도 오랫동안<br /><br />황야를 따라간 소떼의 액자를 보며<br /> '히브리 노예들의 <br />합창'을 허밍하였다<br /><br />유목의 돔 지붕을 인체<br /><br />거실에 쏟아지는 어스름이다<br /><br />불빛을 찾아 초대해보아도<br /><br />한낮에도 부끄러운 달덩이가 덩그러니 떠 있다<br /><br />자정까지 오는 사막의 허기에<br /><br />이 방 저 방으로 왔다가는 불객의 잔들,<br /><br />주단을 실은 실크로드의 대상인 양 기다린다<br /><br />당신이 놔두고 간 소금 한 줌 뿌리며<br /><br />달라붙는 귀객에게 구원을 해보지만<br /><br />이오니아 인테리어의 원주 위로<br /><br />하얀 손 켜켜이 보낼 땐<br /><br />야광주처럼 지켜보던 눈동자를 생각하였다.<br /><br /> <br /><br /> <br /><br /> 《 시와 반시 2019 겨울호 》<br /><br /> <br /><br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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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시산맥시회 회원시
수메르의 상형문자, ( 시와 반시 2019겨울 호 )
한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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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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