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후 외 1편
시간을 늘여 스스로 죽음에 들지 않는 한
죽지 않는 인간족이 탄생했다
페가수스좌에서 반짝 눈을 뜬
농염한 미래의 기척
자숨에서 이주해 온 인간들이
아미달라 행성에 내리던 날
인간의 걸음걸이 거기 어디에도 나이는 없다
한번도 보지 못한 이방인을 보는 눈빛에
지구인이라는 고대문자는 보이지 않았다
우주인으로 거듭나는 동안 용맹무쌍한 인간은
그 오랜 죽음의 존엄을 슬프게도 잊었다
연약한 첫발이 가진 연민으로 반짝이는 지구
푸름을 영원성으로 만든 땀의 유전자만이
온전한 지구인을 살아가고 있다는데
사건의 지평선 위로 행성 이주족들이
거대한 비행체를 몰고 지나간다
나이를 지운 인간으로 아미달라 행성에 내리던 날
빛을 가린 무리에 행성의 하루가 종일 컴컴했다
행성기록자 1
작약이 화색을 꾸미다 놀라 미소를 봉긋으로 바꾼
우주, 물고기 자리, 고래자리 복합 초은하단,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초은하단, 국부은하군, 은하수 준은하군, 우리은하, 오리온 팔, 굴드 대, 국부 거품, 국부 성간구름, 태양계, 내행성계, 지구, 아시아 대륙, 동아시아, 대한민국, 울산, 북구, 약수*
100조개의 별이 살고 있는 우주,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 100조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 미생물 연합군 연방정부에 불과한 나
초속 600km로 우주공간을 질주하는 지구에 소속된 몸의 총량에 137억 광년을 더하면 우주의 생물연대가 된다 빅뱅 이후가 오롯이 관통한 짧은 생각으로 영생을 깨우친 푸름
46억 2020년 숙성된 인간이 걸어간다 숙성에서 동격인 개와 닭을 지나 문지방 너머 할머니 열여덟을 지나간다 문틈으로 시간의 허리가 짧다 무료를 하품하다 눈 마주친 고양이 재빨리 달의 분화구 속으로 꼬리를 감춘
*우주명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