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 맥

야간열차 안에서 -세 남자 이야기                               유헌   돋보기 걸친 남자가 세상을 읽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신문 2면 보는지 눈살을 찌푸릴 때마다 일그러진 프로필 법전을 펼쳐두고 밑줄을 긋는 청년 행간을 뛰쳐나온 파편 같은 활자들을 다시 또 짜 맞추려는 듯 이마를 짚고 있다 고개를 좌로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차가운 유리벽에 달라붙은 얼굴 하나 어둠의 그물망에 갇힌 낯선 내가 거기 있다 (율격 2019 제3호) 감꽃, 지다                유헌   올해도 감꽃은 지기 위해 피었네 져야 맺는다는 걸 필 때부터 알았을까   저만치 낮은 곳에서    별이 돼  다시 핀 꽃 (율격 2019 제3호) 꼿밫에서            유헌   꽃이라 적어놓고 꼬시라고 읽는다    밭을 바츨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꼿밫 슬쩍 바라보니   몇 가닥 쭉정이 뿐 (율격 2019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