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블랑Pays Blanc
김혜천
온후한 바람이 느린 속도로 부는 나라
하늘을 네모에 가둔 나라
에치르 → 바스에르코비에 → 파르 → 아데로스 → 로티 → 오미에
를 거치면 하얀꽃이 피는 나라
급수로 → 저수지 → 증발지 → 예비지 → 농축지 → 채렴지
를 거치면 미네랄꽃이 피는 나라
게랑드갯벌과 신안갯벌은 사촌 간이다
바람과 햇빛 그리고 바다가 꽃으로 피어나는
침묵이 꽃으로 피어나는
그곳에 가면
네모난 하늘이 모판처럼 나란하다
타트론
주검을 씻은 뒤 향유를 발라요
왼쪽 콧구멍에 가늘고 긴 갈고리를 넣어 뇌를 꺼내요
지식은 내세의 구성요소가 아니랍니다
왼쪽 뼈를 잘라 장기들을 수호신 단지에 담아요
간은 사람 머리 모양의 암세트 신 항아리, 허파는 원숭이 모양의
하피 신 항아리, 허파는 재칼머리 모양의 두아무네프 신 항아리,
창자는 매 모양의 케네세네프 신 항아리에
장기를 꺼낸 공간에 타트론을 채워 넣어요
소금은 미래를 보관하는 빛이랍니다
심장은 남겨 놓았어요
심장의 무게가 새털처럼 가벼운 주검이 있을까요
40일은 아혼 개 구멍으로 찐득한 기억과 비루한 언어들이 흘러나
오는 육탈의 시간
단단하게 굳은 몸에 기름을 발라요
송진을 문지른 다음 장기를 꺼내 상처를 꿰메요
난해한 문장으로 봉인되는 미래
붕대로 수의를 입히고
생전 모습의 가면을 씌워
死者의 書에 기록된 층계를 따라
그곳은 미라의 내일이 잠들어 있는 곳
소금같은 나날을 살면 썩지 않을까요
환생의 소망마져 없는 향기로
나의 장례를 치르기 전에
<포엠포엠>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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