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외 1편
김혜천
봄빛 우련한 강가에 나왔다
낮게 숨죽여 흐르는 강물에
납작한 돌맹이로 떠보는 물수제비
모호한 경계를 허물며
바깥으로 바깥으로 풍파만 일으키다 사라지는 여울
모여 앉은 단합은 돌맹이처럼 단단했지만
가장자리로 퍼지는 울림만으로도 서로에게 갇힌다
파문은 안에서 안으로 퍼 나르는 떨림
2%의 부족을 허망으로 채우려던 자괴가 물무늬로 번진다
무가치한 생각들을 끼고 살았다, 흘려보내자
습지를 사유하던 시간들
충분히 혼자였던 시간들이 사그라질 때
또 다시 갈라터진 습지에 새 물을 들인다
정갈한 물을 수혈받은 수초들이 파르르 몸을 떤다
어디선가 수문을 열었는지
風馬
오색 룽다를 내어 걸어요
말씀은 바람에 실려보내요
마음마저 닿을 수 없는 먼 곳을 향해 펄럭여요
청정하고 끈질긴 사람들의 원願을 따라 걷는 길
솟대 끝에 깃발을 꽂아요
솟대 끝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바라보며 가만히 두 손 모으면
원인 알 수 없이 흐르는 말간 눈물
쌓아두었던 돌무더기는 무너지고
어머니가 흰 죽을 쑤어 놓고 기다리는 베이스캠프
좀 더 단단히 조여매고 걷는 길
운무로 덮힌 저 산 위에 무엇이 있을가
알지 못해 오르는 길
단단히 부여잡은 모퉁이에 룽다를 걸고
나는 오늘도 히말라야를 오른다
첫댓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시입니다
장동빈 시인님 감사합니다.